진리는 다르지 않다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5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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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이 책, "진리는 다르지 않다"는 인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 중에서 다섯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책 이름이 다소 철학적으로 되어 있어 어렵게 느껴지는 감이 있지만, 읽어보면 전혀 어려운 책이 아닌,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인물 이야기다. 글쓴이의 머리말에는 여섯번째 인물 역사서라고 썼지만, 이 책은 분명 5권이고, 그 숫자에 착오가 있었는지 시리즈의 출간 순서가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

글쓴이 이이화는 "한국사 이야기"라는 책으로 유명한 역사학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느껴지듯이 민족사관에 입각해서 바른 역사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서 소개하자는, 즉 역사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역사책을 집필하고 역사 연구에 집중하는 분이다.

이 책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종교, 불교, 도교, 천주교, 기독교, 민족종교(동학/천도교, 단군교, 증산도/대순진리회)의 주요 인물들을 한 사람씩 소개하고 그들의 업적과 일생, 종교 활동, 종교의 탄생과 변화 등에 대해 편안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290여쪽의 작은 판형에 널찍한 편집 덕분에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인물 시리즈이므로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라 하겠다.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다음 링크로 미룬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4900056

2. 느낌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시대순으로 사건을 이해해가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해서 일생 동안의 사건과 역사의 변화를 되짚어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글쓴이의 다른 저서가 시간순에 따른 우리 나라의 역사를 정리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역사 속의 주요 인물들을, 그 주제에 따라 분류하여 일생을 함께 지나면서 역사를 이해하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에는 거리감을 느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심오한 의미가 책 속에도 그대로 담겨 있어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하는, 책을 읽으면서 가져서는 안되는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서적임을 알고는, 특히 글쓴이가 역사를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 책의 제목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글쓴이는 불교, 도교, 천주교와 기독교, 민족종교를 차례대로 나열하면서 각 종교별로 역사 속에서 유명했던 분들의 일생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종교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와 함께 각 종교가 지향하는 바가 결국은 하나임을 깨닫고 그 답을 글쓴이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정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용은 특히 함석현 편에서 "종교는 하나이고 이단은 없다"는 말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분들이지만 글쓴이는 그들의 일생을 통해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힘쓰고, 종교 자체에 집착하기 보다는 대중을 위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결국 종교가 추구하는 진리란 것은 국가와 민족이 모두 평안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데 있음을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3. 평가

글쓴이는 현재 다양한 역사 연구를 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동학 관련 활동도 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에서는 동학에 관한 인물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더구나 오래전이 아닌 근대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하는 동학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는 많은 자료와 함께 할 말도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글쓴이의 역사책이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올바른 역사를 쉽고 편하게 전달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특정 종교에 대한 이야기에 치우치기 보다는 다양한 종교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진리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쪽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오래 전의 과거에 발생한 일들을, 때론 전설같고 때론 신화 같은 인물들의 거짓말같은 행적을 있는 그대로 옮겨 적은 부분이 보이는데,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배경이 등장하게 되었던 당시의 상황과 배경까지도 자세히 넣을 수 있었다면 더 없이 좋은 역사의 이해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역사 시간에 배우는 딱딱한 이론과 무조건 암기하듯이 이해해왔던 우리 나라의 역사를,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역사 속의 인물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함께 그들이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과 사건을 인물의 일생을 통해 이해함으로써 우리 역사를 좀 더 정확하고 쉽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 나라의 여러 종교들이 어떠한 배경과 역사를 가지고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 역사와 종교를 하나로 묶어 이해시키는 점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다.

끝으로, 후반부에서는 몇 개의 오자로 보이는 내용이 눈에 띄는데, 오자의 수정이나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233쪽 셋째줄 생시는 틈 -> 생기는 틈

270쪽 마지막줄 손병희은 -> 손병희는

273쪽 밑에서 아홉째줄 대신산 -> 대신사

275쪽 다섯째줄 의아해 -> 의아해 하는

275쪽 여덟째줄 일체 -> 일절

275쪽 열다섯째줄 롤스로이 -> 롤스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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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전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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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

금발을 휘날리는 멋진 영웅으로 다가온 브래드 피트의 모습이 한층 더 빛을 발한 영화 "트로이"는 영웅 아킬레스(아킬레우스)로 분한 그의 영웅담 뿐 아니라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에릭 바나)와의 박진감 넘치는 결투 장면은 물론이고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다이앤 크루거)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준 강렬한 인상과 달리 나약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준 올랜드 블룸의 파리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배우들과 그들이 맡은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아킬레스건이라는 용어가 실은 아킬레스의 약점에서 시작된 것임을 이해한다면, 트로이는 단순한 한 편의 흥미로운 전쟁 영화가 아니라 유럽 문학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받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일리아드)"를 바탕으로 하는 고전임을 알 수 있다.

고전은 오래된 작품을 가리킨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찰스디킨스,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파스칼의 팡세, 몽테뉴의 수상록, 플라톤의 국가론,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등, 유사 이래로 인간이 쓴 모든 작품은 그 분야를 떠나 고전인 셈이다. 흔히 고전을 읽는다고 하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고전문학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고전이라는 말에는 문학작품 외에도 과거의 철학과 역사 등 모든 것을 배우고 이해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과거로부터 이어진 것이고 현재를 통해 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고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가치관은 실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것을 그대로 이어가거나 새롭게 바꾸어가는 과정의 산물이기에 고전을 통한 깨달음을 무심코 넘겨버릴 수 없는 것이다.

얼마전에 참석한 독서 강의에서, 표정훈님은 고전을 꼭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고전은 가급적 읽되 난해하고 깊이있는 내용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고, 대신에 간단하게 요약된 작품들을 골라서 읽는 것은 유용하다는 조언을 주기도 하셨다.(참고 http://blog.naver.com/lupin2/70037376290) 많은 이들이 고전의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책 "왜 고전을 읽는가"의 저자 이탈로 칼비노는 머리말에서 고전의 가치에 대해 여러 개의 명제를 정의하며, 다음과 같이 간단히 결론짓고 있다. "고전이 무언가에 유용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것이 낫기 때문인데, 이를 비유하자면 소크라테스에게 독약을 앞에 두고 왜 음악을 연주하냐고 물으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죽기 전에 음악 한 소절은 배우지 않는가라고." 고전은, 필요성을 논하기에 앞서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있음을 칼비노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2. 소개

이탈로 칼비노가 생전에 다양한 작품에 대해 평가하고 해설한 내용들을 모아서 하나의 책으로 펴낸 이 책 "왜 고전을 읽는가"는, 사실 "고전"이라는 의미를 이해하는데만 해도 상당한 수준의 이해력이 필요한,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고전문학 정도만 가볍게 스쳐 지나는 것이 대중들의 기호라면, 이 책에서는 저 먼 기원전의 호메로스부터 찰스디킨스나 톨스토이, 헤밍웨이와 같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의 특징적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특히 문학 작품 외에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책들에 대해서도 다루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유원님의 강의 중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책과 학문의 분야가 세밀하게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 아니며, 고전이랄 수 있는 작품들을 쓴 작가들은 어떤 분야를 정확하게 나누지 않고 그의 사상을 있는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는 것이다. (참고 http://blog.naver.com/lupin2/70037654621) 이 책에서 다루는 고전들 역시 특별한 분류가 필요하지 않고, 이탈로 칼비노가 나름대로 선별하고 관심을 가졌던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소개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배경과 영향 등에 대해 연관적으로 짚어가는 점은, 고전을 읽기에 앞서 의미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입문서"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다음 링크로 미룬다.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hty&where=nexearch&query=%BF%D6+%B0%ED%C0%FC%C0%BB+%C0%D0%B4%C2%B0%A1

3. 요약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칼비노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주제로 하는 이 서사시에 대해 귀환 이야기의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크세노폰의 아나바시스 경우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시각적 세밀함과 행위 묘사, 그가 이끌었던 군대가 누렸던 지위를 결코 신비화하거나 이상화하지 않는 윤리적인 측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 이 정도로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결코 이 책의 내용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어떤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신과 인간들의 인접성을 이야기하는데, "우주 안의 공간은 크기와 성질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여러 형태로 빽빡이 들어차 있고 시간의 흐름은 끝없이 증식하는 이야기들과 이야기들의 순환으로 가득차 있음을 말하고 있다"며, 신과 인간과 자연을 위계적인 질서로 나누어 보지 않고 서로 연결된 정밀한 체계로 해석한다. 서사시 안의 모든 이야기들과 다양한 의미들을 단순히 받아들임으로써 ... 어느 한편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고 잘 알려진 신을 비롯해 알려지지 않은 신까지도 두루 아우르는 다양성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또한 작품에 대해 속도감이 넘치는 서사시라고 평가했으며 계속되는 운율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시각적인 자극을 전달하며 동사가 현재형으로 쓰여 눈앞에서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결국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부분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하는 식이다. 사실, 칼비노가 다양한 작품에 부여하는 설명과 의미를 우리가 다시 읽고 이 책 자체를 정리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그가 고전을 읽고 해석한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읽으면 되니까 말이다. 작품을 읽고 이해하고 느끼고 반복해서 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조금 난해하지만 계속해서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플리니우스의 자연사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기록들이다. 그러나 사실 확인을 거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인용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시대의 백과사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려면 이 책을 권한다는 것이 칼비노의 말이다. 작가가 왜 사실 확인이 아닌 다른 곳의 내용을 인용했는지에 대해, 칼비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가 모든 영역에 대해 인간이 닿을 수 있는 한계를 기록한 이유는, 인간 존재가 살아 있는 세계의 영역을 형성하기에, 조심스럽게 경계를 그려봄으로써 규정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세계라는 것을 정리하고자 했던 것이다". 플리니우스는 동물, 식물, 광물 뿐 아니라 천체와 지구의 영역들에 집중했는데, 죽음을 이겨낼 수 없는 영혼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오직 현재에만 살아 있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세상의 모든 것을 규정하고 형성하는 사물에 대해 기록하여 인간 중심의 기록을 한 것이다. 제목을 하늘, 인간 코끼리로 정한 것은 이 책에서 가장 철학적인 2, 7권 외에 8권 동물학에서 자연에 대한 개념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칼비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고전을 통해 과거 사람들의 지식을 확인해보고 인간 중심의 현실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라는 권유인 셈이다.

네자미의 일곱공주는 어떤가. 중세 페르시아의 고전으로, 왕의 업적을 찬양하는 기록과 고대 동방에서 수집한 이야기에서 발생하여 천일야화로 완성된 소설적 전통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는데, 화려한 언어와 은유법에 주목할 만하다고 평하고 있다.

티랑 로 블랑은 중세 기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무용담으로,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전 기사의 로망을 읽어야 한다는 제안으로시작하고 있다. 이 글은 잘 알려진 돈키호테와 관련하여 기사 로망에 대해 논하는 것으로, 기사 로망은 시간이 흐르면서 쇠퇴하다가 스페인을 무대로 하여 부활한다는 역사적 사실도 다루고 있다.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 천년의 시대는 소설의 시대였고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기사 로망이 최초의 대중서라는 사실도 언급하고 있다.

고전이 어려운 이유는 낯설기 때문이다. 낯선 것은 개념의 문제로,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많은 책을 보고 이해하는 수 밖에 없다.

광란의 오를란도는 엄격한 규칙없이 진행되는 서사시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한 줄로 말할 수 있는 것을 여러 연으로 늘려 말하기도 하고, 길게 서술할 수 있는 것을 단 한 줄의 시구로 말하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써 나간다."고 평가했다.

아리오스토의 명시선에서는 아리오스토가 영어 지명을 대상으로 언어의 유희로 즐겨 취했으며, 이탈리아 문학에서 영어를 즐겨 쓴 최초의 문인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역동적인 움직임에 대한 욕구를 복잡한 은유를 통해 드러냈다"며, 칼비노는 사건, 성적인 표현, 폭력적 묘사 등 다양한 내용을 예를 통해 소개한다. 서사시의 경우 원문의 운율에 맞춰 소개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번역본에서 이를 모두 살펴볼 수 없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지롤라모 카르다노 편에서는 셰익스피어가 햄릿에서 읽고 있던 책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아마도 "위안"이라는, 잠과 죽음에 관한 주제를 다룬 책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롤라모 카르다노는 잠에 대해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과 죽음에 대해 서술한 작가는 특이한 성격의 사람으로, 자서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데, 예술 분야를 제외하고 20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고 한다. 이렇게 독특한 사람의 저술을 다양하게 읽는 것이 바로 고전의 묘미라는 것을 간접 설명하는 셈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갈릴레오는 어떨까? 갈릴레오는 "자연은 책이고 우주는 책이다 그 책 속에서 만물은 체계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했으며, 자연에 관한 이론이면서도 철학적인 이야기를 펼쳐간다. 이러한 기본 개념 속에서 갈릴레오의 대화라는 책과 그 밖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시라노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학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구에 부딪힌 태양빛은 지구를 회전시킨다. 지구의 운동은 태양에 의해 덥혀진 지구 자체가 뿜어내는 증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뿜어낸 증기는 극지방의 냉기와 만나 다시 지표면으로 돌아가거나, 비스듬한 방향으로만 지구와 부딪히기 때문에 지구가 도는 것이다"라고 한다. 달에 가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고전이 다른 작품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기에 칼비노의 글에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로빈슨크루소는 섬에 고립된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고전이다. 칼비노는 본문에서 작가인 디포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디포가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글을 잘 썼다고 평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을 잘 이해하는 것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만하다. 결론에서는, 식인종의 풍습이 전쟁 포로를 사형시키는 기독교인들보다 낫고 살인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며 몽네튜와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처럼 고전에서는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거나 다른 작품에 영향을 준 요인을 찾아가며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진정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칼비노는 이런 식으로 스탕달, 찰스디킨스, 톨스토이, 그리고 헤밍웨이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의 고전에 대해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 책, "왜 고전을 읽는가"는 원래 이렇게 의도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쓴 글을 하나로 묶어 정리한 것이기에 책의 제목에 크게 의미를 두기 보다는 칼비노가 각각의 고전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평가하고 분석한 것을 읽고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고 읽으면 된다. 물론 내용이 어렵다면 편하게 글을 읽는 기분으로 한번 읽고, 기회가 될 때 한번 더 읽어가는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4. 평가

아쉽게도 이 책에서 소개되는 고전들 중에는 국내에 없는 작품들도 있다. 이는 역자인 이소연님의 후기에도 언급된다. 역자의 후기를 읽어보면 이 책을 선택한 동기와 번역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고전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칼비노의 딱딱하고 개념적인 문체만큼이나 역자의 어려운 표현도 상당히 난해함을 더하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번역가이자 소설가로 유명한 안정효님은 자신의 글에서 "읽기 쉽게 쓴 글이 가장 좋다"고 했고,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는 최초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서" 쓰는 것만이 진정한 번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비록 역자의 노력이 충분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음에도, 그 노력이 어려운 한자어와 개념적 단어의 채택으로 인해 빛을 잃은 듯 하여 아쉬움을 더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그러나 구어체는 그가 작품 안에 설정한 여러 언어의 층위 중 하나일 뿐이다", "그것은 단지 흐릿하지만 끊임없이 제기되는 내적 필요성에 의해 천착하게 된 모호한 분야", "그의 라틴어가 말하자면 어두운 유리를 통해 글을 읽도록 만들기 때문이다"와 같은 표현이다. 말은 되지만 뜻을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정도가 심하여 잘 새겨듣고 이해하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표현들이 많음은, 한자어를 남용하는 우리 말의 태생적 한계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칼비노의 표현 자체가 모호하고 어렵게 들리기도 하겠으나,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좀 더 쉽게 풀어서 정리했다면 본문의 난해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을 남긴다. 그렇다 해도, 칼비노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고전의 사상과 개념을 문장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에 대해 역자가 이를 소개하고자 애쓴 노력에 대해서는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고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상식적인 선의 고전도 읽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이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먼저, 앞서 이야기한대로 방대한 고전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간단한 맛보기 형태로 요약되고 정리된 칼비노의 글을 통해 여러 작품의 개념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전이 어렵고 난해한 작품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 그 자체로 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두번째로는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의 다양한 작품에 대한 소개다. 비록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도 있다지만,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고전의 작가와 작품을 엿보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러한 작품의 완벽한 이해를 꿈꾸며 새로운 탐독에 빠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책이 칼비노의 이름을 통해 추구하고 있는 독자에 대한 작은 소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렵고 난해한 부분을 극복하면서 모든 것을 이해하는 어떤 목적을 가지는 일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는대로 가볍게 읽으며 다음에 다시 읽어볼 수 있는 여운을 남기는 것도 나름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한다. 고전에 대한 입문서로 가까이에 두고 칼비노의 관점에서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했는지 살펴보며 가끔 고전에 심취하기 위한 일종의 향신료처럼 쓰일 수 있다면 글쓴이(칼비노)와 역자의 노력이 한층 빛을 낼 수 있지는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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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서 큰돈을 벌어라
사이 하딩 지음, 형선호 옮김 / 사과나무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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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 위기를 겪은 이후에 국내 주식 시장의 한 가지 변화를 들자면, 외국인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국내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패턴이나 경향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책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 책도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매우 특이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장기 보유 투자 방식'을 잘못된 것으로 꼬집고 있다. 유명한 워렌 버핏과 같은 투자가 조차도 필요할 때마다 단기 거래를 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무조건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는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저점매수'하고 '고점매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단순한 기계적 시스템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겨울에 주식 시세가 오르고 여름에 내린다는 장기적인 통계를 이용해서 거래를 할 경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국내 증시에 직접 관련된 내용은 아니겠지만, 무조건적으로 시세를 따라 움직이기 보다는 종목의 특성에 따라 투자하거나 전망이 좋은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의,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대세 하락기와 상승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거의 10년에 한번 정도씩 오는 하락기를 잘 파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수많은 등락이 반복되는 주식 시장에서 짧은 기간 동안의 단기 등락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등락을 살펴보고, 그것이 하락 추세일 때에는 현금을 보유하여 상승 추세로 접어들기 전에 바닥에서 매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보여주지는 않지만, 주식 시장에 어떤 방법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고 유용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말 그대로, 하락장에서 살아남고 상승장을 대비하는 것만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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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투자 제대로 알아야 진짜 돈된다
조성근 지음 / 거름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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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를 '개미'라고 한다. 이런 개인 투자자들은 1주씩 매매할 수 있고(연습 매매 가능) 신규 등록 기업과 벤처 기업이 많고(발전 가능성) 대박이 가능한(대중적인 투자 심리) 코스닥 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이 머니 게임인 주식 거래에서 수익을 내려면 많은 지식과 경험, 정보를 갖춰야 한다. 그 어떤 게임에서도 나름대로 요령있게 참여하는 사람이 승리자가 될 수 밖에 없듯이 돈이 오가는 주식 시장에서의 성패는 자본에 직접 영향을 주므로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개인 투자자 위주의 코스닥 투자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준다. 코스닥이 무엇이고, 어떤 종목(기업)들이 등록되어 있고, 개인들이 이용하는 사이버 주식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사용하며, 그 밖에 코스닥 기업과 주식 거래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외 시장(제3시장)에 대해서 소개한다.

사실 이 정도의 내용은 일반적인 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먼저 이 책의 저자가 경제신문의 전문기자인 관계로 코스닥 시장과 거래에 관한 비화(?)를 나름대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크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투자자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특정 기업이 어떤 과거를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또한, 코스닥에 등록된 다양한 기업들이 실제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중요한 정보이다. 이런 내용은 기업 분석집에서 찾을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좀 더 실생활에 가깝에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빠른 이해를 도와준다. 그 밖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실제로 코스닥을 이해하고 사이버 거래를 통해 투자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출간 이후에 계속해서 바뀌는 코스닥 시장의 상황과 신규 등록 기업을 알려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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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정진상 옮김 / 미래의창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나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가 실제로 매우 유명한 투자자인지, 아주 많은 돈을 벌었는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만한 인물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의 생애 마지막 책(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먼저 출간되었던 책)인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읽고, 난 그의 여유롭고 합리적이면서도 정확한 사고 방식에 푹 빠졌다.

이 책에서도 그는 재미있는 말로 시작해서 멋지게 마무리하고 있다. '정보는 곧 파산이다'. 즉,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는 자신의 주관과 직관에 따라 움직여야지 남의 말을 듣고 그것을 따르다 보면 결국엔 실패한다는 뜻이다. 마무리는 더 의미있다. '사람은 꼭 부자일 필요는 없지만, 자유로와야 한다'. 인생이 85세부터 시작한다는 그의 말처럼, 투자에 관한 많은 경험을 들려주는 외에도 그는 훌륭한 인생 선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어찌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에 이미 출시된 책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과 강의식으로 진행하고 이론적인 설명이 많다보니 다소 지루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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