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사춘기 - 신앙의 숲에서 길 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정신실 지음 / 뉴스앤조이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쉽지 않은 이야기일테다. 나는 공감이 간다 여겼지만, 내가 이야기했을 때 공감받기 어려운 이야기라 생각했다. 흔들리며 떠도는 섬처럼,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맴돌아서 늘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속해야 하는 의무감은 족쇄같았다.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할 낙인 같은 불편한 감정, 그건 드러내지 않아야 할 배덕의 증표같았다. 흐르려는 물줄기를 일부러 막아두고 있자니 늘 둑이 터질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막는데 힘이 너무 들어가 별일 아닌 일에도 쉽게 지쳤다. 그냥 터놓으면 좀 편해지지 않으려나. 그러나 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터놓음은 나를 수몰시킬 거라는 걸. 그래서 터놓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책 소개글을 읽는 순간, 누군가 손 내미는 것 같았다. 말을 걸어 준 기분. 왠지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은 안도감, 나는 읽었지만, 내 이야기를 터놓은 것 같은 위로를 받았다. 홀로 길을 찾았던 저자의 이야기가 내게도 숨을 틔어주는 작은 길을 내어준 것 같았다. 고마웠다. 감사하다는 말이 얼마나 나에게 절실한 감정표현일지 다 적을 수 없어서 아쉽다. 

난 정말 이 책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무엇보다 다 털어놓고 나면 내침 받을 것 같았는데, 머무를 수 있는 길을 알려주어서 안심이 됐다. "괜찮다."고 도닥임 받은 느낌. 조금은 가볍게 털고 일어나 미소 지을 힘이 생겼다. 

스캇 펙은 악에 관한 두 가지 본질을 제시한다. 인간 본성 안에 있는 악의 쌍두마차는 ‘지독한 게으름‘과 ‘나르시시즘‘이라고 한다. 여기서 게으름이란 성장을 위한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적극적 나태함이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게으름, 한나 아렌트의 ‘무사유의 죄‘에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생각하는 고통, 생각 끝에 올 변화와 성장의 고통을 맞닥뜨리지 않으려는 적극적 수동성이다. - P96

게으름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스캇 펙이 말한 악의 두 번째 본질은 나르시시즘인지도 모른다. 브래넌 매닝이 <아바의 자녀>에서 말하는 것처럼 "죄의 본질은 어마어마한 자기중심성"이다. 사유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 착한 나쁜 사람이라면, 성찰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인간은 "의인이라 칭하는 죄인"이다. 과도한 자기 만족의 사람이다. 바리새인들의 치명적 잘못은 율법을 칼같이 지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이만하면 됐지‘라는 종교적 우월감에서 비롯한 자기중심성이다. - P97

마음의 치유와 영적 성장에 대해 안내하며 만나는 가장 어려운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착함과 자신, 착함과 자기 신앙을 동일화한 사람들. 어떤 것을 감수하고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이다. 착하지만 정직한 성찰은 불가능하다. 아니, 착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성찰이라 해야겠다.
진정한 자기 인식의 시작은 한계, 약점, 어두움과의 대면이다. 빛으로 가는 길은 그림자에 있다. 제멋대로 굴고, 이기적이며, 욕심대로 살고, 불같이 화를 내고, 수습할 수 없는 말실수를 저지르기도 한 나쁜 행동을 징검다리 삼아 자기 성찰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 - P107

억압하고 누른다고 자체 소멸하지 않는 것이 마음의 에너지이다....착하지만 착하지 않은, 생기가 없어 기쁨을 주지 못하는 착함은 이렇게 ‘나쁨‘을 억압하는 데서 온다. ... 자유가 있는 곳에 생기가 있고 기쁨이 있다. 예수님처럼 착한 사람, 기꺼이 자발적으로 내어 주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내가 도달하고 싶은 곳이다. - P111

맹목적 착함을 지닌 시절을 지나고, 대책 없는 나쁨이 폭발하는 사춘기를 지나 좋은 어른이 되는 것처럼 우리 안의 ‘선함‘도 자라 갈 것이다. 나만 착하자고 타자를 착함의 수혜자로 두거나 나쁜 사람 만들지 않고, 허세 가득한 나쁜 사람, 상처 유발자가 되지도 않고,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인격을 향해 매일 조금씩이라도 자라는 착하지만 나쁘고, 나쁘지만 착하기도 한 모호함을 견디는 힘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 영적인 성장은 흔히 ‘자기 획득‘과 자기 초월‘ 두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자기 획득이란 ‘자기 인식‘과 ‘자기 이해‘이다. - P114

밤하늘에 치솟은 100개의 빨간 십자가는 100개의 인격과도 같다. 한 사람은 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다. 교회 또한 그러하다. ‘교회‘라 부르면 다 같은 교회인줄 아는 것으로 생기는 문제가 허다하다.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 사람이 어우러져 만든 집단의 생태가 관건일 테니 당연한 결과이지 싶다. 누구에게나 좋은 교회가 있기나 한가, 내게 좋은 교회가 네게도 좋으리란 보장이 없다. - P132

목사와 교회로 인해 상처받아 아픈 이들의 치유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자각‘이다. 과도한 긍정성을 극한의 부정성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사기꾼 아니면 성인 둘 중 하나로 세상의 모든 목사를 분류하려 한다면 아직 아픈 것이다. - P139

사랑한다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사랑의 대가는 인류 최악의 극형 십자가 아니던가! 건강한 교회 속 아픈 사람들의 분노는 교회를 향한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사랑한 만큼 실망하고, 실망한 만큼 분노하니 그 분노는 사랑이다. 그 분노를 몸으로 맞으며 견디며 낮아진 자존감으로 무력해진 목회자 역시 사랑의 다른 이름을 사는 것이다. ... 모두 환자인데 나만 건강하다고 믿는 것이 치유를 불가능하게 하는 착각이다. - P146

모호함을 견디는 것이 어른의 힘이라는 것,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영혼의 중심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성숙한 삶이라는 것을 배웠으니 견뎌야 할 일이다. 텅 빈 손과 낮아진 마음의 공간 안에 생소한 타자가, 새로운 가르침이 조금씩 들어왔다.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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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잠중록 1 잠중록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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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다. 음모와 사건, 신묘막측한 풀이와 통쾌한 한 수 등이 어우러져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흥미진진함, 애절함, 사랑과 원한, 애통, 다양한 감정들이 세밀하게 느껴져서 좋았고, 마치 드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생생한 묘사가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관계를 보여줘서 좋았다. 

주인공 황재하는 남주 이서백 옆에 서야 오로지 그답다. 모든 안온함을 다 안겨줄 수 있는 왕온을 선택하는 것도 여인의 삶으로는 나쁘지 않을 터였다. 오히려 아끼고 돌봄으로는 왕온도 이서백 못지 않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고, 언제든 원할 때 날아갈 수 있도록 신뢰하고 지지해주는 관계의 아름다움만 하랴. 결국 사랑은 그 사람이 그 사람다울 수 있는 자리에 있다. 

이서백에도 오직 황재하여야만 그가 진 영혼의 짐까지 함께 질 수 있을 터였다. 동반자라는 의미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왕온은 물론 뛰어나긴 하나,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자신이 갇힌 사람이었다. 정작 자아는 약했다. 그래서 황재하여야만 자신이 완벽해질 거라는 환상을 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완성하는 일은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가 메꾸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왕온은 마지막에 자신이 선택한 전쟁터에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 자유롭게 날 수 있어야 좋은 관계다. 날다가 지치면 쉴 수 있는 둥지도 되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납득이 됐다. 마지막까지 예측을 할 수 없는 추리소설의 과정도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즐거웠다. 

나중에 시간 나면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서 추리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기도 하다.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얽힘과 풀림이 마음에 남았다. 여러가지 관점에서 다시 읽을 수 있는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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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통은 헛되지 않아요
엘리자베스 엘리엇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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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 극심한 고통을 당하면 사람은 망가지기도 한다.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고통을 이겨내고 현재를 의연하게 살아가고, 미래를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잘 살다가도 해묵은 고통의 그림자만 보여도 온 몸이 조이듯 현실에 묶여버리기도 한다. 

결혼한 지 몇 개월만에 남편이 죽고, 그 남편을 죽인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살다니, 저자는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잘 살아냈다. 남편을 잃은 상처가 있었지만 다시 사랑도 했다. 다가오는 사랑을 상처로 거부하지 않았다. 건강하게 사랑했고, 두 번째 남편마저 병으로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랑도 받아들일 줄 알았다. 떠나보내는 과정이 모두 아팠겠지만 그녀는 아픔에 주저앉지 않았다. 고통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 고통을 딛고 현실을 살아갔다. 아픔도 미움도 품으며 감사하며 살아갔다. 그녀의 삶에 사랑이 있었다. 이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건네줄 수 있었다. 아팠던 고통의 크기만큼 커다란 영광이 주어진 삶은 아니었다. 아무리 영광이 컸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이 쉬이 덮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는 삶에 감사한다. 

내 삶을 다한 후에 이 삶이 감사했노라고,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수록 고통에 무너지지 않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깨닫기 때문이다. 

그저 나답게,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살다가 마지막에 날 쏘아대던 고통의 화살에 넘어지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통 끝에 엄청난 축복과 보상이 주어진다고 기대 섞인 낙관론을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라 좋았다. 삶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축복 외에 더한 축복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그 길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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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처럼 (미니북) - 100쇄 기념 특별판 영혼을 다독이는 작은 책들 1
맥스 루케이도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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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예수님처럼 될 수 있을까?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오래됐지만 그 세월만큼 오래된 질문이다. 이 책도 꽤 오랜 스테디셀러이다. 책장에 내내 꽂혀만 있다가, 내 모습에 환멸이 느껴지고, 내 신앙에 회의가 밀려들 때 꺼내들어 읽어보았다. 과연 '예수님처럼'이 무슨 의미일까? 가능할까? 

오래 사랑 받아온 책답게 쉽고 은혜롭다. 하지만 편하지 않았다. 저자는 자연스럽게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삶을 풀어내고 있지만, 내 삶은 그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생각과 가치관 전체가 갑자기 너무나 생소했다. 내가 얼마나 세상에 찌들어 살았는지, 얼마나 정욕껏 내 욕심에 치중해 살아왔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정말 뼛속 깊이 나는 세상에 물들어 있었다. 

예수님처럼 산다는 게 이렇다는 걸 알고, 머리속으로 되뇌이고, 가슴으로 예수님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다고 해서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난 뼛속까지 죄인인 내 모습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 내용이 나에게 자연스럽지 않다는 데 가슴이 먹먹하다. 어떻게 해야 내 몸에 물든 세상의 진한 때를 벗겨낼 수 있을까?

저자는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그저 예수님만 바라보라고 한다. 삭개오가 예수님을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나무에 올라갔듯이 그저 바라보려는 소망을 놓지 않으면 주님이 부르신다 한다. 지금 부족한 내 모습 그대로 주님은 날 사랑하신다. 내가 무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주님이 날 그대로 두지 않으신다. 그분이 찾아오셔서 날 변화시키실 것이다. 오직 은혜만 바라볼 뿐이다. 

다시 주께로! 그분만이 길이요, 진리이다. 그걸 믿음으로, 은혜에 기댄다. 

하나님을 위해 일하기를 그만두고 하나님과 함께 일하기 시작할 때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날이다 - P87

당신은 독특하게 설계된 "맞춤" 작품이다. 하나님이 당신의 출생을 지정하셨다. 태어날 때 주변 환경이 어떠했든 당신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님은 당신을 계획하셨다.
그렇다면 당신 마음의 소원도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대단히 중요한 메시지이다. 마음의 소원을 무시하면 안된다. 귀담아 들어야 한다. 바람이 바람개비를 돌리듯 하나님은 당신의 소원을 빌어 당신의 삶을 풀어 가신다. 하나님은 당신이 싫어할 일을 시키시기에는 너무나 은혜로우신 분이다. - P135

오늘부터 시작하라. 내일까지 기다리지 말라. 오늘의 잔물결이 내일의 파도가 되고 내년의 홍수가 된다. 오늘 시작하라. 예수님처럼 되라.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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