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통은 헛되지 않아요
엘리자베스 엘리엇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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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 극심한 고통을 당하면 사람은 망가지기도 한다.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고통을 이겨내고 현재를 의연하게 살아가고, 미래를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잘 살다가도 해묵은 고통의 그림자만 보여도 온 몸이 조이듯 현실에 묶여버리기도 한다. 

결혼한 지 몇 개월만에 남편이 죽고, 그 남편을 죽인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살다니, 저자는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잘 살아냈다. 남편을 잃은 상처가 있었지만 다시 사랑도 했다. 다가오는 사랑을 상처로 거부하지 않았다. 건강하게 사랑했고, 두 번째 남편마저 병으로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랑도 받아들일 줄 알았다. 떠나보내는 과정이 모두 아팠겠지만 그녀는 아픔에 주저앉지 않았다. 고통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 고통을 딛고 현실을 살아갔다. 아픔도 미움도 품으며 감사하며 살아갔다. 그녀의 삶에 사랑이 있었다. 이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건네줄 수 있었다. 아팠던 고통의 크기만큼 커다란 영광이 주어진 삶은 아니었다. 아무리 영광이 컸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이 쉬이 덮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는 삶에 감사한다. 

내 삶을 다한 후에 이 삶이 감사했노라고,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수록 고통에 무너지지 않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깨닫기 때문이다. 

그저 나답게,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살다가 마지막에 날 쏘아대던 고통의 화살에 넘어지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통 끝에 엄청난 축복과 보상이 주어진다고 기대 섞인 낙관론을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라 좋았다. 삶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축복 외에 더한 축복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그 길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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