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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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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결국 무엇일까?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밀 할아버지가 모모에게 말했듯, 모모는 사랑했고, 사랑하려 남았다. 앞으로도 사랑하려 한다. 그 마음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자기 앞의 생을 끌어안은 모모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 글을 쓴 사람이 로맹 가리이든, 에밀 아자르든, 작가는 그저 소설 속에 살아있는 모모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자연의 법칙이든, 현실이든 아랑곳없이 사랑만이 사람을 살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랐을지 모른다. 글 쓴 이에 대한 안경을 끼고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허세를, 정작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오만을 그는 통렬하게 비웃었다

소년의 세상은 보지 못한 삶의 진실을 드러내며 미소 짓게 해주었고, 누구보다 통렬하게 진실을 일깨웠다. 작가가 전했던 방식은 묵직했다. 모모의 삶이 너무 시리게 아프고 아름다워서 내내 품고 앓으며 사랑하고 싶다.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 P174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 P307

로맹 가리의 짤막한 유서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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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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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글은 잠깐 바쁨을 멈추는 힘이 있다. 걷다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고 삶의 소소함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하는 힘. 삶에 떠밀린다 싶을 때 시인의 글을 읽으면 참 좋다. 비어가는 감성이 마음에 차오르길 기다리는 시간 같다. 

시인이 군 시절 썼다는 유언은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주된 감정이었다고 한다. 중년을 넘어서며 이제 미래가 아니라 죽음을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갈 때 모아서 남겨야 할 감정이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그의 시가 '사라지는 것들의 유언을 받아 적는 취재나 대필'에 가깝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의 언어에서 남아 있는 자들이 나누어야 할 온기와 애도를 느꼈다. 시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늘 같은 일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어준다.  

평범한 맑은 날에, 시골길을 같이 걷는 듯한, 외로워도 혼자가 아닌 듯한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즐겼다. 책을 접고 나니 손편지는 아니지만 답글을 남기고 싶어져, 간단히 느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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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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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치기를 걷어내고 새롭게 갈무리 해 출간한 개정판이라 한다. 옛날 책을 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새롭게 단장한 책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난 역사에서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책은 아직 관점을 세우지 못한 이들에겐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볼 힘을 키워주고, 관점을 세운 이들에겐 그 지점에서 나아갈 미래를 모색하도록 돕는다. 

처음 이 책을 구성했던 시점이 젊은 시절이라는 게 놀랍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바라본 흐름이 아닌가 싶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책을 시작했다면, 지금은 그 역사를 뒤돌아보며 갈무리 한 점에서 냉전 이후를 바라보는 마음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조심스러웠던지 개인적 사견을 누르며 쓴 글이라 읽기에 다소 건조했다. 

냉전 시대는 내겐 거쳐왔지만 잘 모르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다. 이미 끝났다지만, 이제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역사구나 싶다. 그 시대가 현재에 떨구어놓은 결과들을 바라보며, 이 시점에서 현재를 톺아보고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주었다. 

그런 점에서 잘 정리된 한 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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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포인트 - 작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빅트렌드가 되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규태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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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마케팅을 담당했을 때 읽은 책이다. 그땐 여러 마케팅 책을 읽으며 이 책에서 말하는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보려고 갖은 애를 썼다. 저자가 말한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이라 생각되는 이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내가 만든 상품을 알렸다. 원하는 티핑포인트는 나타나지 않고, 사그라드는 상품들을 볼 때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속시원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그 업무를 그만둬야 했다. 난 마케팅이 맞지 않는다고 좌절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문득 이 책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내 고민했던 문제라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보면 다른 관점이 보일지 궁금했다. 쫓기는 마음이 아니라 조망하는 마음으로 읽어서 그런가, 내용이 좀 더 이해가 잘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집착했던 건 방법론이었는데, 지금 보니 본질을 보아야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난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지금이라고 딱히 더 나이진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이먹으며 사람에 대한 경험이 조금 더 쌓이긴 했다. 단순하게 인플루언서들만 쫒아다닐 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이해와 그 제품에 맞는 사람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를 고민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땐 왜 방법론에만 집착했을까, 젋은 시절 성과에 쫓기던 조급한 마음이 다시 느껴져 안타깝기도 하다. 그때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았다면 좀 더 본질을 고민하며 다르게 접근해 보았을까? 

저자가 마케팅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특별한 통찰력을 가졌기에 이 모든 관계들이 보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특별한 안목에 감탄했다. 아울러 이 책이 가진 깊이가 단지 티핑포인트라는 빅트렌드를 풀어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퍼트리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뭐든 본질에 집중해야 방향이 바로 서는 법인가 보다. 방법론만 찾으며 갈팡질팡하던 젊은 시절의 나를 이 책을 통해 잠시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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