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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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치기를 걷어내고 새롭게 갈무리 해 출간한 개정판이라 한다. 옛날 책을 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새롭게 단장한 책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난 역사에서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책은 아직 관점을 세우지 못한 이들에겐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볼 힘을 키워주고, 관점을 세운 이들에겐 그 지점에서 나아갈 미래를 모색하도록 돕는다. 

처음 이 책을 구성했던 시점이 젊은 시절이라는 게 놀랍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바라본 흐름이 아닌가 싶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책을 시작했다면, 지금은 그 역사를 뒤돌아보며 갈무리 한 점에서 냉전 이후를 바라보는 마음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조심스러웠던지 개인적 사견을 누르며 쓴 글이라 읽기에 다소 건조했다. 

냉전 시대는 내겐 거쳐왔지만 잘 모르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다. 이미 끝났다지만, 이제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역사구나 싶다. 그 시대가 현재에 떨구어놓은 결과들을 바라보며, 이 시점에서 현재를 톺아보고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주었다. 

그런 점에서 잘 정리된 한 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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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포인트 - 작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빅트렌드가 되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규태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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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마케팅을 담당했을 때 읽은 책이다. 그땐 여러 마케팅 책을 읽으며 이 책에서 말하는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보려고 갖은 애를 썼다. 저자가 말한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이라 생각되는 이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내가 만든 상품을 알렸다. 원하는 티핑포인트는 나타나지 않고, 사그라드는 상품들을 볼 때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속시원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그 업무를 그만둬야 했다. 난 마케팅이 맞지 않는다고 좌절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문득 이 책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내 고민했던 문제라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보면 다른 관점이 보일지 궁금했다. 쫓기는 마음이 아니라 조망하는 마음으로 읽어서 그런가, 내용이 좀 더 이해가 잘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집착했던 건 방법론이었는데, 지금 보니 본질을 보아야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난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지금이라고 딱히 더 나이진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이먹으며 사람에 대한 경험이 조금 더 쌓이긴 했다. 단순하게 인플루언서들만 쫒아다닐 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이해와 그 제품에 맞는 사람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를 고민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땐 왜 방법론에만 집착했을까, 젋은 시절 성과에 쫓기던 조급한 마음이 다시 느껴져 안타깝기도 하다. 그때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았다면 좀 더 본질을 고민하며 다르게 접근해 보았을까? 

저자가 마케팅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특별한 통찰력을 가졌기에 이 모든 관계들이 보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특별한 안목에 감탄했다. 아울러 이 책이 가진 깊이가 단지 티핑포인트라는 빅트렌드를 풀어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퍼트리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뭐든 본질에 집중해야 방향이 바로 서는 법인가 보다. 방법론만 찾으며 갈팡질팡하던 젊은 시절의 나를 이 책을 통해 잠시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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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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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는 우리가 삶을 일구는 터전이다. 때로는 앞을 가로막기도 했고, 은신처가 되기도 했으며 재워주고 먹여주기도 했다. 마치 투닥거리며 평생을 살아가는 부부처럼, 운명의 끈으로 묶였다는 말도 과하진 않을 것이다. 이처럼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도 터전의 관점에서 역사를 조망했던 적이 있었던가?

책을 읽으며 익숙했던 지리가 각 나라가 속한 정치, 경제와 삶과 운명과 연계되는 전개가 신선했다. 흩어져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지도 위에서 퍼즐 맞추듯 꿰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연대기적 관점에서만 역사를 바라보는 데 익숙했었다. 나라가 서로 얽히고설키는 문제는 그저 이권다툼으로만 보였었다. 내가 속한 문제가 아니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지리라는 운명에 순응하고자, 혹은 맞서고자 때론 욕망에 사로잡혀 움직인 역사로 바라보자 그들의 싸움이 납득이 됐다. 글로벌 뉴스에서 전하는 보도들이 어떤 배경으로 이루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살아가는 터전의 관점에선 그들이 살아가는 고군분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기도 했다.

지리인간의 본성과 연결하여 타인에 대한 의심원초적 경쟁의 틀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려주어 몹시 유익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좀 더 넓어진 것 같다. 유명세에 기대어 그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들었던 책이지만, 세계 지도를 펼쳐두고 다시 곱씹으며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리는 언제나 운명들을 가두었다. 그 운명은 한 국가를 규정하거나 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것은 세계의 지도자들이 그토록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운명일 수도 있다. - P362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갇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 속에 말이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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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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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늘 가롯 유다의 마음이 궁금했다. 믿고 따랐던 예수를 배반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사단이 그 마음에 팔고자 하는 마음을 불어넣었다는 한 구절에 다 담을 수 없는 그만의 갈등이 있지 않았을까? 자기가 저지른 일을 후회하는 마음은 그 이후 그를 얼마나 괴롭혔을까, 끝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죽기까지 몰고 간 자책감의 깊이를 헤아려보고 싶었다.  

그저 [인간 실격]이 궁금해 펼쳐 읽기 시작한 소설의 다음 편 이야기는 그 가롯 유다의 이야기였다. 순수를 사랑했던 열정, 돌아봐주지 않는 열정이 애증이 되어 마음을 갉아먹는 소리가 담겨있었다. 아, 그 마음이 이럴 수도 있었겠구나, 납득이 갔다. 유다의 속마음을 듣고 싶었던 갈증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팔아넘기는 순간까지의 마음만을 다룬다. 그 이후 그를 좀 먹은 자책감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감정의 연장선이 어떤 파국을 향해 치달았을지 유추가 가능할 만큼 여운이 길다. 

이 후의 마음을 곱씹어보니 회개로 돌아서지 못한 자책감이 영혼을 갉아먹어가는 과정이 문득 사과에 벌레가 생기고 점점 먹혀가다 끝내 썩어 문드러지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거스틴이 이야기했던 악의 생성 과정이 그러했던가...

자기 본위로 시작한 사랑이 증오와 분노로 변하고, 이어지는 자책감이 영혼을 파괴한다는 걸, 나는 굳이 확인하고 싶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듣고 나니 어떠냐고? 마음이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린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돌아서지 않는 내 영혼의 오만이 날 빤히 쳐다본다. 회한이든, 오만이든 늘 이런 감정의 끝은 수렁이다. 구원을 찾았으나 끝내 구원에 이르지 못한 영혼의 외침이 귓가에 맴돌아 마음이 참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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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
남종국 지음 / 서해문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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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가면 꼭 미술관을 방문한다. 자연스레 중세 미술도 스쳐보았다. 처음엔 인상주의나 고전 미술에 비해서 아름다움에 어두움이 드리운 암흑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자꾸 들여다보니 정해진 규칙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고민한 흔적들이 보였다. 그 흔적 앞에 서면 미소가 지어졌다. 한계를 극복하려 찾아 헤맨 붓질과 표현에서 빛이 났다. 중세가 이제 어둡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도 사람은 여전히 자신다움을 찾아 빛을 밝히고 있었다. 점점 중세 미술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생겼다. 관련 서적도 찾아 읽었다.

이 책도 그 와중에 만났다. ‘암흑기라는 편견으로 나도 어둠에 묻힌 보석을 놓칠 뻔했기에 책 소개가 반가웠다. 중세는 알면 알수록 다른 역사와 마찬가지로 현재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십자군 전쟁처럼 맹신에서 행해지는 폭력도 여전하고, 사람을 죽기까지 호도하는 여론몰이도 마녀사냥이라 말하곤 하지 않나. 여전히 삶은 한계와 모순으로 암울하다. 그 암울이 중세의 암흑과 본질상 다르지 않다. 그 가운데 자신다움을 지키려는 노력을 발견하면 위로가 되지 않지 않을까?

불임 여성이 마녀라는 편견으로 억압되기도 했다지만, 책에 소개한대로 그런 편견에 굴하지 않고 다양한 의학적, 종교적, 심리적 방법을 찾아 방법을 간구하려 한 이도 있었고, 다들 자기 권력과 생명 지키기에 급급할 때 죽어가는 환자 옆을 떠나지 않는 의사들도 있었다. 오히려 자기 것을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이들보다 수용하고 도전해 왔던 이들이 어떻게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역사로 보여준다.

저자가 전공학자인지라 중세에 관해 잘 몰랐던 이야기를 알차게 소개해준 점은 좋았다. 설명은 쉬웠으나 내용은 뻔하지 않았다. ‘중세에 관해 이렇게 생각했겠지만, 이런 점도 있었다. 현대와는 이런 면에서 통한다.’를 설명한 중세 입문서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다만 중세에 있었던 사실이 현재에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미일지는 독자가 고민하도록 남겨두었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과 통찰도 좀 더 풍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중세에 대한 암흑을 걷어내고 앎의 빛 가운데로 나오길 원한다면 첫 시작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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