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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ㅣ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평점 :
지리는 우리가 삶을 일구는 터전이다. 때로는 앞을 가로막기도 했고, 은신처가 되기도 했으며 재워주고 먹여주기도 했다. 마치 투닥거리며 평생을 살아가는 부부처럼, 운명의 끈으로 묶였다는 말도 과하진 않을 것이다. 이처럼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도 터전의 관점에서 역사를 조망했던 적이 있었던가?
책을 읽으며 익숙했던 지리가 각 나라가 속한 정치, 경제와 삶과 운명과 연계되는 전개가 신선했다. 흩어져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지도 위에서 퍼즐 맞추듯 꿰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연대기적 관점에서만 역사를 바라보는 데 익숙했었다. 나라가 서로 얽히고설키는 문제는 그저 이권다툼으로만 보였었다. 내가 속한 문제가 아니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지리’라는 운명에 순응하고자, 혹은 맞서고자 때론 욕망에 사로잡혀 움직인 역사로 바라보자 그들의 싸움이 납득이 됐다. 글로벌 뉴스에서 전하는 보도들이 어떤 배경으로 이루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살아가는 터전의 관점에선 그들이 살아가는 고군분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기도 했다.
‘지리’를 ‘인간의 본성’과 연결하여 ‘타인에 대한 의심’과 ‘원초적 경쟁의 틀’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려주어 몹시 유익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좀 더 넓어진 것 같다. 유명세에 기대어 그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들었던 책이지만, 세계 지도를 펼쳐두고 다시 곱씹으며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리는 언제나 운명들을 가두었다. 그 운명은 한 국가를 규정하거나 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것은 세계의 지도자들이 그토록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운명일 수도 있다. - P362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갇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 속에 말이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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