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그리스도 - 율법과 복음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싱클레어 B. 퍼거슨 지음, 정성묵 옮김 / 디모데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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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집안에 잔치가 벌어진 걸 알고 화가 나 집 밖에 버티고 선 큰아들처럼 난 화가 나 있었다. 아버지가 달려 나와 내 것이 모두 네 것이라고 해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했는데.... 이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리라... 율법주의로 살다 율법폐기주의로 화를 풀 때 이 책이 다가왔다. 

율법주의의 반대는 율법폐기주의가 아니다. 율법주의든 율법폐기주의든 뿌리는 하나다. 하나님 아버지를 오해하는 것. 치유제는 은혜 뿐이다. 

힘이 탁 풀렸다. 돌아섰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같은 뿌리를 붙잡고 용을 썼구나. 역시 난 놓은 게 아니라 더 교묘하게 붙잡고 정죄하던 거였구나.

많이 안다 생각했는데 잘못 알고 있던 게 많았다. 바리새인처럼 자기 의의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복음은 은혜가 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은혜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깨닫고 인정하고 돌아서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하지만 내 안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 죄의 본성은 오늘의 깨달음 이후로도 끊임없이 날 참소하러 달려들겠지. 그때마다 꺼내들고 치유제인 은혜를 상기하며, 두고 두고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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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3
이상교 글, 한병호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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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의 흔적이 남는 곳이다. 살림살이가 빠져나가고 사람의 온기도 사라지면 공간만큼 마음도 뭉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그 빈 집을 누가 채우게 될까? 내 인생도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 빈집을 채운 것은 무엇일까? 혹은 내가 누군가의 빈집을 찾아가는 풀꽃이 될 수 있을까?

그림과 이야기가 모두 예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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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 스카이
호머 히컴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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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를 보고 로켓을 날리는 꿈을 품게 된 탄광촌 아이의 이야기다. 아이가 자라난 환경은 선택지가 별로 많지 않다.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광부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는 세상이다. 

하지만 아이에겐 다른 꿈이 생겼다. 어머니는 이제 곧 세상이 바뀔 거라며 아이의 꿈을 응원한다. 희망이 사라져가는 마을에 아이가 꾸는 꿈은 새로운 희망이 된다. 하지만 옛 것을 지키려는 노력과 열망이 그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중심에 아버지가 있다. 

아이는 그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우정을 다져가며, 세상의 호의와 반대를 부딪혀가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마을 전체가 아이의 꿈에 참여해 함께 울고 웃는 장면 하나 하나가 감동적이었다. 

아울러 엄마인 나는 내 아이가 꿈 꿀 때 그 꿈을 이렇게 믿어주고 지지해주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주변에서 퍼주는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 무엇보다 그 토양이 중요함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던 거 같다. 결론이 너무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깊은 울림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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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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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금의 반려묘, 마술사의 시범고양이, 도둑의 조수 고양이...고양이는 백만 번의 생을 살았지만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울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된 순간, 흰 고양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흰 고양이가 죽던 날 드디어 눈물을 흘리게 된 고양이는 백만 번의 눈물을 흘린 후 다시 태어나지 않았다. 

왜 마지막엔 다시 태어나지 않았을까? 사람은 자신다운 삶을 살아보기까지 끊임없이 생을 반복하게 되는 것 아닐까? 자신다운 삶을 찾아서 말이다. 고양이는 자신다운 삶을 살며,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다른 고양이도 사랑할 수 있었다. 

인생은 나를 사랑하고 나답게 살 때, 타인을 사랑하고 더불어 살며, 후회없이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 같다. 짧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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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 김영아의 독서치유 에세이
김영아 / 삼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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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힘들었다. 심리학책은 불편하다. 잘 지낸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옛날 일을 건드린다. 한번 헤집어놓으면 휘몰아쳐 올라오는 감정이 아프다. 혼란스럽다. 왜 굳이 건드려야 하나. 나름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상처 입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를 상쇄할만한 사랑받는 순간도 있었다. 사랑받은 기억으로 돌아서면 감정은 급속도로 안정을 찾았다. 생은 다시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진다. 지금 주어진 삶을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의욕이 돋는다. 하루를 맞이하는 순간도 활기차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돌이켜 과거를 되짚어야 하는가?

물론 지금 내 삶엔 문제가 있다. 글을 쓸 수 없었다. 한 줄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무기력감에 허우적댔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도 시달렸다. 부인할 수 없는 건 이 과정에 반항하면서도 지금 내가 다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냥 과거를 떠올려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잘 웃는다. 마음이 편하고 자유롭다. 늘 쫓아오던 불안과 초조가 사라지고 여유가 찾아왔다. 흔쾌하게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이건 치유다.

두 번째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어찌 됐든 상처 받은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의 나를 위로해야 했다. 지금의 나는 상처 받았던 옛 자아의 어머니이므로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의 말을 들어주고 보듬어야 한다. 지금의 나가 나약해진 순간에 방치된 상처로 사나와진 옛 감정이 내게 덤비곤 한다. “자기 안에 있는 어떤 불편한 감정과 정서로 인해 인간관계나 일상생활에 조금 힘들어합니다. 아주 심한 고통을 겪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마음에 어떤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만들어낸 무엇인가를 자기 안에서 끄집어내고 싶어 여기에 오셨습니다.” 맞는 말이다. 실은 나도 그랬다. 심통난 어린아이처럼 아니라고 우겨도 난 상처를 만들어낸 무언가를 내 안에서 끄집어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내 안에 반응이 일어나고 나도 그들에게 응답하면서 상처가 객관화되면서 치유된다는 걸 이제 좀 알 것 같다.

상처는 그대로 두면 너무나 아프지만 이를 승화시키면 다른 영혼을 치유하는 데 귀하게 쓰일 수 있다.” 서문에 소개된 헨리 나우웬의 말이다. 다른 영혼을 치유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내 상처에 함몰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상처도 볼 줄 아는 마음을 열어주었다. 수없는 흙탕물이 헤집어져 가슴을 휘젓고 다니지만 실체를 파악하고 직면할 용기를 내야겠다책이 내미는 손이 따뜻하다.

독서 치료뿐 아니라 모든 심리치료에서 명료화는 중요한 상담기술이다. 명료화를 통해서 내담자는 무심코 나온 자기 말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한마디로 명료화란 내담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생각과 본심을 명료하게 재정리하는 일인 것이다. - P19

상처 입은 사람들이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현실의 이성적 자아 저 안쪽에 ‘상처 입은 그 순간’의 옛 자아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옛 자아는 지금 나와는 별개의 인격체다. 이해하는 건 지금의 나일 뿐이다. 지금의 내가 자유로워지려면 옛 자아를 달래주어야 한다. 지금 나는 옛 자아의 어머니인 것이다. - P36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기가 한 일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생색내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은 자기 행위에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 자기 욕망을 포기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헌신했는데 정작 그 수혜자에게는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면 그 시간은 의미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체념하느라 힘들었던 시간보다 그 허망함이 더 견디기 어렵다. - P48

빛깔과 무게가 다를 뿐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상처를 지닌 한 인간’으로 사람을 보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미워할 수가 없다. 심리치료는 기본적으로 자기 상처를 씻는 과정이지만 그 전에 남의 상처를 이해하는 일이다. 타인의 아픔을 내 것처럼 아프게 느낄 때 비로소 내 상처도 아물기 시작한다. 또 그런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 - P50

문제의 원인은 빤히 보이는데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막막함. 무엇보다 그 유치찬란한 대립을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한다는 데 대한 진저리. 그런 감정이 어느 순간 맹렬한 증오로 불타올라 다같이 죽자! 하는 정도까지 이르면 거기가 지옥이다. - P54

"현재에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과거로 한 번 갔다 와야 한다." 이것이 전 시간에 내가 했던 말이다. 어떤 아픔이 나를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발목을 잡는다면 그건 현재의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시작된 과거 어느 때로 한 번은 다녀와야 한다. - P94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삶. 무엇인가를 위해 꼬박 밤을 새우는 열정도, 가슴 저 밑에서 뿌듯함이 올라오는 감동도 없는 삶,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없는 삶은 죽은 삶이다. 허무는 별 게 아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그게 허무다. - P119

자기가 화나는 이유를 알았다고 해서 대번에 감정이 조절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늘 겪는 일이다. 내가 지금 뭣 때문에 화가 나 있다는 걸 안다고 해서 화가 금방 수그러들던가? 감정은 감정대로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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