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세트 - 전3권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기간의 걸쳐 전개된 전쟁의 역사는 전투로만 점철되지는 않는다. 여러 차례의 공생 시도와 그에 이은 파탄, 그럼에도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가려 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_십자군 이야기 Ⅲ』 p.530

---------------------

십자군은 왜 싸웠을까? ‘신이 바라신다는 구호가 그들을 예루살렘으로 향하게 했지만, 그뿐이었을까? 겉으로 드러난 명분과 이를 수행하는 이의 속내, 그 가운데 살아가려 한 사람들의 이야기.’ 읽는 내내 착잡함과 뭉클함이 함께 몰려왔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내가 살아가는 현재에 반복되는 어리석음도 있다. 세상만 변했을 뿐,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다. 저자는 옳다고 주장했던 명분이 아닌, 그 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을 들여다보려 했다. 인간을 비추는 통찰력이 현재를 톺아보는 화두를 던져주곤 했다. 맹목적인 신앙이 지닌 부조리와 인간다움을 지키는 신의의 결과를 짚어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자주 들여다보고 싶은 책이다.


역사에 대한 글을 쓰면서 통감하는 것 중 하나는, 정보란 그 중요성을 인식한 자에게만 올바로 전해진다는 사실이다.…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렇게 말했다. "현실의 모든 것이 누구에게나 보이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본다. 보고 싶지 않는 현실도 직시해야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_『십자군 이야기 Ⅲ』 p.380 - P381

옳은 것만 말하는 신이 바란 일이니 옳은 전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따라서 신의 존재가 후퇴한 후에도 ‘옳은 전쟁’만은 남았다. 아니, 적어도 이 정도는 남기고 싶다고 인간이 생각했기에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에 맹위를 떨치고 21세기인 지금까지 계속 남아, 전쟁을 이끌어내는 측이나 이끌려나간 측 모두, 옳은가 옳지 않은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십자군 이야기 Ⅲ』 - P5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심문으로 비밀을 알아낼 수 있고, 고문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을 끄집어낼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살아남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는 게 목적이라면, 궁극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단 말인가? 사람들이 그들을 자신들과 함께 똑같이 개조시킬 수 없듯 그들 또한 사람들의 감정을 변화시킬 수 없다. 설령 그들이 사람들의 말과 행동과 생각을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하더라도, 인간의 속마음까지 공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속마음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p.236.)


 책을 읽으면서 나도 주인공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은 존엄한 거 아닌가, 맞장구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주인공이 변했듯, 내 생각도 변했다. 인간은 속마음까지 망가질 수 있다. 존엄은 폭력으로 사라질 수 있다. 인간이 존엄하다면, 같은 인간이 행하는 폭력도 반대급부적으로 얼마나 지독할 수 있는지 이 책은 보여준다. 영혼까지 망가뜨리는 폭력이 있고, 그 폭력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존엄은 무엇일까? 마음에 묵직한 질문이 주어지는 책이었다. 

"공포와 증오와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결코 지탱될 수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붕괴될 겁니다. 그런 문명은 저절로 파멸하게 됩니다."
"천만에! 자네는 증오심이 사랑보다 심신을 더 피로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군. 왜 그래야 하나?" - P3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 먼나라 이웃나라 2 - 프랑스 먼나라 이웃나라 17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프랑스 국민이 가진 문화에 대한 자부심,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알 수 있는 책. 프랑스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갖추기에도 좋다. 여행을 가기 전에 알면 좋을 프랑스 문화에 대한 상식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정신을 수호하고 이끄는 문화의 저력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사두고 보는 책 욕심에 오래 전 서가에 꽂힌 책이다. 그걸 이제야 읽었다. 그냥 들추었다가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저자가 청춘콘서트를 하던 시절, 젊은이들에게 남기고자 했던 말을 책으로 엮었다. '혁명'이 필요한 건 청춘만이 아니다. 인생 2막은 어떻게 살아갈까, 막막하던 내게도 삶의 혁명은 필요했다. 막힌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타성에 젖어 살았는지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 중년은 경험이 차오르고 삶의 결과를 이루어가면서 꼰대로 규정되는 시기이다. 

그 삶에 안주한다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청춘 때처럼 내 자리가 어디일까 고민하는 시기인 건 마찬가지다. 내 자리인 줄 알았던 자리에서 물러나서 그 다음 자리가 어디인지 고민하는 게 다르면 다르달까... 길어진 노년과 밀려나는 사회 생활 사이에서 내 자리가 불편해지는 시기에 이 책은 처음 내 삶을 찾아 나섰던 때처럼 자기 삶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난 그동안 달리기만 했다. 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길을 찾을 땐 달리는 능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정말로 그랬다. 삶은 이제 멈추라 말하는데 멈추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기억은 자꾸 과거만 떠올렸다. 예전의 기억으로 길을 되짚으려니 이 시대에도, 지금의 나에게도 맞지 않았다. 

"습관적인 타성에 젖은 사람에게서 향기가 날 리 없다"는 저자의 말에서 새로운 삶은 그 타성부터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부터 변하려 하지 않으면 노년은 무색무취를 넘어 악취가 날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도 들었다. 

먼저 그동안 읽어보지 않았던 분야의 책부터 시작하려 한다. 저자의 인문학적 성찰을 접하다 보니 그동안 내가 읽던 책의 세계가 새삼 좁다는 것도 느껴졌다. 저자는 <주역>에서 '막히면 변하라'는 이치를 접했다고 한다. 가슴에 구호처럼 그 말이 새겨졌다. 막혀서 답답했는데 답이 주어진 느낌, 어지간히도 난 그냥 이대로 살고 싶었나 보다. 편안해진다는 게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멈춰있다는 건 편안한 게 아니라 그냥 의식이 죽는 거였다. 삶이 남아있는 시간 동안은 계속 흘러갈 길을 터야겠다. 이쯤 머무르려는 내게 일침같은 책이었다.

  

방황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이며 그것을 넘어선 것이 성취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해야 한다‘는 이유로 ‘할 수 있다‘면 좌절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첫걸음은 지금 내가 반복하고 있는 나쁜 습관 하나를 버리는 것이다.

축복은 갈망하던 그것을 얻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정련되고 다듬어진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습관적인 타성에 젖은 사람에게서 기나 향기가 느껴질 리 없다.

길을 찾을 때 달리는 능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통령의 글쓰기>도 읽었고, <회장님의 글쓰기>도 읽었다. 그런데 또 '글쓰기'책이 나왔다. 이번엔 '글쓰기' 앞에 저자의 이름을 붙였다. 한 사람이 '글쓰기'라는 주제로 3권이나 되는 책에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늘 다른 사람의 뒤에서 진짜 나를 숨겨야 했던 저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쓴 '글쓰기'는 달랐다. 다른 사람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자신을 수없이 버려야 하는 글쓰기와, 이제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고 다가서는 글쓰기는, 먼저 삶이 다르다. 

저자의 책은 이론보다는 경험담이다.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으로 살던 삶이 다르고, 회장님의 비서였던 직장인의 삶이 다르고,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자기 인생을 시작하는 남편이자 한 인간의 삶이 다르다. 풀어내는 이야기가 달랐고, 생각의 방향이 달랐다. 그 와중에 글은 한결같이 읽기 편하고 구체적이고 재미있었다. 

무협지를 보면 진짜 고수는 자기의 내공을 드러내지 않는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어려운 공격을 막아내고, 쉽게 적을 제압한다. 그런 고수구나 싶었다. 글쓰기 책이지만 자기 삶을 찾아가는 삶의 선배로서 하는 조언도 되새길 말이 많았다. 밑줄 그은 말도 많다. 

저자는 수많은 글쓰기 책을 읽고 정리했다고 하지만, 그 정리도 자신 안에 소화하고 다시 풀어낼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정말 다른 책들은 읽지 않아도 될 만큼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방법론이 알차게 정리되어 있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이를 먹어가며 경험으로 넘겨 짚고 시도하지 않는 일이 많은데, 이 책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하는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저자가 다음에 글쓰기 책을 또 쓴다 해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어볼 것 같다. 

책을 쓴다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나를, 혹은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책을 쓴다. 책 쓰는 고통을 온전히 홀로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의 결과로 책이라는 자식을 낳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