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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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심문으로 비밀을 알아낼 수 있고, 고문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을 끄집어낼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살아남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는 게 목적이라면, 궁극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단 말인가? 사람들이 그들을 자신들과 함께 똑같이 개조시킬 수 없듯 그들 또한 사람들의 감정을 변화시킬 수 없다. 설령 그들이 사람들의 말과 행동과 생각을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하더라도, 인간의 속마음까지 공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속마음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p.236.)


 책을 읽으면서 나도 주인공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은 존엄한 거 아닌가, 맞장구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주인공이 변했듯, 내 생각도 변했다. 인간은 속마음까지 망가질 수 있다. 존엄은 폭력으로 사라질 수 있다. 인간이 존엄하다면, 같은 인간이 행하는 폭력도 반대급부적으로 얼마나 지독할 수 있는지 이 책은 보여준다. 영혼까지 망가뜨리는 폭력이 있고, 그 폭력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존엄은 무엇일까? 마음에 묵직한 질문이 주어지는 책이었다. 

"공포와 증오와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결코 지탱될 수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붕괴될 겁니다. 그런 문명은 저절로 파멸하게 됩니다."
"천만에! 자네는 증오심이 사랑보다 심신을 더 피로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군. 왜 그래야 하나?"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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