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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번역이란 무엇인가 - 살림지식총서 338 ㅣ 살림지식총서 338
이향 지음 / 살림 / 2013년 8월
평점 :
독자로서 번역서를 볼 때 잘 읽히는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다 잘 읽히지만 전문적인 분야에서 용어나 개념 이해가 잘못된 책을 읽으면 갑자기 책에 대한 신뢰도가 확 떨어진다. 그 책이 잘 읽히든 안 읽히든 이미 잘 모르는 소리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책읽는 기쁨을 빼앗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어떤 번역이 옳은가 늘 궁금했다. 나름대로는 둘 다 잘해야지 싶었다.
이 책은 그런 논의를 시작점부터 차근차근 짚어준다. 그리고 단순히 출판 번역물만 생각했던 내 관점을 번역의 본질과 업의 다양함도 있음을 깨닫도록 넓혀주었다.
저자는 번역이란 아포리아를 다루면서 굳이 옳은 번역과 잘못된 번역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를 찾아간다. 좋은 번역이 갖출 수 있는 요소들을 다양하게 다루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내야 하는 번역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독해와 번역이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구별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 중 유독 이해가 되지 않았던 책들이 바로 그 맥락을 찾을 수 없어서였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분석할 때 맥락을 더 유의해서 보아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끝으로 번역이란 전략적 선택의 과정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기에 인간의 번역이 기계 번역과 다른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는 설명은 번역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글을 좋아하고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부쩍 읽고 싶은 원서들이 많아지면서 그 책들을 누가 번역했나 꼼꼼하게 따지는 일이 늘어간다. 그에 따라 책에 대한 이해와 만족도가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선택의 기준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번역이란 무엇인지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해 나가기에 좋은 출발점을 제공해주었다. 전체를 아우르는 개괄서로 잘 균형잡힌 책이다. 몹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번역의 경우, 그 목적은 서로 다른 언어 간의 소통에 있다. 따라서 해당 문장의 이해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관건이다.
‘맥락‘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앞뒤 문장과의 논리적 연결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사가 알고 있는 사전지식, 정황에 대한 정보 등을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번역사는 이렇듯 주어진 맥락에 따라 최종적인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맥락 없이 주어지는 텍스트를 옮기는 작문, 독해 작업과 번역을 구분 짓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소이다. 번역은 맥락과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번역자는 항상 주어진 텍스트를 상황 속에 위치시키고 그 속에서 적절한 번역을 찾아내어야 한다. 철학자 리쾨르(Ricoeur)가 말한 것처럼 번역은 단어에서 문장, 맥락, 문화,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문화, 맥락, 문장으로 좁혀가는 작업인 것이다.
직역, 의역, 원문에의 충실성, 가독성, 표현력
결국 번역능력은 단어 대 단어 치환 능력, 구문 분석 능력, 의미 분석 능력, 문맥을 감안하는 총체적인 능력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 번역능력의 핵심이 언어능력이 아닌 일련의 선택과 결정 능력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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