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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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료가 드디어 자신의 구도를 결론짓고 싶어하나 보다.
그간 코엘료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었다. 연금술사에서 시작된 그의 구도적 소설이
나 자신의 영적 순례에도 적잖은 위로와 조언을 주었었다. 공감했고, 친구를 얻은 듯 기뻤다. 그런데 이제 그는 그간의 구도자적 여행의 방향을 결정한듯 하다.

포르토벨로의 마녀에서 그는 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신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이제 신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신을 파악하고 어느 속성을 논할 만큼 되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의 이 정점에서 나는 이제 그를 떠나야 함을 느낀다.
그가 도달한 길이 내가 찾고 싶던 길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난 인간이 자아를 찾기 위해 추구하는 온갖 지적, 영적, 심리적 여정 중
어떤 것을 생각하고 느끼며 추구해가는지 코엘료만큼 대중적이면서 정확하게 짚어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저자 역시 어떤 영적 추구의 도에 다다른 사람 같다.

코엘료는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통해 전통적인 신의 개념과 선과 악의 개념도 새로 바라보고 싶어한다. 실은 아테나를 선이라 하고 싶으나 전통이 마녀라 칭한다 은근 항거한다. 

하지만 난 전통의 편에 서고 싶다. 기득권의 고수로서의 전통이 아니라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코엘료의 결론처럼 스스로가 무아지경의 경지에 도달아야 해방감을 맛보는 일은 없을거라 믿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히려 자신에게 절망하고, 죄된 본성에 직면할 때에야 비로소 자아에서 벗어날 수있다. 결국 자신을 완성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을 벗어남으로서 선은 우리 안에 자리를 발견한다. 하지만 코엘료는 아직 자아에게서 어떤 희망을 꿈꾼다...그래서 여전히 자아를 사랑하고 그 사랑의 극치를 아테나라 칭한다...신의 여성성...어머니...

그건 바라는 바일 뿐 현실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진실의 단면도 아니다. 진실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다른 결론일 뿐이다. 그래서 코엘료와는 이번 책을 끝으로 길을 달리할까 한다. 물론 그의 다음번 책이 어느 여정일지 궁금할것 같긴 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열광적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집어들진 않을 것 같다. 매니아로서 코엘료 전작주의자가 아니라면 이번 책은 그리 권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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