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평점 :
기독교는 하나님을 알라고 가르친다.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은 뒷전으로 밀린다. 인간에게 주어진 정답은 그저 '순종'이다. 그 간극에 놓인 수많은 인간적 고민과 분투를 건너뛰면서 오히려 맹신과 위선이 똬리를 튼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며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성경 이야기의 이면에 묻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런 생각이었겠구나, 그들의 고민과 상처를 들으며 안도감이 드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삶도 나처럼 고민과 싸움의 소용돌이 속이었다. 인정은 했지만, 이해는 하지 못해 속으로 삭히다 허기가 되어버린 빈 구멍이 있었다.
지독하게 인간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몹시 고팠던지 책을 펼치자마자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듣고 나니 오히려 그들이 고민한 사랑이 무엇인지 더 절실하게 와 닿았다. 성경 읽기가 조금은 숨이 트였다.
저자는 자신의 소설들이 위대한 원작을 가리키는 수줍은 손가락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 손가락을 덥석 붙잡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이야기를 잇겠다고 약속해달라 매달리고 싶기까지 하다.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_작가의 말 중에서
탐식이라는 증상을 통해 표현된 영혼의 고갈, 무기력에 가까운 신중함, 이해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것에 대한 몰두, 혹은 삶에 대응하려는 의지의 결핍 같은 것_68%
인정은 하게 되었지만, 이해는 할 수 없어서 줄곧 힘들어하셨지.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인정은 하게 되었으므로 순종하면서도, 어머니의 그 지독한 허기와 식탐은 그 갈등이 스스로 만든 출구였을까, 어머니는 신을 ‘살피시는 분‘이라고 불렀어._64%
이미 늙어 눈이 어두웠던 아버지,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던 아버지는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이십 년 이상을 더 살았다. 죽음을 예감하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음껏 축복하겠다던 이삭의 긴 생명 연장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버지가 일찍 숨을 거우었다면 어쩌면 에서는 정말로 살인자가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막기 위해서였는지 아버지는 아주 오래 살았고, 그 사이에 에서는 시간과 함께 원한으로부터 풀려났다. 그리고 어쩌면 이삭은 자기 의도대로 되지 않은 그 축복 사건을 통해 최선을 뛰어넘는 최선, 법과 도리를 넘어서는 신의 섭리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자기 생각을 앞세워 바꾸려고 해도 신의 뜻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는 신의 뜻을 헤아리려는 시도를 멈추고 아버지처럼 온전히 복종하는 사람이 되었다. 음식에 대한 허기와 탐식도 그와 함께 사라졌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이삭이 죽을 때 두 아들이 그를 조상들 곁에 묻었다._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