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사과의 언어
게리 채프먼.제니퍼 토머스 지음, 김태곤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인생을 변화시킨 책. 하면 난 이 책의 전작 [5가지 사랑의 언어]를 떠올리곤 했다. 인간 관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은 물론 사랑이 감정의 유효기간 2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지속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책이었다. 

그 기대감에 이어 이 책을 펼쳐 읽어나가면서는, 역시 필요에 맞지 않는다면 책은 아무리 좋아도 무용지물인건가 싶게 밋밋했다. 별다르게 난 사과해야 할 이도, 사과받고 싶은 일도 없었다. 또 책에서 나오는 상황들이 공감이 가는 것도 없었다. 읽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덮으려는 찰나 한 챕터가 눈길을 끈다. 사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관계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 이유들. 곰곰히 생각해봤다. 

저자의 지적대로 관계가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 내 삶에 사과할 일 없었으면 했고, 사과받을 일 없었으면 했다. 적당히 거리두고 살면 그럴 일 없어진다. 서로 미안할 일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가까운 부딪힘들이 있었다는 거다. 난 그걸 거부하고 살아왔다. 나름 편히 잘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나만의 담을 쌓으며 살고 있는 거였다. 

관계를 잘 맺어가기 위해 사랑하는 법을 아는 건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 방법을 알길 바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관계가 친밀해지면 친밀해질수록 서로 다른 사람끼리 마음이 상하는 일도 늘 생기기 마련이란 거였다. 중요한 건 그 관계의 회복을 위해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이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상호작용이 진정한 관계의 또 다른 면이기도 한 것이다. 

어쩌면 나는 아무런 부대낌도 없는 관계가,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하는 관계만이 이상적이라 꿈꿨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은 어느 누구도 완전하지 않다. 알게 모르게 실수하고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산다. 아무리 잘해보려고 노력한다 해도 말이다. 그 와중에 서로의 잘못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가의 문제는 건강한 관계를 위한 또 다른 축이 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은 단지 그 관계의 친밀감을 거부하는 둔감한 양심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책을 다시 읽으니 내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삶은 결코 편히 살아진다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문제에 직면하고 사과하고 사과받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는 삶이었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용기와, 나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용서와 잘못에 대한 분별이 내 삶에도 필요했다. 

이 책을 통해서도 난 내 삶의 또 다른 지평을 열게 되었다.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하나 하나 또 다른 관계의 진리를 경험해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귀중한 도움이 되었다. 관계를 직면하고자 한다면 오래 오래 내 기억에 남아 날 채찍질해줄 귀한 책을 만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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