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전쟁 그것은 신의 뜻이었다! 한길 히스토리아 1
W. B. 바틀릿 지음, 서미석 옮김 / 한길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고 나서 십자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십자군을 둘러싼 시대 배경을 보여준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는 느낌이랄까.

왜 십자군 전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는지 정치, 사회적 맥락부터 시작해 사람들이 호응할 수 있었던 종교적, 인간적 동기까지 설명해 주어 아주 좋았다. 저자가 유럽 입장에서 설명한 건 아닐까 하는 우려와 달리, 이슬람 측의 입장과 서구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애쓴 점도 돋보였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다 보니 논평을 아껴서, 서술이 건조한 점은 좀 아쉽다. 덕분에 각자의 입장을 주장한 책들이 궁금해졌다. 양측의 관점에서 쓴 책도 읽어봐야겠다.

저자는 십자군 전쟁을 서로 다른 세계와 문화가 만나, ‘차이에서 생긴 거대한 틈에서 불신과 오해를 반복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추구하는 이상이 다 다르다. 때론 타협하면서 공존할 방법을 찾고, 때론 대립하면서 추악한 파멸로 치닫기도 한다. 현명한 이가 나타나 사람을 살리기도 하며, 어리석은 이가 나타나 무수한 생명이 사라지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용기와 미덕이 얽히고설켜 장대한 서사시가 펼쳐진다. 그 서사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십자군 전쟁사는 인간 군상을 비춰주는 수정구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말을 아꼈지만, 저자는 십자군 전쟁이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기쁨도 없이 오로지 불행만 있었던 쓰디쓴 경험이었다는 서술을 남긴다. 읽고 나서 마음 한쪽이 착잡해지기도 했다. 이 역사에서 우린 조금 나아졌던가. 여전히 욕망의 전장에서 뒹구는 느낌이다. 이토록 처참하지 않길, 어제보다 더 나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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