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즐거움 - 인문학자 김경집의 중년수업, 개정판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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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대로 살아야 하는 법이라던 어른들의 말씀이 안주하라는 붙잡음 같아서 가슴이 답답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 오랜 세월은 아니지만 저자처럼 이제 경거망동하기엔 부끄러운 나이가 되어서야 그 말이 안주하라는 말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결대로 사는 삶, 저자는 결대로 사는 삶을 편안하게 보여준다. 옹이지지 않는 그 삶이 한켜 한 켜 쌓인 나뭇결처럼 자연스럽고 따뜻하다. 

아직 저자의 나이가 되기엔 두엇 해가 남았지만 그 세월을 마저 살아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처럼 편안할 수 있을까? 마치 흐르는 물을 보는 듯 하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내 삶이 흐르는 물 같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은 물 흐르듯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갑자기 움켜쥐던 모든 것들이 결따라 그냥 흘러가게 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리 저리 떠도는 마음을 격랑처럼 표현하는 게 아니라 유유히 흐르는 장강처럼 털어놓는다. 그러면서도 고여 있지 않고 흐르고 있음에 감사한다. 아직 흘러가야 할 목적지가 멀리 있음도 떠올린다. 

지금 있는 자리가 끝이 아니라고 감사하는 고이지 않는 태도와 앞으로 가야 할 물길을 바라보는 살아 있음의 의지, 그럼에도 서둘러 가지 않겠다는 여유로움이 지금 배워야 할 삶의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멈춰서서 마음을 다독이고 생각을 정리하며 나이듦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에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유롭지 않아도 읽다보면 여유로움이 스며들게 되는 그런 책이다. 

예순이 되어서도 제 귀는 여전히 날이 서서 동글동글 막힘 없이 옹이 없이 듣지는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괄괄하게 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흔들리고 고뇌하는 것은 어쩌면 이제야 삶의 진면목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에는 이미 서리가 내리고 돋보기를 써야 가깝고 작은 글씨들을 읽게 되었지만 비로소 청춘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삶이 이 믿음을 받아줄지 거절할지 그건 저도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 배반당한들, 그 때문에 삶이 무기력하지 않고 꿈틀거릴 수 있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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