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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가 그리는 일제 강점기는 참담하지 않다. 그저 담담한 기억이다. 그 시대에 태어나서 그 시대를 살아가기에 받아들이는 일상. 어린아이의 시선이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주관적인 개인의 이야기인데도 오히려 객관적으로 들리는 건 작가가 자신의 민낯도 위선도 감추지 않으려 애썼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애씀 안에 참된 인간이 보였다.
그 시대의 시선을 담담히 따라가다 결국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으로서의 자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격난이 휘몰아쳤다. 좌나 우냐를 알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바뀌는 세상에 떠밀렸을 뿐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의식을 명료히 하면서 시대를 분별하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닥쳤기 때문에 겪어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는 성장했다. 어느새 마음이 다져졌다. 강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니 또 그리 떠밀렸다고 하기엔 마지막 결심엔 확실한 자의식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깨달았고 받아들이는 그 찰나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모두 그렇게 강해졌고 그렇게 살아냈구나. 고통은 우리를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강하게도 한다.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참아내렴. 결국엔 강해져 있을 것이니. 그 메시지가 울컥 위로가 되기도 한다. 단지 버티기만 해도 얻어지는 것이 있구나.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란 희망. 작가의 마지막 결심이 나의 결심이 되는 동화. 그래서 내 아이에게도 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삶은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증언할 가치가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