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아베 아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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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아키코 - 카프네

2025 서점대상 1위, 아베 아키코의 <카프네> 카프네는 포르투칼어로 다른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를 말한다. 뭔가 안심이 되고 위로해주는 듯한 그 행위가 무엇일까 잠깐 고민해보았다. 이 소설에선 그 사람이 사는 곳을 깨끗하게 정리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는 것으로 설명한다. 아무리 절망스럽고 힘든 일이 닥쳐오더라도 사람은 깨끗한 집과 따뜻한 음식만 있다면, 무엇보다 자신을 그만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간혹 힘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러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집안 정리 같다. 침대 위를 엉망으로 만들고 대충 옷을 집어 던져 놓거나 거실장 위에 쌓인 먼지를 모른 척 하고 설거지를 다음으로 미룬다.

남편에게 제대로 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이혼 당하고 의지하고 아끼던 남동생이 급사한 뒤로 가오루코의 인생도 비슷했다. 정상적으로 보이고 평범하게 직장 생활도 유지했지만 인스턴트 음식을 대충 먹고 집에 돌아와선 술을 즐기며 엉망으로 살았다. 그러다가 남동생의 유언에 따라 여자친구에게 유산을 남겨주려고 세쓰나를 만나고 그녀의 삶이 바뀐다. 가오루코의 삶도 바뀌고 그녀가 도우러 다니는 사람들의 삶도 바뀐다.

🔖그러나 오늘, 누군가를 도울 수 있었다. 고작 두 시간이었고 심지어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은 나다.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

어쩌다가 죽은 남동생의 전여자친구와 파트너를 이뤄 봉사 활동을 다니게 된 것일까. 하지만 그 활동으로 가오루코는 자신의 존재를 찾아나갈 수 있었다.

🔖이제 하루히코도 없고 기미타카도 없다. 그래도 좋은 것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만은 아닌, 앞으로의 내 인생을.

너무 절망적이라서 더는 내 인생에 좋은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을 때에도 그럼에도 좋은 것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만은 아니라는 이 문장이 좋았다. 어쨌든 늘 희망은 있으니깐.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인생에도 또 배가 찢어질 만큼 웃는 날은 찾아올 것이다.

이제는 1인 가정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 이웃 간의 무관심은 당연하다. 그런 고독하고 외로운 상황 속에서 이런 소설이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소설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점도 그런 삭막한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중요하다는 걸 막연히 느끼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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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뱀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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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르메트르 - 대문자 뱀

피에르 르메트르가 데뷔도 하기 전에 썼던 미발표 초기작 <대문자 뱀>이 작가 설명에 따르면 거의 수정되지 않은 채 출간 됐다. 작가가 작품 활동을 시작하던 순간, 그 번뜩이며 패기 넘치는 스토리와 문장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이력도 모르는 상태에서 받아들게 된 이 책, 안 읽었으면 어쩔 뻔했지? 또 한 번의 최고의 작품을 그냥 놓칠뻔 했잖아? 

추리와 미스터리 장르는 자주 읽지 않은 나는 그 기준이 꽤 높은 편이다. 알고 봤더니 옆사람이 범인이었다든지, 전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가지고 와서 반전인 척 하는 것이 영 달갑지 않았다. 이미 명확하게 살인자로 등장하는 킬러 60대 여성, 마틸드가 정해진 상황에서 결말까지 이어지는 그 서슬퍼런 상황들과 도무지 피해갈 수 없는 그녀의 총알, 마지막 그녀에게 남겨진 결말까지 끝까지 땀을 쥐게 한다.

레지스탕스 출신의 아주 잔인하고 깔끔한 실력을 가진 60대 노부인 마틸드, 평범한 의사 남편과 결혼하여 딸까지 있는 그녀가 그 킬러라고는 누구도 쉽게 의심 하지 않지만, 이성적인 바실리에브 형사가 처음 그녀에게 의문을 품기 시작하며 점점 그녀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어쩌면 정신분열을... 그녀는 자꾸 사건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고 심지어 타겟이 아닌 여성을 완전히 착각하여 살해하기도 한다. 이제 아들과 함께 살며 행복하게 지낼 일만 남은 그 여성을 말이다. 웬만해선 모든 주인공에게 이입하여 응원하는 나도 마틸드 만큼은 응원하지 못했다. 무자비하게 개를 세 마리나 죽여대는 이 여성, 과연 언제 죽는 지 보자는 마음으로 읽어간 그 결말. 어찌나 통쾌한지! 그 마지막 분노의 질주를 꼭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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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30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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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죔레는 거기에


드디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 <죔레는 거기에>를 읽었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은 것은 내 나름의 도전이었는데 처음부터 길고 지루한 문장일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몇 장 만에 그런 나의 편견은 박살이 났는데, 충분히 재밌고 흥미진진하며 처음부터 걱정했던 그 긴 문장 역시 읽다가 길을 잃을 만큼 난해 하지 않았다. 

가끔은 이게 그냥 한 문장이란 사실을 잊고 집중하기도 했다. 그러니깐 긴 문장이 라슬로의 책을 읽는 데 장애물이 될 거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이 책은 라슬로의 작품을 헝가리어에서 한국어로 처음 번역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한국 독자들에게 다가온 작품이라 그런지 더 사랑스럽다. 

<죔레는 거기에>에서 죔레는 이 소설 속 주인공 요지 아저씨의 반려견이다. 그에게는 이미 몇몇의 반려견이 있었고 또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해 떠나보낸 적도 있지만 그 개의 이름은 늘 죔레였다. 죽고 새로운 강아지가 오면 또 죔레가 되는 것이다. 

요지 아저씨는 그냥 은퇴한 노인이 아니다. 그는 아흔 두 살을 넘겼으며, 헝가리 왕가의 후손으로 유일하게 왕위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늘 산 속에서 조용히 살던 그에게 군주제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며 그의 조용한 삶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 그래, 마음껏 뛰어라. 내 사랑, 실컷 뛰어라. 아직 젊으니 움직여야 한다. 네가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바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유일한 살아 있는 사랑이고, 나에게는 너 하나뿐이야. 죔레야, 이걸 이해해야 해, 

조용히 살아가던 요지 아저씨는 권력에 의해 굴복하게 되지만, 그 모순과 부조리를 뛰어넘기 위해 시도한다. 결말이 워낙 인상적이었고 특별히 스웨덴 소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첫 시작과도 비슷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 전혀 상관없는 소설이지만, 요지 아저씨의 마지막도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단 생각을 했다.

자신의 삶이 국가 권력과 타인에 의해 순식간에 망가지는 것을 봐야 하는 요지 아저씨,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으로 살기 위해 그 모순된 사건을 헤쳐나가려는 것까지 모두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을 먼저 접해보고 싶다면 <죔레는 거기에> 부터! 재밌는 사건과 사랑스러운 요지 아저씨까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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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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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루니 - 인터메초

샐리 루니의 기대작이며 출간과 동시에 화제작이 된 작품 <인터메초> 음악과 체스에서 등장하는 용어를 써서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의 세계로 들어가 버린 두 형제의 복잡다단한 일상을 그려냈다.

600페이지의 분량에 처음 시작은 조용해서 살짝 지루함도 느껴졌는데 200페이지를 넘기며 많지도 않은 각 등장인물의 서사에 끌려 아주 몰입해서 읽게 됐다. 내가 20대였다면 피터에겐 불륜남이자 그저 그런 남자의 인상을. 아이번에겐 연애도 못하고 사회성도 부족한 찌질이 인상을. 마거릿에겐 중년의 위기에 좌절한 인상을. 나오미에겐 그저 잘못돼버린 MZ 세대의 인상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배울 점이 없는 등장인물들에게 별다른 매력도 못느끼고 인물들 때문에 이 소설 자체를 잘못 평가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다행히 30대를 넘기고 다양한 사회 경험,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다 그만한 사정이 있음을 배우고 난 뒤에 읽어선지 난 모든 등장인물들을 충분히 이해하며 그래서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 하느님을 믿게 돼요.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이에요. -264P

🔖그 사람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잘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다면 그게 어떻게 사랑이에요? -356P

🔖이 세상에는 선과 품위의 여지가 있어, 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꼭 해야 하느 일은 타인의 결점에 대해서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380P

🔖항상 통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어. 어떻게 되는지 두고보자. 어쨌든 계속 살아보자. -마지막 문장

올해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시기에 이 책을 읽어서 정말 좋았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삶에 대해서 이처럼 애착을 갖게 해주는 말이라니. 우리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위태로울지 알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결국 죽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꿋꿋하게 잘 살길 바라는 강인한 의지처럼 남은 내 삶을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누구도 완전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며 응원했다. 바깥에서 보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일 것이다. 결점을 찾지 말고 선의를 믿으며 그들의 사정을 헤아려 보면서. 어쨌든 삶을 이어가게 하는 의지.

이 책에선 두 형제의 연애를 중심으로 풀어내지만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다. 가족은 쉽게 와해될 것처럼 보여도 다시 돌아오는 곳이다. 집이란 공간을 공유하고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며 무엇보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를 잃고 더욱 끈끈해진 형제 덕에 막연한 결론임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서로가 있으니깐 그들은 분명 잘 헤쳐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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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 그림책 - 지혜롭게 나이 먹는 인생 키워드
탁소 지음 / 싱긋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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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소 - 나이 먹는 그림책


나이 먹는 게 문득 무서워 질 나이가 되었다. 불과 몇 년 후면 나는 모두가 인정하는 <중년>이 될 터... 아직은 젊다고 생각했는데 중년이 되고 난 나는 이제 겉으로도 속으로도 마냥 젊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겁이 나는 건 겉과 다르게 내 속은 하나도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는 점. 아마 나이가 먹어서 무서운 건 밖으로 드러나는 노화보다 하나도 여물지 못한 내 속 때문이 아닐까.

노화를 나쁜 것처럼 늙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말하는 미디어 사이 속에서 제대로 나이 먹기 위한 용기를 주는 책, <나이 먹는 그림책> 나이 안 먹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그냥 누구나처럼 나이 먹고 싶은 사람도 없다. 어떻게 하면 나이마다 현명하게 나이를 먹을 수 있을까.

처음 태어나 100세에 이르기까지 매년 우리에게 주는 용기와 희망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걸 좀 더 일찍 읽었으면 좋겠다 싶다. 물론 10대, 20대의 내가 이 책을 읽었어도 그 젊음에 취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정말 도전해보고 뭐든지 실천해보는 그런 즐거움을 느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후회는 금물. 지금 내 나이에 맞는 일들을 더 시도해보며 앞으로의 날들은 좀 더 후회 없이 살아보고 싶다.

🔖꿈의 뜀틀을 세워봐
처음부터 높게 세우지는 마
가뿐히 넘을 수 있는 높이로 세워
성공의 기쁨을 느끼는 게 먼저야

최근 들어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생각하면서 이 글귀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처음부터 잘하고 완벽하려고 하면 뭐든지 금방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다. 다행히 요즘엔 조금씩 조금씩 노력 중이다. 운동도 외국어도 업무도. 조금씩만 노력해보자. 1년 뒤엔 얼마나 발전해 있을 지 기대하며.

올해 초 읽었으니 내년 초에 다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과연 1년 간 책에서 말한 대로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았는지, 욕심은 조금 버렸는지 경험은 더 해봤는지 점검해가면서. 귀여운 일러스트와 희망의 글귀! 독서를 재미로도 하지만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부분도 잊을 순 없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한 번쯤은 이렇게 한 번쯤 쉬어서 돌아봐야 한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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