죔레는 거기에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30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죔레는 거기에


드디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 <죔레는 거기에>를 읽었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은 것은 내 나름의 도전이었는데 처음부터 길고 지루한 문장일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몇 장 만에 그런 나의 편견은 박살이 났는데, 충분히 재밌고 흥미진진하며 처음부터 걱정했던 그 긴 문장 역시 읽다가 길을 잃을 만큼 난해 하지 않았다. 

가끔은 이게 그냥 한 문장이란 사실을 잊고 집중하기도 했다. 그러니깐 긴 문장이 라슬로의 책을 읽는 데 장애물이 될 거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이 책은 라슬로의 작품을 헝가리어에서 한국어로 처음 번역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한국 독자들에게 다가온 작품이라 그런지 더 사랑스럽다. 

<죔레는 거기에>에서 죔레는 이 소설 속 주인공 요지 아저씨의 반려견이다. 그에게는 이미 몇몇의 반려견이 있었고 또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해 떠나보낸 적도 있지만 그 개의 이름은 늘 죔레였다. 죽고 새로운 강아지가 오면 또 죔레가 되는 것이다. 

요지 아저씨는 그냥 은퇴한 노인이 아니다. 그는 아흔 두 살을 넘겼으며, 헝가리 왕가의 후손으로 유일하게 왕위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늘 산 속에서 조용히 살던 그에게 군주제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며 그의 조용한 삶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 그래, 마음껏 뛰어라. 내 사랑, 실컷 뛰어라. 아직 젊으니 움직여야 한다. 네가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바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유일한 살아 있는 사랑이고, 나에게는 너 하나뿐이야. 죔레야, 이걸 이해해야 해, 

조용히 살아가던 요지 아저씨는 권력에 의해 굴복하게 되지만, 그 모순과 부조리를 뛰어넘기 위해 시도한다. 결말이 워낙 인상적이었고 특별히 스웨덴 소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첫 시작과도 비슷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 전혀 상관없는 소설이지만, 요지 아저씨의 마지막도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단 생각을 했다.

자신의 삶이 국가 권력과 타인에 의해 순식간에 망가지는 것을 봐야 하는 요지 아저씨,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으로 살기 위해 그 모순된 사건을 헤쳐나가려는 것까지 모두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을 먼저 접해보고 싶다면 <죔레는 거기에> 부터! 재밌는 사건과 사랑스러운 요지 아저씨까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