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 논쟁은 줄이고 소통은 더하는 대화의 원칙
제퍼슨 피셔 지음, 정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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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슨 피셔 - 잠시 멈춤


대화는 끊이지 않고, 끊을 수도 없다. 현명하게 대화하지 못해서 늘 밤마다 후회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추천해보고 싶은 책.

처음엔 직장생활에서 슬기롭게 대화할 방법을 배울 요량으로 읽었는데, 읽을 수록 내가 자주 대하는 가족 친구들에게 현명하게 말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감정을 못 이기고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을 것이다. 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상대방을 이기려고 들기 때문인데, 우리가 가장 원하는 건 이기는 것이 아니지 않나.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길 바란다면.

🔖논쟁에서 이긴다고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첫 도입부터 지난 언쟁들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실상 이긴 것 같지도 않았던 결말들. 결국엔 서로 마음만 불편해지고 말았던 순간들. 대화에서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지 드러나는 순간이다.

🔖자신감은 항상 옳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틀렸을 때 솔직히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자신감을 느끼려면 자신이 한 말을 실제로 지킬 것임을 스스로에게 증명 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대화 코치인 제퍼슨 피셔에게 어떻게 해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자신감이란 그저 모든 것을에 대해 옳고 맞다고 여기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그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선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지킨 말들은 자기 효능감으로 서서히 그 위력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법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단계별로 상세한 설명이 추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설픈 말보다 침묵이 낫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그 침묵을 어떻게 유지하고 또 어떨 때 침묵해야 하는 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황마다 애매하기도 하고.

상세한 설명을 통해 내가 침묵할 때, 서로 조금 긴장되는 상황이더라도 용기를 내서 거절해야 할 때를 정확하게 구분해 볼 수 있었다.

대화가 어려운 우리 모두에게 진심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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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나의 얼굴을 - 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임수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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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지 - 잠든 나의 얼굴을

제2회 아르떼 문학상 수상작 임수지 작가의 장편소설 <잠든 나의 얼굴을> 어떤 리듬감이 느껴진다는 평에 공감하며 읽어냈다. 누구라도 읽기 쉬운 문장과 어쩐지 그녀의 시선을 쭉 따라가게 되는 흡인력까지 있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너무 깊은 서사와 머리 아픈 문제들로 읽는 독자들의 감정을 동요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밍밍한 맛이냐고 하면 사람에 따라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과거에 대한 기억과 지금 힘들고 지친 청춘에 대한 위로, 할머니와 고모라는 사별, 이혼, 미혼이라는 여성들의 서사까지 지금 볼 수 있는 이야기라 공감도 되고 납득도 가는 이야기였다.

잠깐 스노보드를 타러 할머니를 맡기고 떠난 고모는 약속했던 3일에서 시간이 훨씬 흘렀지만 어떤 연락도 오지 않는다. 잠깐 일을 쉬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은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며 하릴없이 도서관을 글을 쓰거나 7,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그녀만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나의 핵심.
소리 내어 발음해봤다.

내가 나의 핵심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 우리는 스스로 이 사실을 너무 잘 잊고 또 일부러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나를 버리고, 온전히 나를 버리고 사회에 편승해서 그저 튀지 않게. 내가 바라는 것보단 그저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대로 나의 희망과 취향을 모두 바꿔버리는 일이 빈번하다.

오랜만에 고향 광주에 내려간 주인공이 1인분도 제대로 못하는 삶이라고 책망하니, 고향 친구 경은은 이렇게 조언한다.

🔖한심하긴 하네. 1인분이고 2인분이고 그런 거는 밥 먹을 때나 생각해야지. 뭐 그런 생각을 해? 그리고 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니? 소식해.

나에게 이런 든든한 말을 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1인분도 못하는 삶이라고 절망할 때, 그런 건 그냥 밥 먹을 때나 쓰는 말이라며 그리고 1인분을 못한다면 또 어떻느냐고.

잠과 방, 이 소설의 중요한 키워드다. 나를 채우는 방과 내가 온전히 쉴 수 있게 해주는 잠. 나는 이 소설이 나의 공간과 나의 마음을 다 위로하는 이야기라서 좋았다. 오랜 과거를 떠올릴 때 공감이 돼서 좋았고, 그래서 나의 쉴 공간과 내 공간에 온전히 나 혼자서만 존재하는 시간인 잠에 대해서 생각했다. 

복잡한 서사와 너무 깊은 문제들을 꺼내보기 보다는 그저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하고 다시 내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나의 나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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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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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숙 외 4인 - 열린책들 앤솔러지 보다


열린책들 앤솔러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보다> 각 작가들이 보는 것은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가장 많이 느끼는 감각 중 하나이기에 <보다>에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생각보다 <보다>의 이야기는 희망적이지 않다. 그건 아무래도 이전의 이야기 걷다, 묻다에 비해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이 이 사회 문제가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 되는 뉴스가 그렇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다>에 온전히 집중한 감각을 풀어낸 새로운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김남숙 작가의 <모토부에서>는 언니에게 폭력을 행사한 언니의 옛 남자친구를 여동생이 SNS를 통해 지켜본다. 김채원 작가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정말 그 풍경을 바라본다. 민병훈 작가의 <왓카나이>는 살기 위해 찾아간 왓카나이에서 그 생생한 삶을 느껴본다. 양선형의 <하얀 손님>에서 우리는 그 하얀 손님을 추측해 보고, 한유주 작가의 <이사하는 사이>에서 그 수많은 산희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마주본다.

동생이 언니의 복수를 위해 조용히 칼을 가는 모습이 섬뜩하게 떠올라 <모토부에서>의 느낌이 좋았다. 내가 너를 끝까지 지켜 볼테니, 너는 행복할 생각 말라는 조용한 경고가 이야기 속 반전이라 더 좋았다.

<별 세 개가 떨어지다> 역시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서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와 시골집에서 낯선 시신을 함께 묻어주는 경험은 아무래도 흔치 않으니깐.

하지만 이 암울하고 때론 절망적인 삶들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 보라는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끝까지 살아보도록 끝까지 두 눈을 뜨고 지켜보도록 힘을 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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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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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란 외 - 2025년 김유정 문학상 겨울정원

올해도 읽어본 김유정 문학상 수상 작품집, 올해의 수상작은 이주란 작가의 <겨울 정원>이다. 계절감에 맞는 소설 제목과 어딘지 글로만 승부하겠다는 다부진 결의가 느껴지는 표지까지 이번 김유정 문학상을 읽기도 전에 기분이 좋았는데, 읽고 나선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며 좋았다.

<겨울 정원>에는 60세의 혜숙씨가 나온다. 그녀의 정갈하고 루틴한 삶. 작가인 딸을 둔 어머니이면서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청소 노동자이고 자신에게 좋다며 고백을 하는 남자도 있을 만큼 조금도 사회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 삶을 사는 여자. 60세 혜숙씨의 이야기가 반가운 건 우리는 모두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이 아닐까. 매일 가사 일을 하고 자식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사랑은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은 남편과 함께 비슷한 지인들을 만나며 사는 그 조용한 인생, 하지만 마음 속에선 얼마나 많은 외침이 있을 지 들어주고 싶었다. 

'어떤 수치와 모욕이 삶을 덮쳐와도 고통에 엄살부리거나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가만한 일상을 살아내면서.' 이 심사평이 작품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수치와 모욕은 인생에서 필수적인 요소지만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으면 가만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그 수치와 모욕에 자주 노출 되었던 인생이라고 할 지라도.

겨울 정원은 어쩐지 집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연상 된다. 눈이 포근하게 쌓여 있어서 추워 보이지 않고 따뜻한 일상. 세상이 아무리 혹독한 겨울일 지라도 우리의 마음이 따뜻하다면 우리는 우리만의 겨울 정원을 잘 가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장원 작가의 <히데오>와 임선우 작가의 <사랑 접인 병원>은 미리 읽은 적이 있는 소설인데 작품집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특히 <사랑 접인 병원>은 재독하니 더 좋았던 소설이다. 

김유정 문학상 작품집을 읽을 때마다 힘이 난다. 내가 모르는 이렇게 좋은 소설이 존재한다는 것, 앞으로도 우리가 이렇게 좋은 소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독자들의 마음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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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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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마 미치코 - 인어가 도망쳤다



역시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만이라는 이유로 읽은 보람이 있다! 재미있었고 책의 짜임새도 좋았으며 자칫 너무 식상하게 마무리 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최근 일본 문학이 꽤 고전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더 반가운 책이었다.


몽환적인 표지부터 '인어가 도망쳤다' 라는 제목, 그런데 일본에서 신뢰도 높기로 유명한 서점 대상의 수상작이라니, 게다가 이 작가는 5년 연속 서점대상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 가볍고 산뜻하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끝까지 재미있었다. 자칫 빠지기 쉬운 억지 교훈이나 진부한 힐링 소설로 가지 않아서 더 좋았다.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려면 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죠. 온갖 위험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어요. 불안하지 않았을 리 없어요. 누가 하라고 한 게 아니라 본인이 원한 거니까.


나는 스무 살의 딸이 성년이 되자마자 뉴욕행을 경심한 것도 멋지지만, 이런 마음가짐이란 사실이 더 좋았다. 그러니깐 그냥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그 넓을 세계를 향해 간다는 점에서 감동 받았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더 강할 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 사실을 깨닫기만 한다면.


🔖과거를 부정하거나 지우는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모든 시간을 통째로 껴안고 살아가야만, 틀림없이 지금을 살 수 있을 테니까.


🔖책 읽지 않아도 세상에서 얼마든지 훌륭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이런 글이 2025년 서점대상 책에서 쓰였다는 사실이 굉장히 재밌다.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는 세상이지만, 책을 읽어보라고 훨씬 더 넓고 깊은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깐.


그런 의미에서 당신에게 2025년 서점대상 수상작 '인어가 도망쳤다'를 자신있게 권한다. 안데르센의 멋진 동화가 '인어공주'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 멋진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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