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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평점 :
샐리 루니 - 인터메초
샐리 루니의 기대작이며 출간과 동시에 화제작이 된 작품 <인터메초> 음악과 체스에서 등장하는 용어를 써서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의 세계로 들어가 버린 두 형제의 복잡다단한 일상을 그려냈다.
600페이지의 분량에 처음 시작은 조용해서 살짝 지루함도 느껴졌는데 200페이지를 넘기며 많지도 않은 각 등장인물의 서사에 끌려 아주 몰입해서 읽게 됐다. 내가 20대였다면 피터에겐 불륜남이자 그저 그런 남자의 인상을. 아이번에겐 연애도 못하고 사회성도 부족한 찌질이 인상을. 마거릿에겐 중년의 위기에 좌절한 인상을. 나오미에겐 그저 잘못돼버린 MZ 세대의 인상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배울 점이 없는 등장인물들에게 별다른 매력도 못느끼고 인물들 때문에 이 소설 자체를 잘못 평가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다행히 30대를 넘기고 다양한 사회 경험,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다 그만한 사정이 있음을 배우고 난 뒤에 읽어선지 난 모든 등장인물들을 충분히 이해하며 그래서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 하느님을 믿게 돼요.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이에요. -264P
🔖그 사람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잘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다면 그게 어떻게 사랑이에요? -356P
🔖이 세상에는 선과 품위의 여지가 있어, 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꼭 해야 하느 일은 타인의 결점에 대해서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380P
🔖항상 통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어. 어떻게 되는지 두고보자. 어쨌든 계속 살아보자. -마지막 문장
올해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시기에 이 책을 읽어서 정말 좋았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삶에 대해서 이처럼 애착을 갖게 해주는 말이라니. 우리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위태로울지 알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결국 죽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꿋꿋하게 잘 살길 바라는 강인한 의지처럼 남은 내 삶을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누구도 완전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며 응원했다. 바깥에서 보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일 것이다. 결점을 찾지 말고 선의를 믿으며 그들의 사정을 헤아려 보면서. 어쨌든 삶을 이어가게 하는 의지.
이 책에선 두 형제의 연애를 중심으로 풀어내지만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다. 가족은 쉽게 와해될 것처럼 보여도 다시 돌아오는 곳이다. 집이란 공간을 공유하고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며 무엇보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를 잃고 더욱 끈끈해진 형제 덕에 막연한 결론임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서로가 있으니깐 그들은 분명 잘 헤쳐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