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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나의 얼굴을 - 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임수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임수지 - 잠든 나의 얼굴을
제2회 아르떼 문학상 수상작 임수지 작가의 장편소설 <잠든 나의 얼굴을> 어떤 리듬감이 느껴진다는 평에 공감하며 읽어냈다. 누구라도 읽기 쉬운 문장과 어쩐지 그녀의 시선을 쭉 따라가게 되는 흡인력까지 있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너무 깊은 서사와 머리 아픈 문제들로 읽는 독자들의 감정을 동요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밍밍한 맛이냐고 하면 사람에 따라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과거에 대한 기억과 지금 힘들고 지친 청춘에 대한 위로, 할머니와 고모라는 사별, 이혼, 미혼이라는 여성들의 서사까지 지금 볼 수 있는 이야기라 공감도 되고 납득도 가는 이야기였다.
잠깐 스노보드를 타러 할머니를 맡기고 떠난 고모는 약속했던 3일에서 시간이 훨씬 흘렀지만 어떤 연락도 오지 않는다. 잠깐 일을 쉬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은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며 하릴없이 도서관을 글을 쓰거나 7,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그녀만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나의 핵심.
소리 내어 발음해봤다.
내가 나의 핵심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 우리는 스스로 이 사실을 너무 잘 잊고 또 일부러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나를 버리고, 온전히 나를 버리고 사회에 편승해서 그저 튀지 않게. 내가 바라는 것보단 그저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대로 나의 희망과 취향을 모두 바꿔버리는 일이 빈번하다.
오랜만에 고향 광주에 내려간 주인공이 1인분도 제대로 못하는 삶이라고 책망하니, 고향 친구 경은은 이렇게 조언한다.
🔖한심하긴 하네. 1인분이고 2인분이고 그런 거는 밥 먹을 때나 생각해야지. 뭐 그런 생각을 해? 그리고 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니? 소식해.
나에게 이런 든든한 말을 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1인분도 못하는 삶이라고 절망할 때, 그런 건 그냥 밥 먹을 때나 쓰는 말이라며 그리고 1인분을 못한다면 또 어떻느냐고.
잠과 방, 이 소설의 중요한 키워드다. 나를 채우는 방과 내가 온전히 쉴 수 있게 해주는 잠. 나는 이 소설이 나의 공간과 나의 마음을 다 위로하는 이야기라서 좋았다. 오랜 과거를 떠올릴 때 공감이 돼서 좋았고, 그래서 나의 쉴 공간과 내 공간에 온전히 나 혼자서만 존재하는 시간인 잠에 대해서 생각했다.
복잡한 서사와 너무 깊은 문제들을 꺼내보기 보다는 그저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하고 다시 내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나의 나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