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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평점 :
이주란 외 - 2025년 김유정 문학상 겨울정원
올해도 읽어본 김유정 문학상 수상 작품집, 올해의 수상작은 이주란 작가의 <겨울 정원>이다. 계절감에 맞는 소설 제목과 어딘지 글로만 승부하겠다는 다부진 결의가 느껴지는 표지까지 이번 김유정 문학상을 읽기도 전에 기분이 좋았는데, 읽고 나선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며 좋았다.
<겨울 정원>에는 60세의 혜숙씨가 나온다. 그녀의 정갈하고 루틴한 삶. 작가인 딸을 둔 어머니이면서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청소 노동자이고 자신에게 좋다며 고백을 하는 남자도 있을 만큼 조금도 사회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 삶을 사는 여자. 60세 혜숙씨의 이야기가 반가운 건 우리는 모두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이 아닐까. 매일 가사 일을 하고 자식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사랑은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은 남편과 함께 비슷한 지인들을 만나며 사는 그 조용한 인생, 하지만 마음 속에선 얼마나 많은 외침이 있을 지 들어주고 싶었다.
'어떤 수치와 모욕이 삶을 덮쳐와도 고통에 엄살부리거나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가만한 일상을 살아내면서.' 이 심사평이 작품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수치와 모욕은 인생에서 필수적인 요소지만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으면 가만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그 수치와 모욕에 자주 노출 되었던 인생이라고 할 지라도.
겨울 정원은 어쩐지 집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연상 된다. 눈이 포근하게 쌓여 있어서 추워 보이지 않고 따뜻한 일상. 세상이 아무리 혹독한 겨울일 지라도 우리의 마음이 따뜻하다면 우리는 우리만의 겨울 정원을 잘 가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장원 작가의 <히데오>와 임선우 작가의 <사랑 접인 병원>은 미리 읽은 적이 있는 소설인데 작품집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특히 <사랑 접인 병원>은 재독하니 더 좋았던 소설이다.
김유정 문학상 작품집을 읽을 때마다 힘이 난다. 내가 모르는 이렇게 좋은 소설이 존재한다는 것, 앞으로도 우리가 이렇게 좋은 소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독자들의 마음을 춤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