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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각본집 - 용기를 내는 게 당연한 나이
임선애 지음 / 소시민워크 / 2020년 12월
평점 :
나이든 여성도 성폭력의 위험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뉴스와 신문에 실린 사건들을 통해 이미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와 사람들의 고정관념, 편견 등으로
중년-노년층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모욕과 괄시,
추행와 성적 위협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고, 의외로 많이 벌어지고 있는 범죄를
'남자는 젊은 여성을 원한다.. 일부 또라이나 그런거지 '라는 식으로
가해자를 조롱하며 사건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끝내려 하진 않는가?
또는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는 식의 놀라움과 충격, 웃음섞인 태도로
젊은 여성이 당하는 고통과 피해보다는 확실히 덜할 것이라 여기며...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거 아닐까?
신문에서 노인 성폭행을 다룬 영화 69세가 만들어졌다는 기사,
영화를 만든 이들의 인터뷰, 수상 내용,
연출력과 예수정씨의 연기도 좋다는 평 등을 보고...
호기심을 가졌었고, 이 작품은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사는 일이 바빠, 보지 못하고 놓쳤지만..ㅜㅜ
최근 69세 각본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갑고 기뻐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 각본집은 너무나 괜찮다. 잘 만들었다!
덩그러니 시나리오만 실린 책과 다르게, 참 성의있다.
제작 회의와 시나리오 수정 과정의 이야기를 다룬 '각본 일기'
이 영화의 씨앗, 모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원작 '단편 소설'
영화를 공부하는 이들이 참고하면 좋고, 보고 싶을 '스토리보드'
이다혜 기자와 이랑(음악가,작가)씨의 평론 후기 등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도 겉보기에 그냥 멋드러지고 세련되게 만드는 것보다...
실은 내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이 각본집은 내실이 있다~!
영화와 시나리오, 문학을 좋아하는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고,
영화와 각본을 공부하거나 창작자의 입장이라면 배울 게 있다.
시나리오를 쓰고 피디와 회의도 하고, 여러 차례 수정하던 과정에서
시나리오 작가 임선애씨가 느낀 생생한 생각과 감정의 변화들..
블로그에 적어내려갔다는 일상과 영감을 받은 찰나의 기록들을 매력적으로 읽었고,
무엇보다 시나리오 자체도 재밌게 읽었다.
특히 초중반을 흥미롭고 개연성있게 잘 썼고,
관객 입장에서 효정이 말을 마냥 믿을 수 없게 만든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읽으면서 뻔뻔한 이중호에게 분노도 하고,
내가 효정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용기낼 수 있었을까? ㅜㅜ
개인과 관계의 숨겨진 이면, 오해와 사회적 편견, 폭력 등에 대한
통찰을 되새길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다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다소 모호하고 뭉뚱그려진 느낌으로 마무리되어,
(시나리오를 볼 땐 그랬는데..) 영화 영상으로 보면 어떻게 연출되었을지가 궁금했다.
p.s 각본집을 감동적으로 읽고 덮으면서,
이 영화를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_+
임선애 작가님도 기대하며 후속작 기다릴게요.
인간과 사회를 시사하는 바가 있어 좋았던 스토리와
아낌없이 담아낸 각본집 넘 맘에 듭니다. ^0^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