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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평점 :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을 정말 재밌게 읽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어 읽게 되었다.
'편의점 인간'을 쓰기 전에 발표했던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편의점 인간은 사회의 요구(취업, 결혼, 사회화)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지 못하고
자기만의 기준, 생활을 중시하는 독특한 가치관과 성향을 가진 캐릭터를 그렸다면..
'소멸세계'는 '성, 연애, 결혼, 부부, 가정' 이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성과 사랑'은 중요 키워드다.
편의점 세계는 웃음을 터뜨리며 코믹하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소멸 세계는 웃음 보다는 약간 쇼킹한 상태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여전히 편의점 세계에서 느꼈던 특유의 웃음 포인트들이 발견되었지만..
책의 전체 분위기가 달라서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나는 그동안 성을 묘사하는 책을 거의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질이니 정액이니 하는 단어들과 성적 호기심과 일탈에 가까운 행동 묘사에 입이 벌어졌다.
게다가 소설 속의 세계에서는 부부간의 성적인 행위가 금지되고
(이를 근친 상간이라고 부른다. 배우자는 가족이지, 절대로 연인이 될 수 없다.)
에로스적 감정이나 행위는 가정 밖의 다른 연인의 존재를 통해서 해소할 수 있다.
(배우자 외에 연인을 두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배우자는 서로의 이성관계를 응원한다.)
아이는 대부분 인공수정을 통해서 태어나고 (어릴 때부터 피임 시술을 받는다.),
부부 사이가 아닌 연인들 사이에서도 섹스는 하지 않는 추세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캐릭터들과의 연애가 더 선호되며,
인간사이의 성행위는 옛 문화와 풍숩, 더러운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경악스런 설정 같아도, 일본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실 난 초등학생 시절, 순정만화에 나오는 어떤 캐릭터를 상당히 좋아했던 경험이 있다.
이상형으로 꼽으며, 친구들에게 캐릭터의 외모와 매력을 말하고 칭찬했다. -_-;
그래서 가상의 애니 캐릭터와 진지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믿으며
자위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황당하고 거부감이 들면서도...
순간 오래 전 같은 반이었던 남자애가 나에게' 무슨 만화책 캐릭터를 좋아하냐고 황당하다'고 했던
장면이 오버랩되면서..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불쾌감과 혐오감이 드는 부분이 많았지만,
결혼과 출산, 성에 대한 가치를 역설적으로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은 좋았던 것 같다.
저자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 갈등, 방황하며 망가지고 또 자신을 찾아가고 하는
개인의 모습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덕분에 제대로 온전하게 살아가는 삶과 건강하고 올바른 사랑에 대한 갈망이 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