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강추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절망 독서..!


제목에 '절망'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겠지만,

내게는 밝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인생의 복잡미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서두에 반가운 인물이 추천사를 쓰기도 했는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투병 생활을 했던 배우 신동욱씨가

꽤.. 짧지 않은 분량의 솔직한 글로 책에 대한 소개와 안내를 맡고 있다.


'절망 독서'의 저자 '가시라기 히로키'씨가 13년간 난치병으로 투병 생활을 했었고,

그 절망과 고독의 시기에, 책과 문학,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힘과 위로를 깨닫고..

현재는 작가와 문학 소개자가 되었기 때문에-

출판사 측에서는 '난치병과 투병 생활'이란 공통점으로

배우 신동욱씨를 떠올려 부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내게 이 책은 굉장히 재밌고 유익한 느낌이었는데,

흥미롭게도 추천사의 신동욱씨는 재미없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_-;

(하지만 쓸데없이 솔직한 면이 흥미롭고 유쾌하게 다가와서,

신동욱씨가 낸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ㅋ)

암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절망 독서의 저자는 '절망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절망은 긍정형 자기계발서의 명령이나 조언처럼,

(차승원씨가 모 드라마에서 했던 것처럼..) 두 손을 예쁘게 모아 '극복'하고 외친다고,

단기에 뿅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빨리 극복할 수 있는 대범하고 강한 사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상처나 고뇌, 고통을 느끼지 않고..

이전과 다름없이 평상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다수는 몇 주, 몇 개월, 몇 년에 걸쳐 절망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절망을 온전히 극복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과정도 있는데..

바로 '쓰러져 일어서지도 못하는 시기', '아주 깊은 절망의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급하고 무리하게 일어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에는 괜찮다가, 오히려 몇 년이 지나 뒤늦게 폭풍 절망, 슬픔을 느끼게 될 수도 있고, 

절망을 의식적으로 억압하고 피하려다가 더 파괴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절망했을 때 우선 그 절망의 감정에 푹 잠겨야 하고,

지나치게 빨리 극복하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슬플 때 솔직하고 처절하게 슬퍼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었고, 

오래도록 끈질기게 슬퍼하는 우울질에 속하는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또한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야기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양분이자 현실을 알려주는 길이며,

상실로 인해 혼란해진 인생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공감이 된다)

그러므로 절망의 시기에는 책(드라마, 음악, 영화도 상관없다. 이야기와 해석이 가능하다면-)을

가까이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건 바로 나야'라는 생각이 드는 책, 지금 내 기분을 이해해주는 책,

나만이 이 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책과의 만남은

커다란 구원을 가져올 수 있다. (나와 함께 울어주는 사람을 만난 것과 다름 없으니-)


저자는 1부에서는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2부에서는 절망했을 때 읽으면 좋을 책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책 뿐 아니라 라쿠고 대전집, 영화, 시나리오집, 드라마도 다양하게 추천하고 있다.)

저자 개인적인 감상과 해설, 작품 소개와 부드러운 평론이 담긴 에세이 느낌으로,

문학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부록으로 '절망할 때 읽으면 안 되는 책'도 이야기하는데, 한 권이라 무척 아쉬웠다. ㅠㅠ

(다음엔 좀 더 긴 리스트로 제공하시오-)


'절망 독서'는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작은 일에도 낙담과 절망을 자주 느끼는 내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책이었다. 

 
절망했을 때 슬픔과 절망을 온전히 느끼되,

극복의 시기가 되어서는 긍정적이고 밝은 작품으로 나아가라는

실제적인 조언도 마음에 들었다.

(마치 실연 직후에는 슬픈 발라드 가사에 눈물을 흘리다가, 어느 정도 슬픔이 아물면 댄스곡으로

신나게 슬픔을 날려버리는 그런 모양을 떠올리면 되겠다. 저자도 그런 식의 예를 들고 있다ㅎㅎ)

 
섬세하고 멋진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

나에겐 '희망의 독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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