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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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한 사랑 노래', '농무' 등의 명시를 남긴 신경림 시인이

  수 많은 작가들과 유명인이 쓴, 빼어난 산문만을 모아서 엮어낸 책..

 '뭉클'


 "시라면 좋은 선집이 많이 나와 있어..

  언제든지 꺼내 읽을 수가 있지만,

  산문은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는 신경림 시인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시나 산문이나 좋은 글은 읽는 이의 가슴을 두드리고 깊이 울려서

 종종 글이 생각날 때마다, 문득 다시 읽고 싶기 마련인데.. 

 시와 달리 산문은 여러 작가들의 글이 함께 모아져있는 것이 드물어

 편하고 쉽게 찾아 읽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신경림 시인의 감수성과 시심에 영향을 준 산문들은

 어떤 글일까? 궁금함과 설렘으로 책을 펼쳐 보았다.

 그리고 나는 시작하는 글에서부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뭉클은 내가 무척 슬프고 인상깊게 읽었던, 

 한 편의 짧은 글로 시작하고 있다.


 그것은 작가 김유정이 죽기 11일 전 친구 필승에게 썼던 편지글이다.

 

 나는 몇 해전 김유정이 남긴 이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었기에..

 (이 글은 정말이지 몇 번을 읽고, 또 다시 읽어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작가와 병자에 대한 연민과 다정한 심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글이 읽는 즉시 심장에 강하게 박혀서, 그 내용을 잊어버리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뭉클을 엮어낸 신경림 시인의 안목과 선택에 마음을 열고 신뢰하게 만들었다.


 김유정 외에도 박형준, 이해인, 이상, 정지용, 권구현, 김기림,

 노천명, 김용택, 박목월, 함민복, 임화, 류시화, 박인환 등의 시인과

 강경애, 박민규, 김남천, 김소진, 이광수, 방정환, 권정생,

 이효석, 정채봉, 박완서, 최서해, 최인호 등의 소설가, 문학가들이 남긴

 짧지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각자의 여운이 있는 글들이 이어진다. 


 작가들의 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익환, 법정, 이해인, 김수환, 정진석 같은 종교계 지도자와 인사들

 이중섭, 유홍준, 이어령, 손석희, 박용구, 장영희 같은 화가, 평론가, 학자,

 교수, 언론인 등의 글도 담아냈다.


 시인에게 뽑힌 글답게..

 하나같이 감성적인 향기가 배어있는 글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권구현 시인의 팔려가는 개와

 권정생 선생님의 목생 형님이 기억에 남는다. 


 참고로 눈물나는 슬픈 글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귀엽고, 첫사랑에 애틋하며,

 로맨틱하고 (아무래도 신경림 시인은 로맨티스트 같다^^;),

 삶의 덧없음과 가족애를 생각하게 하거나,

 가벼운 미소를 부르게 하는 글들도 있으니..


 다양하고 훌륭한 단편들이 전해주는 따뜻함과 정겨움에

 많은 독자들이 뭉클함을 느끼고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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