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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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의 캉디드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도 배운 유명한 고전인데다가,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저자 볼테르에 대해서도 알고자..

한번쯤 읽어보고픈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너무 끔직한 내용에 처음엔 당황+ 혼란스러워서 충격을 받았다.

캉디드, 그의 첫사랑 퀴네공드, 스승인 팡글로스, 할멈 등

여기 나오는 주요 인물의 대부분이 엄청난 시련과 고통, 

끔찍한 사고와 재해, 극도의 비인간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폭력을 당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폭력과 불행의 연속 대회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말도 안 되게 극단적으로 잔인하고 피가 난자한 슬래셔 영화를 볼 때,

그 상황이 현실감도 없고 어이없어 토할 거 같은 불편함과 불쾌함 속에서도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호러와 고어식의 공포물과 코미디 장르가 묘하게 섞인 작품들이 꽤 있다)

캉디드가 그렇다. 아, '풍자'를 위한 '의도적인' 문체와 전개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남작의 딸인 퀴네공드와의 순수한 사랑으로 얼떨결에 첫 키스한 죄로

캉디드의 추방과 함께 고통스런 여정이 이어지는데~

이야기 전개와 속도, 마무리는 왜 이렇게 빠르고 짧게 금방 정리되어 넘어가는지..

앞서 죽은 줄 알았던 인물들이 갑자기 멀쩡하게 살아 나타나기도 하고..

(응~ 잘못 안 오해였음, 살아있었음, 이런 식~;)

막장 같은 불행과 충격에 이어, 아무렇지도 않은 봉합이 연이어 발생하고..ㄷㄷ

이게 뭔 스토리인가 싶지만... 읽으면서~ 아ㅜㅜ 당시 시대상과 사회 모습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끔찍하고 역겹고 고통과 불행함이 만연한 타락한 시대였는지,

빛이 되어야 할 종교와 권위(왕, 재판관, 귀족)가 얼마나 제 역할을 못했으면

사람들에게 비꼬는 조롱과 불쾌한 위선의 대상, 불행의 원인으로 여겨졌는지 알 것 같았다.

그저 모든 게 최선인 상태이며, 모두 최선을 향해 존재하고 나아가고 있다는 스승 팡글로스는

성병에 걸려 비참히 죽어가는 자신을 살려준 재세례파 자크가 자신을 해치려한 원수,

뻔뻔한 선원을 구해주려다 오히려 바다에 빠져 죽어가고 있음에도 

캉디드가 구해주려는 것을 막는다.

은인의 위기와 불행도 곁에서 가만 놔두는 게, 최선이라는 스승...

그렇게 순진하고 천진했던 캉디드는 마지막에 가서는 스승 팡글로스의 말에

지금 우리는 땅을 경작해야 한다고 대꾸하며 끝을 맺는다.

이어지는 불행과 불리하고 부조리하며 어려운 위기 상황 속에서도

자기 스스로 삶을 주도하고 계획하여 땅을 경작하듯 개척하며~

삶의 터전을 좋게 만들고 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계몽적인 자세와 태도,

인생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용기있는 지혜를 나타내 보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볼테르가 사회와 종교, 권위에 그저 수동적으로 삶과 인생을 맡긴 채,

스스로 사고, 판단, 결정, 행동, 대응하는 것을 멈추고,

부조리한 불의와 불행에 맞서는 것도 멈춰버리고

자기를 포기하고 순응해버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한편으로 이 책에 나온 여성들이 겪는 불행이 역사적으로도 실제 있는 일이고,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몸서리가 처지게 끔찍하기도 하였다.

역시 고전이라 그런지, 처음엔 막 쓴 장난 같은 스토리 같았는데...

여운을 남기며 생각하게 만드는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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