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간 처녀 -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상영중단까지 당한 사회고발 문제작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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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서 마음이 참 씁쓸해지는 이야기이다.

결말은 최대한의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당시 버스 안내양들의 열악한 처지와 세태를 보면서..

그때와 많이 달라진 거 같으면서도

본질은 동일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느껴졌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처녀들이

버스 안내양이 되어, 밥 먹을 시간도 모자란 고된 일정 속에...

일부 차비는 삥땅을 쳐야 하고, 수색하는 사람에게 뇌물도 바치고

그렇게 뒤로 돈을 모아서 가정 살림에 보태야 하는 그런 배경이 나온다.

(버스회사와 안내양 등의 항의로 당시 상영중단이 되었고,

일부 삭제되고 재상영 했으며..

이 책은 처음 공개되는 미발표작 시나리오집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안내양들은 여러 위기와 시련에 처한다.

날마다 몸 수색을 당하며,

도둑이란 의심과 수치를 당하는 일상이 당연한 듯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안내양=삥땅, 공식 속에서~

돈을 감추지 않는 게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기도...


또한 안내양들은 총각행세하는 바람둥이 기사와 바람이 나기도 하고,

난폭하고 못된 기사에게 겁탈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때론 멋진 대학생 승객에게 반해 희망을 품다가

닭 쫓던 개 같은 씁쓸한 결말을 맞기도 하고,

또 다른 어려운 형편의 잡상인 노릇을 하고 있는 남자와

위로를 주고받다가 연인이 되기도 하고..

뭐 그런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펼쳐진다.


작품의 주인공인 문희는 바르고, 정직한 여인이다.

그래서 다른 안내양처럼 뒤로 속임수를 부리고 돈을 숨기지도 않고,

악랄한 기사와 간부의 희롱이나 협박에 타협, 굴복하지도 않는다.


순수함과 정도를 지키고,

목숨까지 걸고 자신의 진정성, 신념을 전달하여..

회사와 안내양들의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로잡는다.


뛰어내린 문희가 죽거나 크게 다치지 않아서 그렇지..

무슨 심청이도 아니고ㅠㅠ

마치 데모하다 분신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벼랑에 몰린 최후의 노동자가 연상되는,

지금보면 무모하고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의 해결방법이긴 한데...


그래도 어쨌든 문희가 심하지 않은 2개월 후 퇴원의 부상 정도로 마무리되고,

허세는 있어도 순수함을 간직한 연인 광석이 원양어선에서 돌아와

함께 희망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 좋긴 했다.


그 시절 팍팍하고 추잡한 세태를 연상하며

역겨움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ㅠㅠ;


의외로 돈을 젤 삥땅치고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캐릭터라도

나름 현명하고 결단력 있는 영옥이가 멋졌고,

승현에게 연심 품었던 성애 스토리는 가련하고 마음이 아프더라...


또한 순수한 커플 문희와 광석이 험한 세상에서 이후에도,

하늘의 보호를 받으며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세대와 문화, 법과 운송 회사의 제도 역시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딘가에 영옥과 성애, 문희같은 여성들은 존재할 것이고..

차기사, 김기사, 박총무, 광석, 승현 같은 남자들도 분명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를 만든 김승옥 작가는 순수함이 남겨져 있는 남자였구나..

그래서 우리가 이리도 오래,, 무진기행과 김승옥이란 작가를 못 잊고

첫사랑처럼 가슴 깊이 새겨두는 것이구나...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문희를 보고 삶의 방향을 되찾고 정신 차린 광석처럼,

작가란 과연 그런 존재여야겠구나 싶다.


영화가 아닌 '방화'라 불리던~

그 옛날 한국 영화 같은 느낌의 전형적인 스토리일 수도 있겠으나..

순정과 교훈이 느껴져서 좋았다.


나는 이들 중에 어떤 사람일지.. 

작품 속 캐릭터들과 비교해보면 더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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