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
김종해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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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 시인님의 첫 산문집이다.

시와 시인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깨끗하고 엄정한, 시에 대한 양심과 시인으로서의 자부심,

빛나고 올곧은 시학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라서 읽으면서 아주 큰 감동을 받았다.

 

작가는 이래야 한다는 주관을 

김종해 시인의 이야기와 고백에서 발견할 수 있어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예를 들자면, "내 안의 절실함이 없으면 누가 요구해도 응하지 말라는 것,

(돈, 명성, 세상적인 흐름을 따라 가볍고 편한 글을 남발하여 쓰지 말라는 의미로)

하늘의 뜻을 좇으라는 것,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는 것

(허세와 거짓된 글을 쓰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또한 "시란 지상을 살아가는 고단한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곳으로 솟구치게 만드는 가장 정직한 노래가 되어야 한다"는 정의도 깊이 와닿았다.


시인이 '외롭고, 가난하고, 그늘지고, 핍박받고, 영원 쪽에 선 이의 맹우'가 되어야 한다니..

참 아름다운 천명이자 귀한 선포가 아닌가..

 

이 외에도 밑 줄 긋는 행위를 넘어,

자주 책을 펼쳐 읽고 읊조리며 새겨두고 싶은 문구들이 많다.

 

시인의 산문집이라, 곱고 특별함이 느껴진다.

한 편의 시 같은 운율성과 부드러운 서정성,

정제되고 응축된 시인의 신념과 소회, 진솔한 고백들이 귀하게 느껴진다.

 

'영혼의 갈증을 축여주는 생수 같은 시'

 

'시인은 시를 쓰면서 즐거움과 고통, 자기 위안을 함께 받는다

가장 충실한 독자는 시인 자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암호의 압축,

축약된 문맥과 색깔, 상상력과 율동,

그 어법 속에 살아있는 시의 혼을 담아내는 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곧 시인의 몫이다.'

 

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비정하고 타락한 시대에

명쾌한 정의들을 던진다. 


깊은 산 속 옹달샘 같이..

번민과 갈증으로 타 들어가는 

서글픈 어느 독자의 속을 시원케 어루만지면서,

진실하고 날카로운 사자후처럼 외치는 대목들도 모두 만족스럽다.

 

동료 시인들과 존경하는 은사님 박목월 시인과의 일화라든가,

여행하면서 겪은 일, 첫사랑 추억, 투병의 기록,

자라면서 재밌게 읽었던 책들, 시인의 문학관 등..

진중한 삶의 조각들로 엮은 일화들,

진실하고 뭉클했던 예수님에 대한 신앙 고백,

산문집 속에 간혹 만날 수 있는 명시들.. 모두 아름답게 읽었다.

 

이 책을 발견하지 못 해...안 읽었다면,

올해의 나는 얼마나 아쉬웠을까?


단연 올해 읽은 책 중에 베스트로 꼽고 싶다.

 

강추..강추..강추다~!

문학과 시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혹은 시인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마지막이 될 산문집이라고 하셨지만..

이런 산문집이라면 또 한번 내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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