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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 ㅣ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7월
평점 :
보들레르를 좋아하고,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재밌고 매력적인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에서 2014년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된 것인데,
저자는 2012년 역시 같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 서점에서 성공한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의 히트한 기획 연장선에서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을 또 하게 된다.
보들레르는 실제 여름과 잘 어울리는 작가가 아니며, 오히려 석양과 그림자, 그리움과 가을의 시인이라
밝히면서도, 히트 기획으로 붙여진 제목과 어울리게 여름과 역설적으로 연관된 계절적 의미도 풀어내고 있다.
보들레르는 어둡고 신랄하고 상처입고, 퇴폐성과 관능적이고 악마적인 시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파리의 우울'과 '악의 꽃'으로 대표되는데.. 저자는 그에 대한 오해와 신비에 감춰진 부분들,
섣부른 비난과 판단을 멈추고.. 그를 인간적, 문학적으로 이해하고,
그의 시를 더 좋아하고 즐기며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는 기행이나 작품의 섬뜩한 구절, 어두운 내용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나름 크리스천 시인이라 평가받기도 했다는 이야기에 놀랐으며,
악의 꽃에서 누락되곤 하는 '오픽 부인'이라는 시가 어머니를 그린 것이며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작품이 된 배경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부모와의 관계, 유년 시절, 가정환경 등이 미치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절감할 수 있었다.
6살 때 부친 사망 이후, 어머니의 애정이 집중되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늘 재회를 꿈꿨다고 하면서도,
어머니와의 편지 내용이 비난과 사과, 변명과 가책으로 점철되며..
욕설 대화 및 관계 회복이 안된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 했다.
덕분에 <악의 꽃>의 첫 시 "축복'이 어머니에 대한 격렬하고 지독한 감정이 섞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시인을 기르느니, 독사 한 무더기를 낳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그의 무서운 시구가
걍 악마적인 것이 아니라 나름의 성장 비밀과 자조섞인 슬픔, 역설적인 자책의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거친 사실주의, 관능 자극 시인으로도 유명했고,
보바리 부인의 플로베르와 다르게 유죄선고를 받기도 했으나..(시 일부는 삭제되기도)
대시인 라신과 비교되며, 그 누구보다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작품을 남겼다는 문학인들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형태적 완벽성과 기술적 재능의 걸작이 평가받는 <아름다움>
음악성과 리듬감과 순수성이 도드라지는 <저녁의 조화, 발코니, 여행에의 초대> 같은 잊혀진 시들을
다시 꺼내 읽게 만드는데.. 이 책이 영향을 주었다.
역시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아름답다고 느낀 감정이 틀린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보들레르가 "늘 소비를 줄이고 일을 더 하겠다~"고 말하고 결심했지만..
실천하지 못한 나태, 방탕한 나그네형의 시인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일하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들과 무위를 자책하며, 미루는 습관을 혐오하고
생산과 변화, 갱생을 꿈꾼 우울한 사람이었다는 평가에서는 뭉클함을 느꼈고
인간으로서의 바른 이상에는 큰 관심 없을 줄 알았던 시인의 마음은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33장의 내용이 모두 흥미롭고, 보들레르 시를 감상하기에도 좋았다~
악동같은 "보들레르"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종합적으로 이해시킨다.
악의 꽃만큼 매력적인 서술의 책이다~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