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 세계를 장악한 글로벌 파워 엘리트 389명
피터 필립스 지음, 김정은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세계를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가 계급, 세계적 거대 자산운용사,

경영자 역할을 하며 거대 자산운용사를 이끄는 글로벌 파워 엘리트들,

초국적 자본가 계급의 파워 엘리트 정책 결정 센터에서 일하는 조력자들,

파워 엘리트를 보호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의 현황, 이들을 돕는 대중매체의 정체와

이에 맞서는 민주주의 운동과 저항의 목소리, 세계 인권 선언의 정신을 담고 있는 책이다.


세계의 자본과 권력을 쥐고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들이 누구인지,

그 명단과 구체적인 배경, 재산 등을 알 수 있다고 하니 궁금함에 읽게 되었다.

세계의 총 부는 255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 3분의 2가량은

미국과 유럽이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80퍼센트 가량은 하루 평균 10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고, 인류는 1%, 19%, 80%의 부류로 나뉘며, 부는 인류의 상위 5분의 1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상태를 수치와 비율로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초국적 엘리트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작용하며,

세계 자본의 경영자로 기능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집중된 자본의 경영자, 조력자, 수호자 기능을 하는 389명의 인물들이 직접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저자는 거대 자본의 집중과 횡포가 '기아와 빈곤, 전쟁(핵)의 위기, 기후 변화와 환경의 파괴' 등으로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물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명의 깨어있는 다수 인류와 지식인, 시민 사회 등에 이를 알림으로

감시와 연대의 공조 역할을 도모하고,

한편으로는 글로벌 파워 엘리트들의 책임과 양심, 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쓴 기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김 없이 토요일 밤이면 초록창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로또 번호,

세금 뗀 상금으로 몇 억에서 몇 십억의 로또 당첨을 인생 대박이라 외치며..

그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서민들의 상황과 비교하니, 

가늠되지도 않는 몇 조달러가 액수 단위로 등장하며, 한국인은 파워 명단에 끼지도 못하는 현실에

인류를 위해 그들이 어쩌고 저째야 한다는 이러쿵 저러쿵 논리와 윤리를 펴고 싶은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


또한 자본주의만이 물리쳐야 할 인류의 해악, 유일한 구조적인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의 수많은 독재/공산주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처참한 권력과 부의 불평등은 뭐란 말인가?

게다가 UN의 음모와 위선에 대한 이야기도 간혹 심심찮게 들려오는 마당에..솔직히 모르겠다.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이 책과 저자의 선한 동기와 목적조차도 백퍼센트 믿지 못하겠고...


자이언트에게 집중된 부와 힘, 세계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기에 앞서, 

내 눈 앞에 주어진 현실의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니..

답답하고 자조적인 마음으로 김수영 시인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라는 시가 떠오를 뿐이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 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삼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앞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뭇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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