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데 살고 싶다 - 실화를 바탕으로 영혼의 싸움터를 추척한 르포
김인종.김영철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에 어떤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정신질환자들과 악령에 들린 사람이 숨겨져 있고,

그들이 우습거나 때론 공포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가운데..

연예인들이 용기를 내 숨겨진 단서를 찾아 퀴즈를 풀며 그 곳에서 탈출하는 내용이었다.

 

예능 속 정신과 의사는 우스꽝스러운 대사로 진료를 하고,

퇴마사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예능이고, 나도 웃으며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예능 프로그램 이면에 깔린 사람들의 선입관과 무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예능 속 가상 인물과 꽁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정신 질환(뇌기능 장애)을 귀신들린 것과 동일하게 여기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자들을 전부 미치거나 대화와 소통이 어려운 사람으로 희화화한 것도 유감스러운 부분이었다.

실제 정신 치료를 위한 약을 먹고, 외로운 동굴에서 나와 이겨내기 위한 치료를 받으며,

본서의 나온 표현대로 '영혼의 전쟁터'를 치루고 있는 그들에게..

또한 그들 곁을 함께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한 순간의 공허한 웃음을 위해 불필요한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제작자들과 방송인들 역시 돌아봐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방송 후에, 일부 정신과 의사들과 환자의 가족들이 방송에 대한 항의 성명을 냈다,

그러나 처음엔 나도 예능 시청자의 입장에서 큰 공감을 못했고,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항의가 오버라고 생각했다;)

 

그런가하면 기독교인으로서도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

이 책에 나오는 정신질환자들은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거나 신앙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도와 믿음, 인내 같은 신앙의 자세로 버티며 의학적 진료를 거부하여

뇌의 기능이 악화되거나 병세가 심해지고,

절망하여 자살까지 하는 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다.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프고..답답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접하면서,

책의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순식간에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유능한 기자 분과 미국에서 목회자이자

정신건강가족미션 일을 담당하시는 분이 공저한 책으로,

문장과 내용, 전반적인 구성이 깔끔하고 명료하며,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뇌기능장애자들, 정신질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벌이는 영혼의 전쟁터를

과감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기약 없는 고통과도 같은 삶 속에서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

신앙 앞에서도 도전, 가슴 속에 강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기에..

고통받는 자신과 타인, 세상 모두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외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ㅜㅜ

 

사실은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병 때문에 (본인의 증세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멀쩡한 주변인들(특히 아이)까지 어둠과 사지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책을 보면 부모가 나르시스적 인격장애(NPD) 환자 일 경우,

자녀들이 겪는 질환과 고통이 무척 큰 것으로 나온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부모 세대의 변화와 깨우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많은 크리스천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부디 뇌 질환과 정신 치료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깨뜨리며

불필요한 신앙과 의학에 대한 갈등과 모순을 겪지 말고..

고통으로 신음하는 자들과 함께 하며 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서

가장 약할 때 강함과 능력이 되는 십자가와 부활의 은총을

역설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책의 후속작이 또 한 권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성도의 삶에도 어렵고 알 수 없는 고난과 아이러니가 있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하심을 가리울 수는 없음을...

어둠을 이기고 드러내는 빛,

오히려 더 큰 은혜와 사랑이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 이 책을 읽어야 하고, 이 책이 필요한 모두에게 하늘의 위로와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