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촛불 집회에 가다 탐 철학 소설 38
박영은 지음 / 탐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 도서관에서 세계 문학 작가의 작품을 곧잘 빌려 읽었는데..

읽다가 포기했던 작품이 딱 두 개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괴테의 파우스트다.


파우스트는 어둡고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저 등장인물 이름이 길고 비슷해서 짜증이 유발된 나머지 읽다가 책을 내던진 기억이 난다.

그러나 대학 시절 다시 읽게 된 도스토옙스키의 책은..

나에게 전율을 느끼게 했고,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박영은씨 역시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가득 담아서

서두를 장식하고 있다. 나도 도스토옙스키를 가장 뛰어난 작가라고 여기지만,

사람을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읽은 사람, 읽지 않은 사람,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 세 부류로

구분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저자에 비하면, 나의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열정은 한참 적은가 보다;

아무튼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고 의지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대한민국 촛불 집회에 살아있는 캐릭터로 등장시킨다.

픽션으로 흥미롭게 구성한 청소년 철학 소설(러시아 문학과 시사는 덤)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 집회가 한창 뜨거웠던 시절이라면, 책 내용에 좀 더 공감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문재인 정부에게 과거 박근혜 정부보다 더 큰 실망을 하고 있는 요즘

이 책 내용에 공감대 형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가 안타까웠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죽음이 슬프고 마음 아팠다.

엉망진창으로 보이던 구조 상황과 정부의 대처에 불신과 화가 났었지만,

지금와서 보면 세월호의 사고 원인은 여전히 제대로 규명된 것이 하나도 없다.

또한 오늘날, 각종 사고와 죽음 역시 더욱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에 따른 문재인 정부의 대처 또한 과거와 다르지 않고, 여전히 암담하게 보인다.

 

광화문의 열린 소통은 커녕, 오로지 북한 마이웨이와 더 심한 언론 통제, 각종 비리를 느끼는 요즘..

한층 뜨거운 촛불 집회가 또 다시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고 한국 사회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아무튼 이 책은 대한민국의 2016년, 2017년의 촛불 집회를 배경으로 하여,

평화로운 집회 문화와 혁명의 기운이 도스토옙스키를 불러냈다고 말하고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찬열이와 아버지, 친구 예빈이와 대화를 나누는데..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도스토옙스키 작품 속 주요 인물과 기독교 사상, 쓰여진 배경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에서 찬란하고도 아팠던 순간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거의 작가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함축적이고 센스있는, 짧은 전기 수준이다)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러시아 혁명, 무신론적 사회주의에서 회심하고

기독교인으로, 위대한 작가로 새롭게 태어난 순간, 사형 집행 직전의 극적 체험, 

간질 환자만이 느끼는 황홀경 등을 계속 연결지어 풀어낸 솜씨가 좋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아쉬운 것은, 그때의 촛불집회가 부끄러운 기억으로 바뀔지 모른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불안한 정세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작품에서 그려낸 사랑과 진리, 고귀한 사상은

여전히 모든 인류에게 감동을 주고.. 앞으로도 변함 없이 문학적 가치가 유지될 것 같으나,

우리가 들었던 촛불의 결과는 더한 어둠이 오만한 기승을 부리게 했다는 후회와 함께,

이러다 참혹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감만 밀려오니 말이다.ㅜㅜ

 

그래서 나도 도스토옙스키의 팬이지만, 그를 당시 촛불집회와 연결시키고 싶지 않다.

오히려 선지자처럼 뛰어난 직관력을 가졌던 그가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나타날 수 있었다면,

분명 전혀 다른 통찰력과 의견을 보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는 이미 사회주의 혁명의 폭력성과 인본주의적 교만,

무신론의 어두움에서 확실히 돌아섰던 작가가 아니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