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출간된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은 꾸준히 읽어왔다.
이 책의 작가는 55세에 소설 강좌를 듣고, 63세에 집필을 시작해서
이 작품으로 2018년 아쿠타가와상의 최연장 수상자가 되었다.
아쿠타가와 수상작이라면 보통 젊은 감각의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74세에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 모모코씨이다.
그의 독백, 회상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지만..공감되는 바가 있어서 크게 지루하지는 않다.
또한 '백세 시대 노년층의 확대, 출산율은 점점 감소'라는
우리나라와도 같은 인구 변화, 사회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이기에
시의성 있는 소재였다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 모모코씨는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린 남편을 잃고..
쥐가 들락거리며 물고 뜯는 소리를 위안삼아야 하는 고독한 처지가 되었다.
자식과도 서먹하고, 과거 자신의 어머니하고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모모코씨는
마음을 나눌 존재가 없다.
그나마 반해서 결혼한 남편과 어렸을 때 자신의 편을 들어주던 할머니
(소설에선 할멍이-라는 사투리식의 표현으로 나온다)가
기억 속에 가장 따뜻하고 사랑을 주고 받은 존재였다.
자녀들은 죄책감과 아쉬움, 후회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모모코씨는 기억 속 젊은 날의 흡족하지 않은 모습은 후회하거나 스스로 꾸짖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 확실히 깨달은 인생의 의미를 되뇌며 반복하기도 한다.
늙어서 조각조각 흩어지고 마는 생각을 붙잡으려 애쓰기도 하고,
머릿 속에 수많은 사투리 목소리(고독한 자의 내면 친구들, 분열된 자아로 볼 수도 있다)가 들려와,
치열한 대화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기억력도 감퇴하고 늙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상태이기에..
이것을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면서..
열심히 생각하고, 떠올리고, 깨닫고, 정리하며 느낀 바를 독백하는 모모코씨-


아쿠타가와 상의 권위와 '나이든 여인의 생각, 노년층의 고독,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싶어서 고른 책이었다.
처음엔 별 커다란 사건도 없이 주인공이 사투리 목소리들과
내면의 대화를 나누는 흐름에 당황도 되었다.
하지만 몇 페이지 안 가서 딸, 아들과의 에피소드(어머니를 닮아가는 딸의 모습)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ㅜㅜ

자식과 부모의 이야기,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
무엇보다 '자아의 중요성 강조'~! 
삶에 대한 관조적인 시각이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어머니, 나중에는 남편과 자녀에게 매여서 살아왔던 날을 돌아본다.
소중한 추억들이 떠오르고, 머릿 속 목소리들과 함께 그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자아'를 잃고 살아온 자신의 생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비로소 혼자된 자유의 기쁨을 얻고, 혼자서 더욱 당당히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자아는 소중하며 "인간은 어떤 삶을 살건 고독하다"고 말하는 모모코씨의 깨달음..!>


나도 이제 파릇한 청춘을 지나, 늙어버린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74세 모모코씨의 독백과 깨달음을 듣고 나니,
나의 젊음이..남은 날들이 문득 소중하게 다가온다.


늙음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려고 읽은 소설인데..
눈 앞의 젊음과 자유, 기회에 기쁨과 안도감을 느끼게 만드니,
고맙다. 정말 고마운 소설이다!


(p.s 역자의 사투리 번역 부분은 창의적이고, 애쓴 노력이 돋보였다!
비록 사투리를 잘 몰라서..읽으면서 이게 뭐여? 싶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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