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장난감 -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카집
이시카와 다쿠보쿠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병과 가난, 불화 등으로 작가의 심신의 고통과 외로움이 느껴지는 단카집이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단카를 자신의 슬픈 장난감'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폐결핵을 앓다가 26살의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았다.
그의 단카집을 읽으면서, 애늙은이 같은 30대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작가는 20대의 청년에 불과했다!
(인생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그의 정서에서 청춘의 활력보다는 무상함을 느꼈기에..
20대 초중반의 작품이었다는 것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아프고 병이 있는 작가는 조숙하고 예민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5살 아이가 있다고 해서 서른은 넘긴 줄 알았는데...-_-; 아픈데도 일찍 결혼을 했구나..)

서른 한 글자의 짧은 시구들에..
그의 일상과 마음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삶과 인생을 관찰하며, 가볍게 순간들을 언어로 포착하는 유희..
(사진기 대신 시로 순간을 엮는 것이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 했을 때의 기억들이 떠올랐고,
나 역시 골골대며 청춘을 보냈기에 그의 시가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의 시 몇 편과 글 중에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옮겨본다.

***

9쪽
눈을 감아도,
마음에 떠오르는 무엇도 없다.
쓸쓸하게도, 다시, 눈을 뜨는 수밖에.

21쪽
매 아침마다
만지며 슬퍼하네,
아래로 하고 자던 쪽 넓적다리 가볍게 저려옴을.

126쪽
사람들은 단카의 형태가 작아서 불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작기 때문에 도리어 편리하다고 생각해

127쪽
평생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명의 일 초야.
나는 그 일 초가 사랑스러워. 그저 도망치게 두고 싶지 않아.
그걸 드러내려면 형태가 작고 수고나 품이 들지 않는 단카가 가장 편리해.
실제로 편리하다니까-

148쪽
바쁜 생활 속에서 마음에 떠올랐다가 사라져가는 순간순간의 느낌을
애석하게 여기는 마음이 인간에게 있는 한, 단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죽어가고 있는 작가는 '나의 생명을 사랑하기에 단카를 짓는다'고
창작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나는 좋은 작가, 위대한 작가는 인간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인간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단카집은 희망과 밝음보다는 음울하고 절망적인,
허무하고 자조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인간, 스러져가는 인생을 향하여
사랑스러움, 애잔함, 연민의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그의 단카집에서 깊은 문학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의 장난감은 슬프지만, 사랑스럽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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