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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
수전 스펜서-웬델 & 브렛 위터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년이라는 부제
한참 기자로서 열심히 일하고 아내로서 세아이의 엄마로서
쉴새없이 바쁘게 살아오던 와중에 알게된 병
루게릭병
온몸의 근육이 점차적으로 쓸수없게되고
움직임이 힘들어지고 당연하게 할수있던 행동들을 할수없고
음식을 넘기기조차 힘들어지고
결국 숨쉬는것도 힘들어져서 죽음에 이르는병
어느날 갑자기 병에 걸리고 절망과 좌절에 빠져도 이상하지않지만
결국 절망감을 이겨내고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까지 포기하지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는 여자가 있다
사실 세아이중 막내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 우리가 흔히 자폐증이라고 하는 증상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힘들고 좌절스러울수있는데
루게릭병이라는 치료법도 없고 자신이 한없이 바스라지는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하는 병에 걸린것이다
사실 기억력을 잃으면서 자신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참으로 무섭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듯한 느낌이 아닐까싶어서였는데
루게릭병은 정신과 기억력은 그대로이지만 신체적능력이 사라지는 병이다
아기로 돌아가서 혼자서는 먹을수도 누울수도 움직일수도 화장실을 갈수도 없는것이다
아기가 아닌데 어른이 아기로 돌아가야한다는것
혼자서는 할수있는 일들이 점점사라지고 다른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것
독립적인 성격으로 얼마나 힘들지
게다가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자신의 병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어린 자식들을 두고 자신은 떠나야하고 가족들은 그런그녀를 떠나보내야하고
자신이 할수있는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은 어떠할까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그녀역시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이겨낸다
그런상처까지 줄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말이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병을 치료하겠다는 헛된희망을 갖지않고
주어진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남은 시간을 준비하기시작한다
아이들한명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는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걸린 루게릭병이 유전이 아님에 안심하기도 한다
왜내가 이병에 걸렸을까 왜나만 불행할까
이런생각에 빠진다해도 전혀 이상할것없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결국 이겨낸다 책을 보며 느낀건데
그녀의 거침없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는것이다
그녀는 마냥 울며 포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화나 드라마같은 극적인효과를 연출하지도 않는다
내가 만약 루게릭병에 걸렸다면 하루하루 비관하며
방에 틀어박힌채 모든것을 거부하고 세상에서 동떨어져지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내면에서 얼마나 수많은 ..
자신과 싸워야했을까 하고싶은것 포기하고싶지않은것을 포기하는데까지
얼마나 보이지않는 피눈물을 흘려야했을까
너무도 담담하게 말하는 그 말투가 오히려 더 가슴아팠다
자신이 화장을 할수없음에 영구화장인 문신을 새기는모습을 보며
그렇거까지 하는 그녀가 이해가 안될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아마도 그녀의 자존심이 아닐까싶다
이책을 쓰기위해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을 수없이 두드렸을그녀
그렇게라도 글을 쓸수있음에 감사하며 아마도 의지를 불태우지않았을까
아마 그녀는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들때까지 그렇게 꿋꿋하게 지내지않을까
안녕이라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말할때까지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