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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 꽃잎보다 붉던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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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은 현대와 과거를 넘나든다
과거도 순차적이아니다 그때그때 다르다
78세 윤희옥은 남편 주호백을 집앞 마당 청매꽃 아래 묻는다 왜 이 여인은 이렇게 하는것일까 그리고나서 남편을 실종신고한다 미국에서 살던 딸 주인혜가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위해 엄마와 아버지가 갈만한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그 장소들은 윤희옥에게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녀가 남편 주호백을 처음 만났던 외가댁
자신을 낳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그때문에 실의에빠진 아버지의 월북
그때문에 전쟁이후 몰락한 외가댁
자신을 살리기위해 외숙모와 뱃속의 아기는 전쟁중 죽고
외삼촌의 보호아래 자라난다
속세에서 멀어지고자 외삼촌이 지은 암자에서 그녀는 첫사랑 김가인을 만나고 그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딱 보기에도 그는 현실적이라기보다 이상을 쫓는 사람 이었다
아마도 그녀 역시 그와 이루어질수없을거란 막연한 예감이 있지않았을까?
수배중이던 그는 결국 붙잡히게되고 그와 이별하지만 그녀의 뱃속엔 김가인의 아이가 생겨나고 그때로선 처녀가 아이를 가지는건 상상도 할수없던 시절 그녀는 결국 집을 나와 주호백을 찾아가고 그의 집에서 딸 인혜를 낳는다
그는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며 나섰지만 아직 젊디젊은 이십대초반의 가진것없는남자였고 과연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다른남자의 아이를 낳은 그녀를 받아들이는것에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않았을까?
어찌됐든 아이에게 애정을 보이지않는 그녀와 달리 주호백은 정성스레 아이를 돌본다 친자식처럼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수두때문에 아파서 입원중이던때 그녀는 김가인의 소식을 듣고 아픈딸을 버려두고 그에게 달려간다
그와 몇달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던날도 주호백은 아무런말도 화도 내지않는다
그는 참고 인내할뿐이다 윤희옥의 마음에는 김가인뿐이라는걸 알면서도 분노하지않고 삭일뿐이고 그런그를 윤희옥은 경멸한다 그렇지만 그 오랜세월 그가 참아냈다고 해서 아무렇지않은건 아니었다
뇌출혈로 거동이 불편해지고 치매가 진행되면서 오랜세월 참고지냈던 날것의 감정들이 드러나고 그는 갑자기 그것들을 토해냈다
주호백이 참고 인내하면서 불평등한 관계였던 이부부는 참으로 멀리돌아와 남편이 치매에걸리고 지난감정들을 토해냄으로써 비로소 동등해졌다
그리고 그때서야 윤희옥은 주호백에게 사랑을 느낀다 당신은 바로 그녀의 첫사랑 김가인이 아닌 칠십대에 이르러서야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남편을 부르는 호칭이다
주호백은 윤희옥에게 받지못했던 사랑을 딸인 주인혜에게서 찾으려고 했던것같지만 밖으로만 돌던 엄마대신 살뜰이 보살핀 아빠를 딸은 나이가 들자 싫어하게되고 사이는 멀어지자 주호백은 상심한다
어찌 이들 모녀는 한남자에게도 이리 잔인한지 두사람을 위해 헌신했지만 무엇이 남았나 아빠가 사라지고 찾아나선 딸은 과거를 후회하지만 이미 늦은걸 어찌하리
두모녀가 아버지의 행적을 뒤따라가는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윤희옥은 남편을 보내는 과정이라 할수있겠다 딸에게는 친부였던 김가인에 관해서 그리고 키워준 주호백에 관해서 새롭게 알수있는 기회였을게다 당연하지만 결국 소득없이 두사람은 돌아오고 윤희옥 역시 치매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청매꽃 아래에서 남편을 기다린다
청매꽃은 주호백이 좋아했지만 알레르기때문에 결코 가까이 할수없는 꽃이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평생 윤희옥이란 여자가 청매꽃과 같은 존재였을게다 좋아하고 사랑해서 가까이하고싶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치명적인 존재.......
어긋나버린 두사람이 안타까우면서도 그래도 다행이아닐까 생의 마지막에서라도 마음이 닿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