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로맹가리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어본적이 있지만
읽어본적이 없는데
그로칼랭은 로맹가리가 이미 작가로서 명성이 있던때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낸 소설이라고 한다
특이한점은 처음 완성했던 소설을 읽고 편집부에서 결말부분을 잘라내자고 했다는것
신인 소설가에게 거스르기는 힘든법 로맹가리를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결말은 자른채로 출판했다고 하는데 이책에서는 출판당시 잘려나간 부분도
나온다
그런데 왜 편집자들이 결말을 뺐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결말을 생태학적 결말이라고 부르는것도 특이하다
주인공인 쿠쟁은 통계청에 근무한다
그는 법을 어기지도 않고 회사에도 착실히 잘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평범하지않게 비단뱀을 키운다
길이가 무려 2미터가 넘는 비단뱀을 아프리카에서 들여와서
그로칼랭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지낸다
그로칼랭이라는 이름은 열렬한 포옹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쿠쟁은 회사에서도 주변과 고립되어 보이는 인물이다
그의 말투는 남들과 다르기도 하고 언어유희를 하는듯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데다가 워낙 사고가 남달라서 남들은 그를 이상하다고 여길뿐이다
오로지 그는 그로칼랭을 어깨에 올려 그로칼랭이 휘감아줄때 안락감을 느끼는것처럼 보였다
이미터가 넘는 비단뱀을 둘둘말고서는 편안함을 느낄정도로 정에 굶주린것일까
문제는 비단뱀은 죽은고기는 먹지않는다는것
살아있는 고기만 먹는데 생쥐나 기니피그나...
그러나 살아있는 생쥐를 그로칼랭에게 먹이는것은 차마 하지못한다
직장동료인 드레퓌스를 짝사랑하지만 그녀와 결혼할거라고 말하는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변변히 그녀에게 말을 걸지도 만남을 가지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쩜 그리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확신하며 행복해하는지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하고 만족해하지만
타인과의 소통은 서툴다
안타깝게도 그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현실은 거기에 부응하지못한다는것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과 타인의 몰이해와 무관심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레퓌스의 짝사랑이 실패로 끝나고 그는 결국 아슬해보이던 의식의 경계를
넘어선다
자신을 그로칼랭과 동일시하게된것이다
소설의 초반부는 쿠쟁의 남다름이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해학적이기도 하지만
뒷부분은 사실 괴기스럽기 짝이없다
그렇기에 출판당시 생태학적 결말은 빼는게 낫다고 생각했을듯하다
쿠쟁의 언어는 이해할듯 이해하기 힘든구석이 있다 얘기를 하다가도 자주 주제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그것을 바로 비단뱀같이 돌고돌아가는게
당연하단식이다
결국 자신이 그로칼랭이라 여기고 생쥐를 꿀떡꿀떡 삼기큰 모습은 그로테스크의 끝이 아닐까
그럼에도 엽기적이긴 하지만 그의 모습이 애달픈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그로칼랭을 떠나보내고 자신이 그로칼랭과 동일시하며 현실을 이겨내려고 한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