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루벤스의 그림중에 한복입은 남자를 그린 그림이 있다

예전에 보고는 그시대에 이런그림을 그리다니 신기하네 하고 말았지만

작가는 거기서 더 나아간다

유럽과 교류가 없었던 조선이었던지라

그동안은 임진왜란때 끌려간 조선인 포로가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그려진 초상화라는 견해였지만 작가는 그 소년이 어른의 한복을 입고있는것은 이상하다며 반박한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있었던 조선시대의 천재 장영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측우기 혼천의 해시계 자격루...

장영실이 만들었던것들이다

세종때 노비신분에서 관직을 받기도 하고

백성과 나라를 위해 여러 발명품을 만들었던 천재 과학자 장영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언제 죽었는지는 분명치않다

실록에 보면 임금이 타는 연을 만들었는데 그 연이 부서져

장영실은 문초를 당한다고 되어있지만

정확히 어떤벌에 처해졌는지

언제 죽었는지는 기록되어있지않다

관직에 있었던 관원들이 죄를 지은  경우 그 벌과 죽은시기가 빠짐없이 기록되어있는 실록의 특성을 생각해봤을때 미스테리긴했다

노비출신이어서 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때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사람인데

아무기록이 없는것도 이상하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일을 해냈는데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다는것도 이상할따름이었는데

바로 그 점을 파헤쳐서 작가는 10여년에 걸쳐 구상한 소설을 내놨다

물론 하나의 가설이고 증거도 없고 맞다고 할수도 없지만

개연성은 있어보였다

명나라 환관이었던 정화가 대항해를 나섰었단건 알고있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잘몰랐다

아무래도 서양사 중심이다보니 동양의 업적은 뒤로 밀리고 의미가 축소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명에서도 그에 대한 기록이 별로 남은게 없으니 참 안타깝다

중국이 천하중심이라는 생각도 좋지만

새로운 세상 다른 문명에 대해 너무도 무관심했던게 아니었나싶다

조선역시 중국외엔 딱히 교류가 없었고

힘들게 항로를 개척했으나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렸으니

장영실 역시 비차에 대한 연구를 했었어도 도면같은게 남은게 없으니 ;;;

기술을 천시했던지라

한때는 장영실은 왜 노비로 태어났을까 그래서 자신의 뜻을 더 펼치지못했을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그나마 세종때였기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수있지않았나싶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하늘을 관찰하고 달력을 만들지만

그당시 역법은 고급기술이었기때문에 중국만이 만들수있었다

독자적인 우리만의 역법을 만드는것도 천문대를 만드는것도 쉽게 할수없었고

우리의 글자를 만드는것도 대국의 눈치를 보아야했던 시절

작가말대로 장영실을 명으로부터 보호하기위해서 그를 빼돌린것이고

그가 자유롭지못했던 조선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는게 그럴듯하면서도

정말 그랬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완벽하지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능력을 펼칠수있었다면

신분이나 다른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것도 하지못했던것보다는 낫지않았을까

소설은 장영실이 썼다고 하는 비망록의 내용과

현대에 한복입은 남자에 대해 다큐를 만드려고 하는 한 pd가 그 비망록을 입수하게되고 그 내용을 알아가는구조로 되어있다

결국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냉담한 반응에 부딪치게 되고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그 모습이 이런저런 벽에 가로막혔던 장영실과 오버랩되고

그가 마지막 비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과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진석의 모습도 비슷하다

교황을 만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같은 천재 제자를만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접고 자신의 소명을 다했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조선을 그리워하고 그곳으로 가고싶었을것이다

비차에 그런마음이 담겨져있음을 알기에 그가 더 외로워보였다

책을 막상 접하고는 500페이지가 넘는 숨막히는 양에 허걱했지만

장영실의 삶과 그가 거쳤을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가다보니 500페이지가 많은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상상력으로 그의 인생을 떠올려야하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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