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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치로서 영화읽기
이황석 지음 / 베어캣 / 2020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영화를 통해 현실의 사회 문제와 정치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 그리고 영화계, 영화인, 책, 유튜브 까지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통해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와 사건들에 대해 말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이전에 썼던 칼럼이나 세미나 강연 등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비교적 최근 이슈가 되었던 일본과의 경제 문제, 코로나19와 의료파업, 방탄 소년단, N번방 사건등도 다루고 있어 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정치를 다루고 있어 자칫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면 어쩌지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저자는 일방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것 같아 읽는내내 특별한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책은 4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장을 나눈 기준을 알수가 없어 저자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배치한 것인지 단순히 그냥 배치한 것인지 모르겠다.
보통은 주제별로 나뉘는 목차에 익숙해서인지 뭔지 모를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보거나 내용을 아는 영화와 관련된 부분은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저자가 생각하는 부분이 같은지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고 아직 접하지 못한 영화는 내용을 알고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물론 책 때문에 한번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영화도 있었다. 추후에 책에서 언급된 영화나 책, 음악 등을 보고, 읽고, 들은 후 다시 읽어본다면 처음에 느낀 생각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영화 '언노운 걸', 양심이란 이름의 고통>
동네 의원에서 임시로 일하던 의사 제니, 환자를 극진히 돌보는 성실한 그녀가 어느날, 인턴을 상담하면서 꾸짖는 상황에서 울린 다급한 벨소리를 외면하게 되고 다음날 벨을 눌렀던 한 흑인 소녀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을 알게 되고 제니는 자신이 문을 열어 주지 않아 소녀가 죽었다며 자책한다. 그 후 마음을 추스린 그녀가 이름없는 한 소녀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여정을 다룬다고 한다. 이 이야기와 함께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에 발생했던 의료파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시 되어야 할 공공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서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콜세이지를 언급한 이유>
그동안 배타적인 태도를 보여온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4관왕에 올랐다는 것은 파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봉준호 감독은 거장 마틴 스콜세이지를 언급한다. 엄청난 작품을 남긴 그에게 영광을 돌린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변방이었던 라틴계 이탈리아의 날 것을 보여줬던 스콜세이지의 영화를 아카데미가 외면해왔음에 대해 봉준호 감독이 뼈 있는 농담을 한 것이라고 한다. 역시 봉준호 답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방탄 對 애국>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전에는 방탄이라는 단어가 방산비리나 방탄 국회등과 맞물리면서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으나, 방탄소년단 BTS로 인해 긍정적이고 친근함마저 느끼게 하다니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BTS를 비틀즈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비틀즈가 라디오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열풍이 확산된 반면, BTS와 아미 현상은 SNS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점화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BTS를 '애국'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진짜 애국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처럼.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와 은유로서 질병>
코로나19 감염상태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라는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있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 지배를 받던 알제리의 항만 도시 오랑, 그 죽음의 도시에 남게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처지에서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도시를 탈출할 생각을 하는 이들, 혼란을 틈타 돈을 벌 생각으로 사태를 즐기는 이들, 객관적인 태도로 추이를 지켜보며 기록하는 이들, 묵묵히 싸워가는 이들. 지금의 현실 속 모습과 너무 비슷해 섬뜩하기도 하고 무섭기까지 한 생각이 든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와 손세정재를 사재기하고 엄청난 폭리를 취했던 이들, 우한에 남아있던 교민들과 유학생들을 위해 중국체류를 선택했던 의사분과 유학생학생회장,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의무를 다하는 의료진 및 공무원들.
소설의 문장처럼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를 극복하는 길은 우리 모두가 공유의 삶을 위해 '성실하게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백번 동감한다.
최근 다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모두들 서로를 위해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겠단 생각뿐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다.
다양한 사회 현상을 각종 영화와 책, 음악에 비추어 읽기 쉽게 서술하고 있어 좋은 것 같다. 명확한 주제별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조금은 아쉽지만 지금의 현실을 너무나 잘 이야기하고 있어 한번쯤은 읽어 볼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