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 단군신화부터 고려시대까지
이한 지음, 조진옥 그림 / 뜨인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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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평소에 고등학교 교과서만 제대로 소화해도 역사에 대해 전혀 꿀릴게 없나는 생각을 했었고, 실제로도 한 번씩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통독한다. 어린 왕자를 읽으면 나이를 먹으면서 그 느낌이 다르다고 하는데, 역사 교과서도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느낌이 다르다기 보다는 활자를 읽으면서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반복을 하면서 제대로 이해가 되기 때문일꺼다.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저자는 서문에서 주위 사람들이 역사적 단편들을 꿰맞추어 던지는 질문에 가끔 당혹함을 느낀다. 또 정사보다 야사에 궁금증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그런 사건들이 발단이 되어 상고시대(고조선 이후)부터 고려 시대까지 역사에서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 부분들이나 저자가 스스로 의문을 던진 부분들을 59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설명을 하고, 마지막에는 저자가 다시 독자와 자신에게 되묻는 형식이다. 산뜻하게 만화가 추가된 것은 보너스다.

역사를 잘 안다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이 많다. 내가 읽은 교과서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고, 정부에서 간행한 것이어서 아주 스탠다드 한 것들만 기술되어 있는 반면에 이 책은 정사가 아닌 야사라고 할 법한 사실들이 제법 들어가 있다. 그래서 재미가 있다. 정사보다 야사가 재밌는건 주지의 사실이니.

몇가지만 살펴보자.


거석문화. 고인돌, 스톤헨지, 모아이. 전라도 화순에 가면 지천에 늘린게 고인돌이다.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은 곳이다. 청동기 시대가 되면서 계급이 생기고 계급을 가진 지배자가 죽으면 고인돌을 만드는 풍습. 기중기도 포크레인도 없던 시대에 300톤이 넘는 돌을 옮기기 위해 2-3천명이 있어야 돌을 옮긴다. 어린 아이나 부녀자를 제외하면 적어도 5-6천명 이상이 집단 생활을 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부장품은 당시의 내세사상을 반영한다. 역사 기록이 없던 시대의 사실들을 알려주는 유물들이다.

걸출한 인재였던 바보 온달을 기득권을 쥔 귀족과 역사가들이 바보로 만들었다는데..?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고구려의 평강 공주는 어려서 너무 자주 울어 왕이 나중에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농을 던지는데 공주는 장성해서 정말 바보 온달을 찾아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학문과 무술을 가르쳐 고구려의 뛰어난 인재로 만들고 나라에 공을 세워 장군에 임명되고. 누구나 아는 바보 온달 이야기다. 그런데 작가는 온달은 하급 귀족이었고 뛰어난 전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다른 귀족들이 온달을 바보로 폄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뒤이어 이렇게 설명한다. 온달 이야기가 유명해진 계기가 5.16 이후 역사학자 이기백의 스승인 함석헌이 5.16을 신랄하게 비판을 하고 체포를 당한다. 정부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죽이지도 가두지도 못하고 고작 함석헌을 정신이상자로 몰아버렸다. 멀쩡한 스승이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 것을 본 제자(이기백)가 '온달이 왜 바보가 되었는지'를 깨닫고 연구를 했다는 말이다.

저자만의 독특한 역사적 해석이 부분 부분 들어있다. 그런 해석에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니 때론 당황스럽기도 한 주장들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역사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흥미 위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역사를 어렵게, 지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흥미라도 붙일 수 있다면 그 다음은 문제가 아니다. 또 이 책을 읽고 난 후 통사나 정사를 읽어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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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0배 즐기기 - World tour Guide '08~'09 최신개정판 100배 즐기기
전명윤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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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100배즐기기


차를 좋아하고 도자기를 좋아하고 풍류를 아는 사람들의 모임, 다우리. 내가 7년째 몸 담고 있는 모임이다. 매달 모여서 맛난 것도 먹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지만 매년 차 밭을 찾아 여행가는 즐거움을 최고로 치는 모임이다. 보성 대한 다원을 다녀오고, 하동 차 시배지와 쌍계제다, 수제차 명인 박수근 선생을 찾아뵙고, 제주도 여행을 가서도 태평양에서 만든 차 박물관과 서광다원을 둘러봤다. 그 다우리가 이제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나간다. 올해는 중국이다. 차 문화의 발상지 중국이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차밭만 둘러 본다는 건 무리가 있고 김해 공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중국 남쪽 지방으로 코스를 잡아 네째 날 항주에서 용정차와 항주 전통 다도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여행사에 일부러 부탁을 해서 추가했다.

 

 

 

오호!! 통재라. 나의 첫 해외여행이 될 뻔한 중국 여행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한다. 내 앞에는 [상해, 황주, 황산 4박 5일]에 관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지금 세상은 베이징 올림픽으로 온통 중국 이야기다. 나를 위로해줄 것은 중국에 관한 무수한 다큐멘터리와 랜덤하우스의 [중국 100배 즐기기]라는 여행 안내서가 전부다. [중국 100배 즐기기]가 나를 위로해 줄지 아님 나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할지 아직 판단이 서진 않지만 우리 회원님들이 어떤 곳을 여행하게 될지 책으로나마 떠나봐야겠다.

 

 



 

내 앞에 놓여있는 다우리 중국여행 스케쥴이다.

여행안내서를 보고 스케쥴을 짜는게 아니라

스케쥴을 보고 여행 안내서로 간접여행을 하고자 한다.

 

 

 

1일과 5일.상하이

 부산 김해 공항을 떠나 상하이 푸둥 공항 도착이다.

푸둥 공항에서 자기 부상열차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 [예원]을 둘러본다

 

4일째 되는 날 밤에 항주에서 상해로 다시 돌아와

[동방명주타워]에 오르고 [외탄지구]를 둘러본다



 

 



 

왼쪽 사진은 동방명주의 야경.

 

 

상하이.

중국의 4대 직할시의 하나로 베이징보다 경제적 중요도가 높은 유일한 도시.

오늘날 상하이는 화려함을 빼면 할 말이 없지만 160여년 전만 해도 아주 작은 어촌에 불과했었다.

1842년 난징조약 체결로 서양 열갈의 활동의 장이 되었고 불과 20년만에 거대항구로, 중국최고의 도시로 변모시킨다.

1930-40년대 일본의  중국 지배로 상하이의 황금시대가 주춤하고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구체제를 절대 악으로 규정한 40년의 암흑시대를 보낸다.

그러나 경제개발을 서두르던 중국 정부는 상하이의 지리적 이점을 파악하고

1990년 푸둥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상하이는 하루가 1년 같다는 표현이 나올만큼 가파르게 변화했다.

기록 경쟁에 여념이 없는 마천루와 변화하는 중국이 보고 싶다면

상하이로 가자!!.



 

 

 



 

 

상하이 전체를 볼 수 있는 지도다.

책에 소개된 여행지마다 크게 붉은 글자로 표기하고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숫자로 따로 표기했다.



 

 

 



 

왼쪽 아래편에 [예원]을 소개하고 있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예원]

상하이 제일의 볼거리.

'예원을 보지 않고서는 상하이를 본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지.

명,청대의 대표적인 강남 정원.

명나라 관료였던 반윤단이 아버지 반은의 노후를 위해 18년간 건설했다.

건설 당시 호사가들의 주목을 받았을 정도로 화려함을 특기로 하는데,

가장 인상적인 볼거리는 용 모양으로 조각된 담장.

용이 날아오를 것만 같은 곡선의 담장은 예원이 가진 건축적 파격미의 상징이다.

하지만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용 모양을 개인 정원에 활용한 것이 수많은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실제로 반윤단은 당대의 세도가로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었는데,

급기야 황실은 반윤단이 활제가 되려는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정치적 위기에 몰린 반윤단은 진짜 용은 발톱이 5개지만,

담장 위의 조각은 발톱이 3개라는 점을 강조하며

용과 닮은꼴의 다른 짐승이라고 주장해 목숨과 관직을 부지하기에 이른다.

 

여행 안내서는 이래야 된다.

볼거리,장소,먹거리 간단하게 소개만 하면 그건 안내표지판이지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요즘 여행객들 정말 똑똑해졌다.

급하게 둘러보고 저렴하게 여행했다고 자랑하는 사람 없다.

여행하기전에 그 나라의

역사서와 문학책, 하물며 정치,미술, 건축까지 

 책으로 , 영상으로 두루 섭렵하고 난 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왼쪽 위 사진의 탑은 4일째 되는 날 밤 일정에 있는 동방명주타워.

468m를 자랑하는 방송수신탑으로 상하이의 대표적 랜드마크.

전망대는 90m, 263m, 350m 이렇게 세 곳.

내부의 고속엘리베이트를 이용하면 40초만에 263m의 전망대까지 올라간다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트로 기네스북 등재.

동방명주의 자랑인 267m 지점의 회전레스토랑은 360도 회전하며

와이탄(외탄지구)과 푸둥의 전경을 보여준다.

 

 

 

 

 

 

 

2일-3일. 황산을 둘러본다



 

 



 

1990년 UNESCO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으로

중국 제1의 명산이다.

"황산에 오르니 천하에 산이 없더라"

"오악에 오르니 모든 산이 눈 아래 보이고, 황산에 오르니 오악조차 눈에 차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명산이다.



 

 

 



 

 

왼쪽 아래 부분에 계곡이 영화 [와호장룡]에서

주윤발과 장쯔이가 대나무 숲에서 와이어 액션 장면을 연출한 곳이다.



 

 



 

 

여행서의 설명을 빌리자면

[황산에서 잠자기]

황산의 숙소 요금은 마치 널뛰기와 같다. 어느 순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 여행객이 줄어들면 끝없이 내려간다.

황산의 숙소 구역은 황산 배우의 작은 마을인 탕커우와 온천구, 그리고 산 정상인 북해 부근이다.

탕커우와 온천구는 엇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반면, 산 정상은 턱없이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황산에서의 1박과 일출을 보고 싶다면 개성 없는 탕커우보다 온천구를 더 권하고 싶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런 알짜 정보가 필요하다.

돈을 더 들이더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게 있고

저렴해도 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여행책을 만드는 사람의 의무다.

 

 

우리의 여행스케쥴에는 [청대옛거리]가 있었는데

이 책에는 그 곳의 정보는 없었다.

중국 여행에 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판단할 방법이 없다.

적은 지면에 보다 중요한 정보를 넣기 위해 누락된 것으로 믿는게 정신 건강에 도움된다.

 

 

 

 

3일-4일. 항저우.

스케쥴은 [송성가무쇼]를 관람하고 발맛사지도 받고

서호유람선탑승, 영은사, 육화탑 관광,

그리고 용정차와 항주 전통 다도를 체험하는 일정이다.



 

 



 

 

항저우. 저장성의 성도. 우리 나라로 치면 도청 소재지. 미국으로 치면 주도.

쑤저우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로 명성을 떨치던 곳.



 

 



 

 

 

항저우의 Best Course가 소개되어 있다.

 

우리의 여행 스케쥴은

항저우 최대 관광지 서호에서 유람선을 타고 시작한다.

 

오른쪽 페이지 아래쪽은 중국 선종의 10대 사원이자 1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항저우 제일의 고찰, [영은사]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 아래 사진이 항저우 최고의 볼거리 서호(西湖).

 

책의 설명을 빌리자면..

 

동서 3.2km, 남북 2.8km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호수.

중국 4대 미녀 중 하나인 서시(西施)의 아름다움에 비견된다는 의미에서 서호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국의 전 시대를 통틀어 수많은 시인과 화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은 것으로도 유명.

특히 중국 당나라 때 장한가로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을 노래한 백거이와 당송팔대가의 한 명인 소동파는

서호를 단지 호수가 아닌 중국 문학의 살아있는 보고로 만든 대표적 인물.

이 둘은 항저우의 지방관을 역임했는데 재임기간에 서호에 있는 2개의 제방인 백제와 소제를 쌓은 것으로도 기억된다.

서호의 아름다움은 흔히 서호십경(西湖十景)이라는 10개의 볼거리로 대표된다.

서호십경은 경우에 따라 특정 계절이나 날씨에만 볼 수 있는 것도 있으므로 10가지의 절경을 모두 즐기기란 불가능하다.

 

오른쪽에 서호10경을 모두 소개했다.



 

 



 

 

왼쪽 아래 파란색 부분이

[용정차를 고르는 4가지 방법]이다.

용정촌은 중국 제1의 명차인 용정차를 생산하는 곳.

 

다우리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오른쪽의 [항저우에서 놀기].

항저우 최고의 놀거리는 전통찻집 방문.

고풍스러운 고가구에 둘러싸인 찻집의 앤틱함과는 달리

제법 시끄럽고 다식도 우리의 것과는 많이 달라

인사동의 전통찻집과는 많이 다르다고.

그러나 저자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약간 이질감이 드는 차 문화지만

익숙해지면 더 편안하다고 충고한다.

 

 

 

 

여행은 대충 마쳤고 책을 좀 더 살펴보자.



 

 

 



 

이 책은 1000페이지가 넘은 방대한 양이다.

일일이 다 살펴본다는 건 애초에 무리다.

여행 목적지를 정하면 목적지 중심으로 찾아보는 백과사전이다.

요즘 가끔 백과사전을 다 읽고 책을 내는 인간들이 존재는 한다만은

이 책을 그런 식으로 활용하는 건

여행가지말라는 이야기다. 책만 보고.



 



 

 

 

[중국 100배 즐기기] 뿐만 아니라

[-  100배 즐기기]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아주 깔끔하게 분책이 된다는 거.

 

1권은 베이징, 상하이, 동북지방.

2권은 남부해안, 티베트, 실크로드, 홍콩, 마카오.

 

다우리 스케쥴대로의 여행이라면 1권만 챙겨가도 된다.

여행에서 조금이라도 짐을 줄일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돌아다녀본 사람은 안다.

 



 



 

친절하게 베이징 올림픽에 관한 지도도 들어있다.

이 책이 개정된것도 올림픽을 겨냥하지 않았을까?

올림픽 체육 시설물에 대한 지도다.



 

 

 

 



 

뒷면은 베이징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



 

 



 

중국전도



 

 



 

 

그리고 뒷면은 이 책과 연관된 지도다.

각 지도에 페이지가 표시되어있는데

이 책의 몇 페이지에 지명이 소개되어있는지를 나타내는거다.

비에 젖지 않도록 아주 얇게 코팅이 되어 있는것도 신경 쓴 부분이다.



 

 

 



 

어디에 쓰일지 모르겠으나 ^^

쿠폰도 여러장 들어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중국알기]

[여행준비]

[여행입문]

 

코너를 따로 할애해서 보다 깊이 있고 꼼꼼한 여행이 되도록 배려했다.

 

특히 [중국알기]는 중국의 기초정보, 역사, 요리, 술, 음료수 등을 세세하게 다루었다.

공부하고 여행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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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장기려
손홍규 지음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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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장기려

KBS 현대인물사를 통해 본 그는 '슈바이처'다. 더도 덜도 말고 한국의 '슈바이처'다. 전쟁통에 아들과 부산에 내려와서 실천한 환자사랑은 눈물겹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하다.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다른 자식들을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는 그의 가족 사랑.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 이 모든 것들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인간 장기려는 의사 이전에 성자다.

 

 

청년의사 장기려. 이 책은 일제시대 태어나 의술을 전공하고 평생을 병원 한 번 가보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의술과 사랑을 펼치다 간 장기려 박사 이야기를 소설로 구성한 책이다. 이전에 [KBS 현대인물사]를 통해 장기려 박사님을 접한 적이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평생 의술을 펼치면서 변하지 않은 건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일제 시대에는 가난한 동포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고, 해방이 되고 소련군이 점령했을 때는 공산당들에게,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북한이 북으로 후퇴하고 미군과 한국군이 평양을 점령했을 때는 남한군인들을 치료한다. 장기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인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양에서 의사로 있으면서 변한 건 통치 세력이었지 장기려의 마음이 아니었다.

 

 

윤치호도 나오고, 이광수도 나오고, 함석헌, 나비박사 석주명, 김일성, 이승만, 백인제도 나온다. 한국 현대사를 장식한 굵직 굵직한 인물들이다. 윤치호는 송도고보 교장이었고, 이광수는 장기려의 의술을 받았고, 그를 그의 작품 '사랑'의 안빈으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나비박사 석중명은 송도고보 시절 많은 생각을 나누던 동문이었고, 백인제는 그가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게 끔 한 당대 최고의 명의이면서 멘토였다. 일제 시대 한국인의 자존심을 의술로 지켜낸 이다. 이렇게 우리가 다 아는 사람만 나오는 건 아니다. 그가 의술에 처음 눈 뜨다 시피한 계기는 고향 용천의 박의원을 통해서다. 박의원의 아들과는 나중에 악연이 되지만. 그리고 그를 이해하고 사랑한, 의사의 딸로 태어나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한 사람의 아내로 헌신적인 삶을 산 아내가 있었다. 몸과 마음이 아파 휴향을 할 때 기숙사에서 만난 대길이라는 아이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KBS 현대인물사]의 장면 하나 하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한국 전쟁 이후 부산에 내려와서 생활한 부분이 없다. 오히려 장기려 박사의 업적은 아들과 남하해서 부산에 정착하면서 이루어진 것들이 더 많았다. 무료진료를 하고 청십자의료재단을 만들고 외과의사로써 뛰어난 수술 실력을 보인다. 우리가 가끔 TV에서 보던 두밀리 자연학교의 ET할아버지 채규철씨도 불의의 교통사고로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어서 모든 의사들이 살아도 의미가 없다고 포기를 할 때, 그래도 살아야 된다, 귀중한 목숨이다 라고 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살려낸다.

 

 

이미 [장기려 그사람]이라는 평전이 나와 있다고 하나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꼭 읽어봐야겠다. 소설에서 다룬 것은 장기려 박사 일생의 절반도 안된다. 그가 이룬 일들이나 살아온 시간 어느 것으로 계산을 해도. 훌륭한 사람의 일생을 되짚어보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다시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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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단숨에 읽는 시리즈
한잉신.뤼팡 지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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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라디오 퀴즈 프로그램을 듣다가 뷔페의 유래를 들었다. 스칸디나바아 반도의 해적 바이킹들이 먹을 거리를 강탈해 와서 좌판을 벌이듯이 펼쳐 놓고 맘 놓고 푸짐하게 골라먹는게 뷔페란다. 스케일은 크고 단순 무식으로 치자면 어디가도 뒤지지 않을거다. 한 때 우리나라도 북아프리카 서부 해안에서 원양어선이 소말리아 해적에 나포되어 온 국민을 걱정하게 했고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까지 했다.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해적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깊이 보다는 한 권으로 훑어 보는데 의의가 있다. 지중해와 대서양의 해적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이야기가 태반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바다를 많이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바다는 고기 잡은 어장 그 이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책장을 넘기자 마자 기다리고 있는 사진은 [해적은 어떻게 처형되었는가? 서양은 교수형, 동양은 참수형에 처해졌다]로 설명하고 있는, 목이 잘려 나 뒹구는 시체들 사진이다. 만화 속에 나오는 용기와 모험과 낭만의 해적도, [캐리비언의 해적]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아니다.

중세의 해적들은 정부의 암묵적인, 또는 공공연한 지원아래 활동을 한다. 사략선이 그 예다. 사략선은 전시에 적선을 나포하는 면허를 가진 민간 무장선을 일컫는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비군이자 수입의 원천이었기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중세 강대국들의 식민지 건설 정책이 해군이든 해적이든 해상 활동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정복, 침략 전쟁이 빈번한 것도 그 이유가 된다. 그런 대표적인 해적이 프랜시스 드레이크였다. 스페인 선박을 탈취한 일은 스페인 정부에게는 적대적 행위였지만  스페인의 적군인 영국 정부에게는 영웅적인 행동이었다. 그 고마움으로 영국 정부는 해적에게 작위를 수여한다

사략선 선원이든 해적이든 모두 노예 무역과 밀수를 하고 금은 보화를 실은 배를 약탈하는 게 꿈이었다. 해적의 존재는 공포의 대상이고 그들의 행위는 난폭하고 잔인했지만 국가를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 해적과 사략선은 해군 시스템의 발전을 가져왔고 소규모에서 대규모 해군 체계로 옮겨가는 촉매제가 되었다.

해적들의 생활은 그들의 잔인함이나 강함과는 달리 매우 고단하고 힘들었다. 항해를 오래하면서 부패한 음식을 먹거나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전염병에도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엄격한 규율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 일해도 값싼 노동력이 넘쳐나던 시기여서 정당한 대접을 못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해적이라면 누구나 미송 선장이 만든 '자유의 나라'를 꿈꿀만도 하다. 미송 선장은 동아프리카의 섬, 마다가스카르에 '자유의 나라'를 건설한다. 그 곳에서 해적들은 인간권리의 수호자요 특권을 누리는 자유민이었다. 민주 제도를 도입하여 법을 제정하고 집행했다.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누구나 자유를 누리고 생존권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어느나라, 어느 정부도 이루지 못한 이런 모습에 생존권과 자유를 박탈당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으로 몰려왔다. 아마 어느 시대, 어느 바다의 해적이든 이런 유토피아를 꿈꾸었을 것이다.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는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다.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한 권으로 간단하게 훑어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 한권으로 읽을 수 있는 한국의 역사류 같은 그런 책이다. 그렇지만 단편적으로만 접하게 되는 해적 이야기를 한 권에 모아 놓은 것으로도 책 값은 한다. 그리고 해적은 더 이상 만화 속의 [원피스], 동화속의 [보물섬], 영화속의 [캐리비언 해적]처럼 꿈과 모험과 사랑이 있는 그런 낭만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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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상계 - 근대 상업도시 경성의 모던 풍경
박상하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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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성상계



이 책을 처음 보고 두 사람이 생각났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간송 전형필. 예전에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백남준의 집안이 엄청난 거부여서 일제시대 전투기를 구입해서 일본에 헌납했다고 한다. 백남준에 관한 어린이용 위인전에서는 가족들이 여름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기전 기념촬영 한 모습을 봤는데 외국의 귀족의 모습과 별 다를게 없었다. 간송 전형필 집안은 일제시대 손꼽히는 거부였다. 집안 어른들이 일찍 돌아가시고 집안의 모든 재산이 간송에게 상속된다. 그 재력과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위창 오세창 선생의 지도로 일본으로 넘어가던 많은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다. 두 집안 모두 당시 내노라 하는 거부였다. 그러나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경성상계. 개항 이후 일제 시대를 지나 해방까지 우리 나라 재계(당시는 상계)를 다룬 책이다. 조선 상계의 대표격인 육의전 이야기가 그 첫째다. 조선 시대 장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농공상, 무본억말, 농자천하지대본 등등....농업을 널리 장려한 반면 상업 활동에 대해서는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도성안에 유일한 시장이 육의전이었다. 그들은 금난전권이라 하여 다른 상인들이 장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한도 있었다. 정조가 금난전권을 폐지하기 까지는. 인구가 증가에 따른 생산력의 증가, 사상인의 활약, 그리고 개항으로 인한 서구의 개화 물품들의 유입으로 조선의 만물상이라던 육의전은 과거의 위세를 잃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시대의 변화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변화의 바람을 타지 못한 것이다.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던 육의전의 역사에 그 명맥을 유지하고 개혁의 고비를 넘어선 사람이 백윤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조부다.



1900년대 초 우리 상계는 일본인들이 우리 경제를 잠식해 가던 시기다. 우리 국권을 빼앗은 일제는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을 확립하는데 힘을 쏟았다.  경제 구조를 일제의 상품과 자본을 수출하고, 한국의 식량과 원료를 수탈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토지 조사 사업, 임야 조사 사업을 실시하고, 회사령, 삼림령, 어업령, 광업령을 공포하였다. 특히 회사령은 회사를 설립하거나 해산할 때 총독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조선인의 기업 활동과 자본 축적을 억제함으로써 산업 구조를 일제의 의도에 따라 재편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인이 기업을 하기에는 너무 악조건이었다. 그 와중에도 이병두의 [별표고무신]은 대박을 터트린 상품이었다. 일본에서 들여 오던 모양을 조선 사람에게 맞게 개량을 한 것이 대박의 이유다. 우리 발에 맞게 폭은 과감히 넓히고 굽은 크게 낮추되 발등을 드러내서, 이른바 우리의 체질과 환경에 적합한 '조선식 고무신'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경성상계]에서 가장 많은 지면과 정성을 쏟은 부분이 일제 시대 백화점 이야기다. 일본의 백화점과 우리 민족이 세운 백화점과의 대결, 우리 자본끼리의 대결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박흥식. 평안도 용강 제일가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박흥식. 16살 어린 나이(지금 기준으로는 중3, 고1이지만 그 당시는 제법 어른 행세 하던 나이였을게다)에 쌀장사를 시작으로 22살에 인쇄소를 경영한데 이어 용강 철도역이 새로운 화물 집산지로 발달하게 되자 '서선산업주식회사'를 설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24살에 경성 상계에 진출한 박흥식은 양지(洋紙)도매상인 '선일지물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경성 종이 소매업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게 되자 일본인들의 견제를 받게 된 박흥식은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종이 생산자와 담판을 벌인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인들의 벽은 높았다. 며칠 째 머물던 여관에서 듣게 된 사소한 정보 하나 - 종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북유럽에서도 생산하고 특히 스웨덴은 세계 최대의 양지 생산국가 라는 것. 일본의 스웨덴 영사관을 찾아가 스웨덴으로부터 양지를 직수입하는데 성공한다. 거기에 일본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일본의 독살로 승하하고 말았다. 일본에 대한 적개심, 민족감정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선일지물로 거래처를 바꾸게 한다. 막대한 부를 쌓은 박흥식은 종로 네거리에 있던 화신상회를 인수해서 낡은 건물을 헐어내고 3층 높이의 콘크리트 대형 건물을 세운다. 이 보다 등장한 최남의 '동화백화점'. 깔끔한 상품진열과 다양한 품목 취급, 당시로는 획기적인 정가판매, 그리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시대에 200명중 절반인 100명을 여직원들로 채용한다. 미인계를 들고 나온다. 나중에 이 미인계가 화근이 될 줄이야...일본의 거대 자본 속에서도 화신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민족 자본으로 분투한다.




재밌는 자료들이 있어 몇 가지 붙인다. 1911년 한일병합 직후 [시사신보]가 조사한, 당시 50만원(지금 돈 약 600억원) 이상을 소유한 자산가는 총 32명인데 상위 랭크는 이희:흥선대원군 장남, 이강:고종의 아들인 의친왕, 박영효:철종의 사위, 이완용:고관대작, 이재완:흥선대원군의 동생인 흥안군 이최응의 아들, 송병준:친일단체 일진회 회장, 민영휘:고관대작, 민영달:고관대작, 김진섭:한성마포 거상, 강유승:평안도 진남포 거상, 백윤수:한성 종로 거상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을사 오적이 둘이나 있다. 이완용과 송병준.



일제 시대 '명사'들의 고급 자동차의 가격을 나열한 대목도 있다. 최창학:1만3,000원(지금 돈 15억 6천만원), 민대식:8,000원(지금 돈 9억 6천만원), 김기덕:8,000원, 방응모:8,000원, 신석우:7,000원(지금 돈 8억 4천만원), 박영철:6,000원(지금 돈 7억 2천만원) 등등. 지금보다 인플레가 조금 더 심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차 가격이 지금 최고 가격과 비슷하다. 한 때 이건희 자동차로 불리던 마이바흐가 7-8억 정도 하니. 조선일보 사장이던 방응모도 눈에 띈다.



이 책은 많은 부분을 당시 모습을 잘 묘사한 [삼천리]나 [동아일보], [조선일보]등 신문, 잡지를 인용한 부분이 많다. 지금과는 다른 맞춤법의 발음나는 대로 적은듯한 글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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