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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ㅣ 단숨에 읽는 시리즈
한잉신.뤼팡 지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라디오 퀴즈 프로그램을 듣다가 뷔페의 유래를 들었다. 스칸디나바아 반도의 해적 바이킹들이 먹을 거리를 강탈해 와서 좌판을 벌이듯이 펼쳐 놓고 맘 놓고 푸짐하게 골라먹는게 뷔페란다. 스케일은 크고 단순 무식으로 치자면 어디가도 뒤지지 않을거다. 한 때 우리나라도 북아프리카 서부 해안에서 원양어선이 소말리아 해적에 나포되어 온 국민을 걱정하게 했고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까지 했다.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해적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깊이 보다는 한 권으로 훑어 보는데 의의가 있다. 지중해와 대서양의 해적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이야기가 태반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바다를 많이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바다는 고기 잡은 어장 그 이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책장을 넘기자 마자 기다리고 있는 사진은 [해적은 어떻게 처형되었는가? 서양은 교수형, 동양은 참수형에 처해졌다]로 설명하고 있는, 목이 잘려 나 뒹구는 시체들 사진이다. 만화 속에 나오는 용기와 모험과 낭만의 해적도, [캐리비언의 해적]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아니다.
중세의 해적들은 정부의 암묵적인, 또는 공공연한 지원아래 활동을 한다. 사략선이 그 예다. 사략선은 전시에 적선을 나포하는 면허를 가진 민간 무장선을 일컫는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비군이자 수입의 원천이었기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중세 강대국들의 식민지 건설 정책이 해군이든 해적이든 해상 활동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정복, 침략 전쟁이 빈번한 것도 그 이유가 된다. 그런 대표적인 해적이 프랜시스 드레이크였다. 스페인 선박을 탈취한 일은 스페인 정부에게는 적대적 행위였지만 스페인의 적군인 영국 정부에게는 영웅적인 행동이었다. 그 고마움으로 영국 정부는 해적에게 작위를 수여한다
사략선 선원이든 해적이든 모두 노예 무역과 밀수를 하고 금은 보화를 실은 배를 약탈하는 게 꿈이었다. 해적의 존재는 공포의 대상이고 그들의 행위는 난폭하고 잔인했지만 국가를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 해적과 사략선은 해군 시스템의 발전을 가져왔고 소규모에서 대규모 해군 체계로 옮겨가는 촉매제가 되었다.
해적들의 생활은 그들의 잔인함이나 강함과는 달리 매우 고단하고 힘들었다. 항해를 오래하면서 부패한 음식을 먹거나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전염병에도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엄격한 규율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 일해도 값싼 노동력이 넘쳐나던 시기여서 정당한 대접을 못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해적이라면 누구나 미송 선장이 만든 '자유의 나라'를 꿈꿀만도 하다. 미송 선장은 동아프리카의 섬, 마다가스카르에 '자유의 나라'를 건설한다. 그 곳에서 해적들은 인간권리의 수호자요 특권을 누리는 자유민이었다. 민주 제도를 도입하여 법을 제정하고 집행했다.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누구나 자유를 누리고 생존권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어느나라, 어느 정부도 이루지 못한 이런 모습에 생존권과 자유를 박탈당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으로 몰려왔다. 아마 어느 시대, 어느 바다의 해적이든 이런 유토피아를 꿈꾸었을 것이다.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는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다.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한 권으로 간단하게 훑어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 한권으로 읽을 수 있는 한국의 역사류 같은 그런 책이다. 그렇지만 단편적으로만 접하게 되는 해적 이야기를 한 권에 모아 놓은 것으로도 책 값은 한다. 그리고 해적은 더 이상 만화 속의 [원피스], 동화속의 [보물섬], 영화속의 [캐리비언 해적]처럼 꿈과 모험과 사랑이 있는 그런 낭만적인 이야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