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학원들의 학원 경영 이야기 - 잘나가는 학원은 이유가 있다
김지현 지음 / 미디어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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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성공시대 - 학원경영이야기

 

어느 분야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적잖은 감흥을 준다. 최근에 나를 흥분시키는 분야는 요리다. QTV에서 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쉐프 에드워드 권이 나오는 [YES CHEF]는 보는 내내 흥분상태다. 성격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지만 그의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여기에 최근에 읽은 [세기의 쉐프, 세기의 레스토랑]도 멋진 기억으로 남는다. 최고의 실수담이지만 그들은 최고라서 실수하는 스케일조차도 남다르니. 성공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가 가는데 나하고 연관이 있는 분야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남다르다. 나는 과외선생이니까.

 

성공한 학원경영 이야기. 학원가에는 신화가 있다. 그 옛날 성문종합영어부터 시작해서 맨투맨, 그리고 밑줄 쫙 하던 서한샘, 시종일관 배꼽잡게 하는 지구과학의 신화 엄인경, 연봉 18억을 떨쳐버렸다고 연봉 18억이 별호처럼 되어버린 이범, 영어강좌로만 100억이라는 김기훈, 뭐니뭐니해도 현재 최고의 지존 메가스터디의 손사탐 손주은 대표등. 강의로 성공한 이들이고 그 중 다수는 학원 경영으로도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공한 학원경영 이야기]는 최근 몇 년 사이 잘 나가는 학원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힘수학, 타임교육 하이스트, 씨매스, 강태우어학원, 토스잉글리쉬, 예스유학 등. 비슷한 내용들을 인터넷으로 보고 듣고 한 기억들이  있어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들이지만 다시 한 번 읽다보면 자극이 된다. 이 책은 학원 경영에 관한 이야기다. 강의 잘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강의력만 믿고 어린 나이에 학원 크게 차렸다가 실패를 본 강태우어학원 대표의 이야기는 학원의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다. 실패했다고 주저 앉으면 끝이다. 실패를 발효시킬 줄 알아야 더 큰 성공을 맛본다. 실패에서 배우는 지혜가 중요하다.

 

한국의 사교육기관도 일본의 경우와 같이 자연스럽게 아이들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젠 단순한 강사라는 이미지나 자세를 벗어나 아이들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사람, 때로는 선배처럼, 때로는 형이나 누나처럼 아이들이 믿고 따르고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선생님이라는 이미지나 자세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사교육기관은 이미 교육의 한 축이다. 학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의력이다. 아이를 진정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충실한 강의력이다. 그러나 강의력만으로 안 된다. 학원도 경영하는 시대다. 적극적인 마케팅이 학원을 살린다. 섬세하고 꼼꼼한 경영으로 내실을 다져가면 성공은 멀지 않다. 뭐든 문제는 실천이다.

 

 

학원 차릴 준비를 하시는 분, 학원의 도약을 꿈꾸시는 분 - 이 책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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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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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순간의 재치의 산물이 아니다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카피라이터가 꿈이었다. 광고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겉으로는 참 뽀대(?)나 보였다. EBS에서 하던 직업의 세계에서 본 카피라이터의 세계는 이전의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나는 좋은 카피(광고)는 순간의 번떡임 같은 것으로 대박을 치는 줄 알았다. 만화를 보면 형광등 번쩍 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던가? 그런데 그 방송에서 본 현직 카피라이터와 광고업 종사자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맥주에 관한 광고를 한다고 치면 맥주에 관한 모든 것을 섭렵한다. 맥주를 마셔보고 호프에도 가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맥주나 술 관련 책도 찾아보고, 독일에 관한 것, 안주에 관한 것, 어떤 때 맥주를 먹고 싶은 지 설문지도 돌리고, 맥주하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순간의 번뜩임이라는 것은 이런 많은 자료와 정보를 득得한 후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박웅현, 강창래 지음. 광고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기억하는 광고계의 기린아는 15년전쯤의 김규환 감독이다. 강한 비주얼이 인상적이어서 젊은 20대에게 특히 강하게 어필했던. 현재 광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이 책의 저자라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처음 들어봤다. 나의 광고에 대한 관심은 10년이상 정체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가 만들었던 광고를 보니 그가 왜 최고인지 이해가 간다. 빈폴의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안으로 들어왔다' 는 우리 젊은 날 시골 사투리가 유독 강한 친구녀석이 '그년의 잔차가 내 가슴팍을 쑤신다'고 패러디해서 우리를 웃겼던 그 광고다.

 

인문학과 광고. 인문학 인문학 한동안 효과적인 돈 벌이가 안 된다하여 천시받다가 최근 몇년사이에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단어가 되었다.  가장 시시콜콜해 보이는 영역과 가장 세련되 보이는 것 같은 두 분야가 어울린다는 것이 어째 그렇다. 적어도 이 책을 들기 전까지는.

이 책을 읽다보면 인문학과 박웅현이 닮았다. 광고계에 들어와 3년동안 광고지진아를 벗어나지 못했고 주어진 일이 별로 없어 책 읽는 것으로 소일거리 하면서 직장을 다녔던 박웅현. 입사동기 중에 1년차에 세계 광고제에 상을 받을 정도로 천재적인 광고인이 있었단다. 그러나 지금 그 사람은 광고계에서 흔적 찾기도 힘들고 박웅현은 최고가 되어 있다.

 

잠룡潛龍.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고 물 속에 숨어 있는 용. AE들과의 마찰로 8개월 동안 출근해서 E.H. 곰브리치의 영문판 [서양미술사]를 보는 것으로 직장에서 시간보내기를 하던 박웅현. 그리고 제작본부장의 한 마디. '자네는 그렇게 잘 지내다가 200-300억짜리 들어오면 그런 걸 제대로 해결해주면 돼.' 그리하여 대박을 친 것이 <KTF적인 생각>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광고는 길가다가 전봇대에 부딪히면 번쩍 하면서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광고를 만드는 것은 스키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촉'을 어떻게 겨누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스키마에서 광고에 필요한 정보를 '촉'을 겨누어 건져내는 것이다. 광고는 소수가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와 소통하는 것이기에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 시대의 사회와 호흡하고 소통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그럴거야'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꺼집어 내어 다수가 공감하게 만들어야 어필할 수 있는 광고가 된다.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와 비슷한 이야기 하나 더.

우리 나라 게임업계에서 사원을 뽑으면 그들의 전공이나 특성은 거의 정해져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거나 그래픽 디자이너거나(물론 옛날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외국의 게임업체 직원들의 전공은 다양하다고 한다. 컴퓨터나 디자인도 있지만 문학, 역사, 철학, 미술, 음악, 신화학, 사회학 등등. 콘텐츠는 코딩과 그래픽만으로 채울 수 없다.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픽 화려하다고 그 그래픽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다고 훌륭한 게임이 되는 건 아니다. 이야기가 있어야 폐인들이 다시 중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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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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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요리 이야기 -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시칠리아는 이탈리아가 아니다. 로마보다 아프리카 대륙에 훨씬 가깝다는 거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시칠리아야말로 지중해의 땅이다. 유럽의 땅에 아랍의 피와 아시아의 정신이 녹아들고, 누구의 간섭과 지시도 거부하는 고집스런 그들만의 문화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연민과 사랑, 공동체 정신과 저항, 시니컬한 웃음으로 가려버린 진정한 인간미, 시칠리아는 지중해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만들어낸 귀한 자산이다.  -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

 

문창과를 졸업하고 잡지기자로 활약했던 저자는 30대 초반 요리에 흥미를 느껴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다. 삐에몬테 요리학교에서 '요리와 양조과정'을 이수하고 1년간 실습을 위해 선택한 곳이 시칠리아다. 우리 나라에서 전통 요리학원을 마치고 1년간 전라도 쩌어기 어느매 한식집에서 욕쟁이 할머니 밑에서 수련을 한다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까? 그래도 그 욕쟁이 할머니가 전통 한국 음식에 대한 고집이 있어서 좋은 재료를 고집하고 음식의 조리에 관한 원칙이 있다. 손님에게 툭툭 던지는 투박한 말투는 서비스다. 주방장이자 오너인 쥬제뻬 바로네는 욕쟁이 할머니만큼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원칙을 가진 사람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나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요리를 만들어라'는 요리의 삼박자를 저자에게 일깨워 준 인물이다.

 

요리, 지중해, 이탈리아, 글쟁이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나름 우아한 글쓰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저자는 시칠리아에 대해 비슷한 착각을 했다. '고백건데, 내가 씨칠리아까지 흘러간 것은 [지중해], [시네마 천국], [일스포티노] 같은 영화들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널널'하고 유쾌한 동네일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했고, 게다가 사람들이 재미있기까지 할 거라고 제멋대로 상상한 까닭이었다.' 그의 글은 지중해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서도 향토색이 가장 강한 동네다. 외부 이민족들과의 많은 왕래는 다양한 문화를 품게 했고, 거기 살아온 이들의 성격도 뜨겁게 달구어 놓았다. 그들의 가슴에는 뜨거운 피가 흐른다.  

 

그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뜨거웠다.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에 태클이 들어오면 당장이라도 팬에 지글거리는 파스타를 손님 얼굴에 날려버릴 것 같은 주방장 쥬제뻬. 좋은 재료가 있다면 이미 예약된 것이라도 빼앗아 챙겨오는 불같은 성격이지만 그는 슬로운푸드 운동의 시칠리아 지부장이다.  항상 대마초를 물고 다녀 쥬제뻬의 욕을 면치못하는 부주방장 뻬뻬. 어린 나이에 이미 요리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요리 실력 하나 만큼은 최고다. 군대 가기 싫어 병원에서 환자식 짬밥을 만들며 '방위병'으로 군필을 한 인물이다. 한달 월급을 탈탈 털어 평소 입고 싶었던 가죽 재킷과 바지를 사는데 날리는 멋쟁이 이탈리안 청년이다.

 

우리가 책으로 접하는 요리, 다큐로 만나는 일류 레스토랑 이야기는 환상이다. 레스토랑의 테이블은 환상이지만 주방은 현실이다.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는 곳이고 접시에 올려지는 음식은 접시 하나 하나에 극히 소량이지만 큰 밀가루 푸대도 날라야 하고 살아있는 다양한 생명체를 음식으로 바꾸어야 하는 삶의 현장이다. 이탈리아 음식은 재료의 특성을 잘 살려 극히 적은 양념과 소스를 첨가한다. 좋은 재료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재료에 자신이 없어 쏘스로 까므쁠라주하는 것은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다.

 

이탈리아 요리와 시칠리아를 조금 더 이해하고 보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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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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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의 힘을 보여준 책

 

책의 출간이나 출간기념회를 알리는 뉴스에 무수한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다수는 적지 않은 편견으로 연예인의 저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날리는 글들이었고 또 몇 몇 댓글은 배용준의 팬들이 방어를 하는 격이었다. 그 중 내 맘에 쏙 든 댓글 하나가 있다. 어쩌면 이 책의 최소한의 의미를 정의해 줄 수 있는 말이었다.

"연예인이 낸 책들은 무수히 많다. 그들은 외국의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고 외국의 맛난 집을 찾아다니면서 소개를 한다. 케이블에서도 항상 그런 식이다. 어느 연예인들이 그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우리 것에 관심을 가져보았는가? 나는 배용준의 쉽지 않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 이 책을 편견으로 평가절하하더라도 최소한의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이 이런 점이다. 어느 연예인이 우리 것에 이토록 깊은 관심을 두었는가? 그리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

 

이 책의 일본의 기자 회견장에서 시작되었다. 한 기자의 "추천해 주고 싶은 한국의 여행지나 명소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배용준은 선뜻 답을 하지 못했고 우리 문화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부끄러웠단다. 그것이 짐이 되어 1년여의 힘든 작업 시간을 통해 이 책을 내었다.

 

이 책은 '배용준의 힘'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나선 배용준이 만난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다. 일반인들이 편함 맘으로 찾아가면 잠시나마 이야기를 듣고 눈동냥으로, 귀동냥으로 배울 수는 있다. 그러나 독대를 하면서 긴 시간 개인과외를 받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이 책을 '배용준의 힘'이라 부르고 싶다. 그는 만나는 선생들께 부끄럽지 않은 배움의 자세를 보여준다. 한 분야에 통한 이는 다른 길에도 어느 정도 도道가 뻗어 있다.

 

일반독자와 내가 이 책을 접하는 느낌은 분명 다르다. 내가 배용준의 광팬? 아니다. 그가 알리고자 하는 것들이 내게는 대부분 아주 친숙한 것들이다. 나는 수로요라는 도자기 만드는 곳에 적을 두고 있다. 도자기를 직접 만들지는 않아도 도자기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 10년이다. 우리 도자기 선생님은 차를 좋아해서 차밭을 직접 가꾸고 채다採茶, 제다製茶, 음다飮茶를 몸소 보여주신다. 수로요가 중심이 된 차모임에서 해마다 차밭구경도 빼 놓지 않는다. 도자기 만드는 곳에는 즐겨 찾는 이들도 비슷하다. 한복 짓는 선생님, 천연염색 하시는 분, 소리 하시는 분, 여러 절의 스님들, 서예하는 한학자, 민속화 그리는 분 등등. 나의 독서 관심사도 그런 분야로 뻗어 있다.

 

배용준이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것은 밥이다. 그것도 잘 차려진 한 상이 아니다. 별다른 찬은 없지만 가족을 위해 정성껏 차린 집밥이다. 서지초마을에서 대접 받은 못밥은 가족이다. 서지 마을에는 주인 아주머니와 아흔되신 시어머니가 계신다. 주인 아주머니는 효성이 지극한 일꾼 이야기를 전하며 기쁠 때 어머니를 생각하라 일러 주신다. 아흔되신 시어머니의 장롱 안쪽에는 시집올 때 친정 아버지께서 명심해야 할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일일이 적어 주셨다. 그 시절 딸이 시집가고 나면 몇번을 더 기약할 수 있었겠는가? 그 딸을 위해 아버지는 애틋한 부정父情을 담았다. 그 곳에서 먹은 못밥은 잔정어린 마음을 느끼게 하고, 일하는 머슴들을 위해 차린 한 상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여행의 내력이 깊어질수록 '강원도는 메밀국수, 경기도는 설렁탕, 충청도는 굴냉국'하는 식으로 각 지역의 특산음식에 민감하기보다는, 평범한 가정에서 흔하게 즐겨 먹는 음식, 식사예절, 그 집만의 톡특한 분위기 같은 것들에 더 관심이 간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여행의 즐거움이 그 지역 음식을 먹는 것이기도 하지만 식당 음식은 손님을 위해 차려진 음식이다. 차려진 음식과 집밥은 다르다. 어느 고장에 가서 그 동네 집밥을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동네 음식 솜씨 좋은 분의 유난 떨지 않는 집밥은 그 곳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개물이다. 언젠가 부모님과 여행을 갔다가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 식당에 들렀다. 식당 식구들이 뒤늦은 점심 식사를 하는데 그네들이 항상 먹는 나물과 된장 등을 넣어 비빔밥을 만들고 있었다. 음식 주문을 하고 염치불구하고 아주머니께 그 밥 좀 나눠먹자고 넉살을 피운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집의 메뉴 음식을 부모님께 양보하고 그 비빔밥으로만 배를 채운 기억이 있다.

 

한복이야기에서

p.71 한복은 때로는 몸의 선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관능적인 옷임과 동시에(바람이 불어 몸에 감기거나, 빗물에 흠뻑 젖은 한복을 보라!), 또 어찌 보면 신체적인 특징을 그 넉넉한 품 안으로 감추는 품위 있는 옷이다.(팔다리가 굵은지 가는지, 다리가 긴지 짧은지, 허리가 두꺼운지 얇은지 하는 몸매의 장단점 같은 것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 같은 한복 예찬은 전통을 소재로 한 글들을 읽어 본 이라면 특별할 것도 없는 표현이다. 한 가지 대상을 두고 열 사람이 본들 세세한 표현이 아니고서야 그 본질이야 달라질 수 있겠는가? 이규태의 글이 그렇고 이어령의 글이 그렇다. 얼마전에 읽은 일본 노老수필가의 글도 기모노를 두고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행인의 단정치 못한 뒷모습이 한층 눈에 거슬린다. 얇은 올 때문에 몸의 선이 눈에 띄게 드러난다. 특히 젋은 여성의 경우 보기 흉할 정도다. 양팔을 비스듬히 뒤쪽으로 흔들면 살찐 엉덩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예전의 마릴린 먼로와 닮은 것 같기도 한데 물론 그런 애교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다보면 인간보다 말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 풍자가의 유머가 생각난다. 옛날에도 모양새가 나지 않게 걷던 사람이 있었나보다. 그 점에서 몸의 라인을 교묘하게 감춘 일본 전통옷(기모노看物을 의미함-옮긴이)의 지혜로움에 감탄할 뿐이다. 띠만 두르면 아무리 살찐 하복부라도 감출 수 있다.  - 망각의 힘, 도야마 시게히코, 북바이북 -

 

효재처럼.

이 책의 일등공신이랄까? 적어도 책에서는 그렇게 읽혔다. 한복, 살림살이, 김치등 소재가 다양했고 여러 선생을 만나게 하는 중매쟁이 노릇도 했고 그녀의 작업실과 집은 아지트 역할도 했다.  아이도 없고, 신랑은 겉도는 박복한 여자라고 스스로를 낮추어 세상의 부러운 시샘을 살짝 비껴가는 효재아줌마. 이 집의 좌종이야기도 나온다. 하나에 작은 자동차 한 대 가격이라는 무형문화재 이봉주 선생의 방짜유기. 좌종 수십개를 외상으로 가지고 온 남편, 그리고 아내의 소소한 그릇수집은 끝. 외상값 값아야지요. 자동차 한 대 가격인 좌종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효재아줌마의 그릇장속 그릇들도 만만치 않다.

 

한복과 비슷한 것이 보자기다. 효재 아줌마의 살림솜씨를 보여주면서 보자기의 특징을 잘 담아낸 사진이 있다. 포장하는 내용물의 모양이나 재질과 관계없이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이 보자기다. 내용물을 온전히 다 감쌀 수도 있고 와인처럼 목을 남겨 싸면 누가봐도 멋진 와인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복의 포용성과 닮았다. 그렇게 멋진 사진을 찍어 놓고 보자기에 대한 설명 한 꼭지 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비구니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 건 아닌지..

배용준은 한국 문화에서 불교를 빼고 말하는 것은 핵심을 뺀 그 나머지만을 논하는 것이라 했다. 자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백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해 찾은 곳은 경북 영천의 은해사 백흥암. 비구니들의 수행도량이다. 여승들이 수행하는 곳에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배우 방문이라... 허허. 비구니들의 수행정도를 테스트하기 딱 좋았을 고약한(?) 행동이라고 하면 내가 고약한 심뽀를 지닌건가? 비구니들만 있는 절은 여느 절의 몇 배는 더 깨끗하다. 여고생의 교실과는 다르다. 가끔 경북 청도 운문사를 찾는데 어느 절인들 정갈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겠냐만은 비구니 수행도량은 남다르다.  초파일과 백중날 2번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만 좋은 취지에 허락을 했다.

 

도예명장 천한봉.

도자기를 업으로 하는 지인이 신혼여행으로 문경요를 찾았다. 도예명장 천한봉 선생님은 생면부지의 객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1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도예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풍길 수 있는 위엄이나 권위, 또는 보수적 엄숙주의 같은 것이 없었단다. 동네 할배같은 편안함으로 대해 주었다고 기억했다. 제자들의 전언으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몸 가짐 단정히 하시고 그 날의 일을 새벽에 거의 해 놓는 대가의 부지런함을 알 수 있었다고도 했다. 배용준이 전하는 도예명장 천한봉도 지인의 설명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선생의 인기척에 일행 모두가 놀라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 따라 나섰다고 하지 않던가?  "속세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장의 풍모를 예상했던 우리 일행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들어섰다. 처음 본 선생님의 모습은 내가 언제나 접해왔던 그릇과 그 느낌이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배용준은 천한봉 선생의 다구를 그릇의 내력을 따지지 않고 한눈에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 것을 골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그릇으로 10년동안이나 차를 즐겼다. 배용준에게 차茶는 이미 생활이었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적고 있다. 수비에서 꼬박밀기까지 기록했는데 그 작업들이 너무 번거로워 현재 대부분의 요장에서는 생략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작업들은 분명 도자기 만드는 과정의 하나다. 알고서 하지 않는 것과 모르고 안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며 수고로움을 피하지 않았다. 일전 수로요에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온 적이 있어 수비를 우리 도자기선생님이 시범을 보인 적이 있는데 그 때 당부한 말이 이것은 촬영용이지 지금 흙을 밟아서 수비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그 설명을 넣어라고 당부를 했을 정도다. 도자기 만드는 곳에서 10년을 눈동냥을 한 나도 흙을 밟아서 수비하는 것을 본 것이 그 때 딱 한 번이었다. 지금은 토련기라는 기계가 대신한다.

 

배용준은 집에 물레를 들여 연습을 반복한다고 했다. 토련기가 대신해주는 편리함을 마다하고 흙반죽은 직접 한다고 했다. 꼬박 한 번 밀고 나면 어깨, 가슴, 팔이 욱씬한다. 제대로 하면 그가 그랬던 것처럼 온 몸에 개운하게 땀이 흐른다. 물레에 흙을 올리고 돌리면 중심잡는 것도 쉽지 않다. "흙에 지면 중심이 흐트러지고, 중심이 이탈하면 균형 잡힌 도자기를 만들지 못한다. 결국 흙과 내가 하나가 되어야만 하는 작업이다."  흙을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 않는다고 표현한 부분은 물레를 차 본 사람은 안다.  흙에게 져도 중심이 흐트러지지만 내가 흙을 이겨도 흙은 뭉개진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주제는 도자기가 아니라 술이다.

사람은 한가지에 통하면 세상만사에 이치가 닿는다. 이 말을 너무 절감하면서 읽은 이야기가 소믈리에 이준혁과 한국전통주 연구소장 박록담 선생의 와인과 전통주 배틀(?)이다. 젊은 고수와 장년의 대가 앞에서 배용준은 그냥 객이다. 먼저 전통주의 시음이 있었다. 소믈리에는  전통주를  향이 달아나지 않게 레드와인잔에 따라 향기를 음미한다. 그 향기에 감탄을 하고 전통주의 대가가 와인의 향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의 풍미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제는 와인이다. 와인의 네 병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통주의 대가는 패트뤼스는 맛의 지속력과 부드러움이 좋고, 군더록 로텐버그는 자신이 만든 동정춘과 맛이 비슷하다며 놀란다. 그 답은 젊은 소믈리에를 깜짝 놀라게 한다. 와인과 너무 닮아서다.  최고의 와인과 최고의 전통주는 서로 통했다. 서로의 분야에 대해 쉽게 문을 열지 않던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책을 3번 읽었다. 대부분의 책이 그러하듯이 읽을수록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왜 이 책을 썼는지 명확하게 다가온다. 책을 낸 계기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못한 부끄러움이었지만 이미 배용준은 다양한 우리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혼자 즐기고 혼자 누릴 수 있는 이 아름다운 것들을 고생하며 책까지 냈다는 것은 상당한 책임감이다. 책 내면 큰 돈 벌지 않냐고? 고생스럽게 글 안 쓰고 화보집 내면 일본 아줌마들이 더 비싸게 구입해준다. 배용준에게 이 책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이야기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오죽하면 다음에는 글 많은 거 말고 사진이 많이 들어가고 글은 적은 맛집과 명소를 소개하는 책을 내고 싶다고 했겠는가?

 

연예인들이 이름을 걸고 내는 책은 넘쳐난다. 소설을 낸 차인표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화보집 내고 말 것을 외국에 나가 풍경을 담고 맛집에 들러 음식을 먹고 촬칵! 그 밑에 단상 몇마디. 외국의 명소를 소개하고 맛집을 알려주는 글을 폄하할 이유는 없지만 그런 책들과 이 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면 여러분은 어디에 손을 들어주겠는가?

 

고흐는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누구나가 좋아하는 화가다. 조금 더 관심을 두면 열정적인 클림트나 극적인 삶을 자학적인 모습으로 화폭에 담은 프리다 칼로까지도. 조금 더 현대적인 미술이라면 공장을 차려놓고 미술을 대량생산하면서도 성공을 거둔 앤디워홀. 우리 미술에 그들과 대응시킬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몽유도원도의 안견이 있고 누구나 익히 들어 유명한 김홍도, 신윤복도 있다. 고흐는 귀를 잘랐고 조선의 화가 최북은 자신의 눈을 찔렀다. 독불장군같은 장승업이 있고 가난했으나 가족의 행복을 이상으로 삼았던 박수근, 끝까지 가난해서 가족을 지키지 못한 이중섭도 있다.  그렇지만 특별한 기회가 아니고서는 우리들의 관심밖이다. 우리가 우리 문화에 소흘한 탓이다. 외국인들은 보면서 감탄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낯설어한다.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은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다. 전문가들의 지극히 전문적인 논문일수도 있고 눈 높이를 낮추어 쉽게 풀어 쓸 수도 있고, 강연으로 일반에게 다가갈 수도 있다. 이런 노력 가운데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 발벗고 나서 그 일을 자처한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등소평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우리 나라의 어느 외교관보다 더 큰 일을 한 이가 배용준이다. 그가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장인과 장인들의 작품이 세상에서 더 큰 빛을 보게 하기 위해 나섰다. 그 일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잡는 고양이가 최고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방법으로 쥐를 잡아주는 고양이가 또 있을까?


 

오타에 관한 이야기.

배용준은 이 책의 아쉬운 점 중에 하나로 오타를 들었다.출간기념회에서 정말 안타까운 모습으로 일부러 오타 이야기를 꺼냈을 정도다. 257페이지의 아래에서 둘째줄 "서탑"이 "동탑"의 오타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장의 질의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책을 받고 257페이지를 펴니 정오표가 들어 있었다. 얼마나 완벽을 기하고 싶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런데 내가 발견한 오타가 2개 있다.

이어령 교수님의 추천사에 칠예작가 전용복 선생을 전영복이라고 잘못 기록했다.

그리고 p75에 천연염색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매실을 그을려 만든 매음제]. 매음제는 매염제의 오타가 아닌가 생각한다. 염색을 도와주는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하는 물질인데 우리는 그것을 매염제라고 배웠다. 다른 이름으로 매음제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오타가 아닐 수도 있다.

 

 

 

* 전문적 지식이 주욱 나열되는 부분이 있는데 장기간 공부해서 자신의 지식으로 익인 것인지 전문서적을 요약한 것인지 애매하다. 전문서적을 요약한 성격이 강하다면 참고한 책을 표기했다면 어땠을까?

 

* 이 책을 보는데 조금 더 깊은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 몇가지로 이 글을 가름한다.

 

[우리문화 박물지] 이어령, 디자인하우스 :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책이다. 왜 그런지 이 책을 읽어보면 안다. '한아연' 마지막에 한 번 언급이 된다. [김치견문록] 이규태, 김만조 :  김치에 관한 모든 것, 김치의 문화사를 알 수 있는 책.  이규태의 한국학에 관한 다른 책들도 상당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옛도자기의 아름다움] 윤용이 돌베게: 도자기에 관한 한 대한민국 최고. 우리 옛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자. [한국의 차문화 천년] 유홍준 외, 돌베게 : 최근에 나온 책인데 서점에서 대충 훓어봐서 뭐라고 평가하긴 그렇지만 묵직한 책임은 분명하다. 차에 관한 것은 [동다송]이나 [다경]을 풀이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효재처럼] 이효재, 중앙mb :  말그대로 '효재처럼'인 책이다. 효재 아줌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화보집에 가까운 책. KBS 인간극장도 찾아봐라. 그리고 "대원사"에서 나온 [빛깔있는 책들]은 필요한 주제별로 골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써리원(31)이 아니라 투헌드레드이상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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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힘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김은경 옮김 / 북바이북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은 깔끔한 에세이 - 망각의 힘

 

지난 시절 읽은 책들을 돌이켜보면 깔끔한 에세이가 많았다. 미사여구를 줄이고 언어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할 말을 간결하게 담아내는 그런 깔끔한 에세이. 사진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곁들여진 사진은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지나친 수식어는 의미를 전달하는 문장에서 이미 군더더기가 되어버린다. 단어의 취사선택은 할 말만 간결하게 담아도 문장이 아름답다. 의미 전달은 더 분명해진다.

 

망각의 힘. 도야마 시게히코. 책 소개와 제목에서 우리의 기억과 망각에 대해 심도있게 다른 인문과학 서적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몇 편 되지 않는다. 노老 수필가의 에세이다. 그래도 처음 받은 느낌과 그것을 다룬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인간의 언어는 누에의 고치와 같다.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듯이 인간은 자신이 뱉은 말에 의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세계에 갇혀 버리는 우를 범한다. 언어의 폐단에 제 몸과 마음을 묶어 버린다.

 

그리움에 대해서. 제 눈앞에 펼쳐진 대상이나 우리가 손에 넣은 것에 대해서는 그리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운 고향이 있다면 갈 수 없어서 그리운 것이고 꿈에만 볼 수 있어서 그리운 것이다. 아름다운 곳은 글로, 이야기로 들었다면 때로는 상상속에만 담아두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찾아간 곳은 더 이상 글로, 이야기로 들었던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행동주의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지식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에 읽은 이어령의 '생각'에도 지식을 습득하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고민하라고 했다. 도야마 시게히코도 같은 생각을 내비친다. 어릴 때 창조적인 생각을 하던 아이가 나이가 들면서 지식의 양이 늘어나고 창의적 고민을 하기보다는 스키마 위에 또 다른 지식을 얻고 스스로 만족한다. 문사들에게 이런 행태는 그의 문학 장르에서 나타난다. 어릴 때 풀어내던 시詩를 나이 들어서는 더 이상 욕심내지 않는다. 자유로운 사고를 하지 못하고 산문으로 돌아서버리는 것이 그 예다.

 

비워야 채운다. 비우지 않고 채우면 아래 묵힌 것은 썩어 버린다. 발효가 아니라 부패다. 대부분은 일부러 비우지 않아도 망각의 힘으로 절로 사라진다. 망각의 힘은 우리가 안타까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재생하고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다. 신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이다.

 

읽는 내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느낌은 '과거에는 이런 에세이들이 많았는데'...였다. 그것이 좋든 싫든. 언어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의미 전달이 명확했고 시의성이 있었다. 물론 그 시절의 에세이처럼 약간은 고리타분한 느낌이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도 반가웠다. 젊은 여자들의 옷이 몸의 곡선을 너무 드러내는데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한데  전통옷(기모노)은 몸을 감싸면 마른 몸이든 비대한 몸이든 가릴 수 있다고. 이렇게 기모노의 우수성을 칭찬하는 부분에서는 노老작가의 글이려니 하고 넘겨야 했다. 그 시절 우리 사회의 노老작가들도 항상 젊음을 그렇게 불편해했고 안타까움을 전통에서 끌어와 메우려고 했다. 분명 진부하고 읽기 불편한 부분이다. 

 


기름기 쫙 뺀 에세이.

가을에 어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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