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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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순간의 재치의 산물이 아니다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카피라이터가 꿈이었다. 광고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겉으로는 참 뽀대(?)나 보였다. EBS에서 하던 직업의 세계에서 본 카피라이터의 세계는 이전의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나는 좋은 카피(광고)는 순간의 번떡임 같은 것으로 대박을 치는 줄 알았다. 만화를 보면 형광등 번쩍 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던가? 그런데 그 방송에서 본 현직 카피라이터와 광고업 종사자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맥주에 관한 광고를 한다고 치면 맥주에 관한 모든 것을 섭렵한다. 맥주를 마셔보고 호프에도 가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맥주나 술 관련 책도 찾아보고, 독일에 관한 것, 안주에 관한 것, 어떤 때 맥주를 먹고 싶은 지 설문지도 돌리고, 맥주하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순간의 번뜩임이라는 것은 이런 많은 자료와 정보를 득得한 후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박웅현, 강창래 지음. 광고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기억하는 광고계의 기린아는 15년전쯤의 김규환 감독이다. 강한 비주얼이 인상적이어서 젊은 20대에게 특히 강하게 어필했던. 현재 광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이 책의 저자라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처음 들어봤다. 나의 광고에 대한 관심은 10년이상 정체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가 만들었던 광고를 보니 그가 왜 최고인지 이해가 간다. 빈폴의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안으로 들어왔다' 는 우리 젊은 날 시골 사투리가 유독 강한 친구녀석이 '그년의 잔차가 내 가슴팍을 쑤신다'고 패러디해서 우리를 웃겼던 그 광고다.

 

인문학과 광고. 인문학 인문학 한동안 효과적인 돈 벌이가 안 된다하여 천시받다가 최근 몇년사이에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단어가 되었다.  가장 시시콜콜해 보이는 영역과 가장 세련되 보이는 것 같은 두 분야가 어울린다는 것이 어째 그렇다. 적어도 이 책을 들기 전까지는.

이 책을 읽다보면 인문학과 박웅현이 닮았다. 광고계에 들어와 3년동안 광고지진아를 벗어나지 못했고 주어진 일이 별로 없어 책 읽는 것으로 소일거리 하면서 직장을 다녔던 박웅현. 입사동기 중에 1년차에 세계 광고제에 상을 받을 정도로 천재적인 광고인이 있었단다. 그러나 지금 그 사람은 광고계에서 흔적 찾기도 힘들고 박웅현은 최고가 되어 있다.

 

잠룡潛龍.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고 물 속에 숨어 있는 용. AE들과의 마찰로 8개월 동안 출근해서 E.H. 곰브리치의 영문판 [서양미술사]를 보는 것으로 직장에서 시간보내기를 하던 박웅현. 그리고 제작본부장의 한 마디. '자네는 그렇게 잘 지내다가 200-300억짜리 들어오면 그런 걸 제대로 해결해주면 돼.' 그리하여 대박을 친 것이 <KTF적인 생각>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광고는 길가다가 전봇대에 부딪히면 번쩍 하면서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광고를 만드는 것은 스키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촉'을 어떻게 겨누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스키마에서 광고에 필요한 정보를 '촉'을 겨누어 건져내는 것이다. 광고는 소수가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와 소통하는 것이기에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 시대의 사회와 호흡하고 소통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그럴거야'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꺼집어 내어 다수가 공감하게 만들어야 어필할 수 있는 광고가 된다.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와 비슷한 이야기 하나 더.

우리 나라 게임업계에서 사원을 뽑으면 그들의 전공이나 특성은 거의 정해져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거나 그래픽 디자이너거나(물론 옛날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외국의 게임업체 직원들의 전공은 다양하다고 한다. 컴퓨터나 디자인도 있지만 문학, 역사, 철학, 미술, 음악, 신화학, 사회학 등등. 콘텐츠는 코딩과 그래픽만으로 채울 수 없다.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픽 화려하다고 그 그래픽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다고 훌륭한 게임이 되는 건 아니다. 이야기가 있어야 폐인들이 다시 중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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