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 산업별 성장전략 꿰뚫어보기
이지효 지음 / 북포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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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서적 중 단연 최고 - 한국 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 이지효

 





 

 

내가 제일로 사랑(?)하는 친구 박돼지(?)는 괜찮은 가방끈(?)을 가지고 있다. 그 녀석 대학원 댕길 때 울 집에 놀러왔는데 대학원 동아리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철강산업에 관한 어쩌구 저쩌구 하는 리포트를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박돼지는 인터넷을 접속하고 정신없이 서핑을 하고 다른 선배들한테 전화 연락을 한 후 먼저 연락온 선배한테 이런 저런 설명을 했다. 옆에서 친구를 마냥 신기하게 쳐다 본 기억이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라고 해도 대학원생들이 다루는 자료라고 해봐야 뭐 대단하겠냐마는 그 때는 그게 참 신기했다.

 

열흘 전에 박돼지를 창원을 대표하는 인물과 같이 만났다. 이번에는 내가 다시 물었다. 니네들만 다루는 귀한 정보들이 있을텐데 어디서 다 구하냐고? 회사차원에서 일년에 기백만원에서 기천만원까지 지출을 하면서 정보를 제공받는 곳이 여러 곳 있다고 한다. 회사 능력 밖의 일은 컨설팅 업체에 맡기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인맥을 동원하기도 하고. 그렇군. 그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고급 정보들이 있다는 거다.

 

한국 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이지효. 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 박돼지가 생각났고 그들만의 리그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 유치하지만 저자가 부러웠다. 아주 약간은 경외심^^. 저자 이지효는 서울대 공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고 세계적 경영컨설팅회사인 The Boston Consulting Group을 거쳐 Bain & Company에서 이사를 하고 있다. 세계 3대 컨설팅업체 중 Mckinsey & Company 하나 남았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2010년 경제와 트랜드를 전망하는 여러 책들을 읽었다. 경제 전 분야를 두루 살필 수 있어서 독서한 보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깊이의 문제라든가 낙관 또는 비관적 전망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정리가 안 된다. 나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결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에 대한 과정의 고찰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이런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결해 준 것이 이 책이다. 2010전망서들과 이 책의 차이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에서 오는 깊이의 차이다. 선택은 우리 나라가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자동차, 에너지·석유화학, 철강, 해운·조선, 금융, 전기전자, 유통, 방송통신이다. 각 산업 분야에 대해 거시적 설명이 아니라 한 분야의 과거와 현재를 풀어 설명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단순히 결론만 던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경영 서적들은 이론 서적이 아닌 경우 절반만 읽어도 그 뒤 이야기는 짐작이 가능하다. 뻔한 이야기들 일색이다. 그럼 뻔한 이야기까지는 이해를 하자. 세상의 진리가 별다른 것이 아니니. 그러나 그 뻔한 결론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충실한지 묻고 싶다. 이 책은 산업의 한분야마다 하나의 픽션을 읽는다고 할 만큼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다. 결론 도출을 위한 다양한 자료 제시와  그 자료의 분석이 명쾌하다.

내가 읽은 한국경제를 전망하는 경제서적 중 단연 넘버원이다. 아니 경제 전망서 중 넘버원이다. 나의 책 읽는 목적의 첫째는 "지식의 함양"이다. 인격도야 이런거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아래 내용들은 보너스로 한 번 읽어보시길.

 

신문 두루 살피고 현대사 적당히 꽤 차고 있고, 경제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대충 감은 잡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다. 그 중에서도 석유의 "비생물 기원가설"은 매우 흥미로웠다. 석유의 가채연수는 3-40년이라고 줄기차게 배웠고 현재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인용한 자료는, 석유는 화석에너지가 아니고, 고갈되지도 않을 거라고 설명한다. 현재의 석유 생산량은 1980년의 3배나 되고 매장량에서조차 석유가 고갈될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유전에 존재하는 것이 확인된 석유의 양이 해마다 거꾸로 늘어난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석유의 "비생물 기원가설"이다. 석유나 천연가스는 원래 무기물로서 지표 가까이 존재하는 생물적인 유기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비생물 기원가설"을 바탕으로 지난 50여년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아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Peak Oil론이 부각되고 있고, 유가油價가 갤런당 2달러씩 오를 때마다 격동의 변화를 겪는 가상시나리오는 적은  [석유종말시계]라는 책이 등장하는 마당에 어느 것이 맞는지 검증하려면 오래 살아 보는 수밖에.^^

 

이런 논쟁거리가 되는 내용말고도 다양한 정보(지식)들이 제법 들어있다. 한 파트를 읽으면 산업의 한 분야를 정리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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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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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역이 되어버린 삼성을 생각한다 - 삼성을 생각한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 나라'의 일부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을 처음 듣던 어린 시절에는 '기왕이면 부강한 나라면 더 좋지 않나' 또는 막연히 '아름다운 나라보다는 부강한 나라가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삼성에서 잘 나가던 이가 조직을 떠나 거대한 조직의 치부를 폭로했다. 검사출신의 저자는 검사생활에 회의를 느낄 즈음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다. 법 관련 일을 하지 않기로 하고 온 새 조직은 이전 조직의 관리(?)를 맡긴다. 김용철이 하루 아침에 바뀐 인물이라면 이 책은 현재의 가치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검찰 시절 그는 융통성 없는 검사였다. 검사는 융통성을 지니면 안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극히 제한적인 따뜻한 온정을 제외하면. 저자는 검사시절 너무 팍팍하다거나 인간미가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대학시절 룸메이트 선배를 기소하고 종조부를 체포하고 친동생과 처남을 구속한 일이 있다. 책의 내용처럼 소신있었던 검사라 믿고 싶다. 1장 제목이 "불의한 양심에도 진실은 있다"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진실은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말이 백범 김구 선생의 '내가 원하는 우리 나라'의 윗 구절이다. 아름다운 나라보다 부강한 나라가 더 좋은 나라일까? 반드시 나라가 부강해져야 국민이 행복할까? 그래서 삼성과 같은 초거대기업을 가진 우리는 그 혜택을 골고루 누리고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정의正義'와 '정도正道'의 문제다. 정도를 걸어 오늘의 삼성을 일구었다면 우리는 정말 축복받은거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못한데서 온다. 이긴 것이 정의라고 믿어버리는 우를 범할 우리 자신을 생각하면 숨이 탁 막힌다.  

 

삼성에 관한 책이 처음이 아니다. 오래 전에 한국재벌 [이병철]을 읽었고 몇 년전에는 [삼성의 스타 CEO]를 읽었다. 그리고 오늘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느낌을 적는다. [호암 이병철]과 [삼성의 스타 CEO]와 오늘 내가 읽은 [삼성을 생각한다]는 나의 삼성에 대한 생각의 변화만큼이나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삼성 전체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삼성의 최고 경영진의 잘못을 지적한다. [삼성의 스타 CEO]에서 삼성을 위해 역량을 발휘하던 CEO들은 이 책에서는 "비자금 기술자"로 바뀌어 있었다.

 

책에서 설명하는 삼성은 언터처블untouchable이다. 너무 강해 건드릴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건드리면 다친다. 그런데 건드렸다. 결론은 삼성은 다치지 않고 저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 정말 언터처블이다. 삼성은 우리 사회의 성역이 되어버렸다. 기업이 성역이 되어버린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부자에 관한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나보다 열배 부자는 미워하고 나보다 백배 부자는 두려워하고 나보다 천배 부자는 그 집 일을 하여주고 나보다 만배 부자는 그 집 종이 된다. 큰 부자의 종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이 현실이 두렵다.

 

책에서 두 문장 옮기는 것으로 이 글을 갈무리한다.

 

 

p116.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라는 속세의 상식은 이분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분들은 종종 "우리는 늘 지는 싸움만 한다"고 말한다. 승리하는 불의보다 패배하는 정의를 택하는 게 이분들이다. (삼성 관련 재판 후 김용철 변호사가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p391. 김용철 변호사 曰 "법은 현실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규범적인 정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현실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것은 법의 정신이 아니다. 법은 '이상적인 당위'를 선언해야 한다. '대부분 비리를 저지르는 게 현실이니까, 봐줘야 한다'라는 논리가 통하기 시작하면, 법이 제대로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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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Book 아트북 파이든 아트북 2
PHIDON 지음, 이호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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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을거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미술책 - THE ART BOOK

 



 

 

 

 

미술책의 보증수표 = 마로니에북스.

 

올해 독서의 가장 큰 목표는 토지 읽기.

두번째 목표는 미술책 50권 읽기.

 

첫번째 목표를 위한 스타트는 했지만 지지부진. 두번째 목표는 시작단계.

 

최근에 드는 생각 하나가 사람들이 '인문학, 인문학' 그러는데 많은 사람들의 인문학의 종착점이 문사철文史哲이 아니라 예술이 아닐까 하다. 인문학의 무대는 문사철文史哲이지만 지향점은 아름다운 세상 -> 예술. 그러니까 음악, 미술, 영화, 연극 등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THE ART BOOK. 마로니에북스. 미술은 그리는 거다. 그거에 미치지 못하면 감상하는 거고 읽는거다. 어느 분이 이 책을 DICTIONARY라고 했는데 무릎을 탁 쳤다. 미술가 500명을 알파벳 순서로 배열했고 그의 대표작이 한 페이지 가득하다. 그림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고 있다.

 

한 페이지에 작품 한 점만 배치해서 시각적 효과가 뛰어난 건 이 책만의 매력이다. 그림책은 작으면 안 된다. 도판은 실제 크기와 가까울 수록 좋다. 작품과 일대일 비율은 아니더라도 크면 좋다. 설명은 간결하고 자료는 풍부하다.

 

물론 작가의 일대기나 다른 이야기거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고 했는데 500명의 미술가를 책 한권에 담는 건 무리다. 그렇지만 책 한권에 퀄리티 높은 자료로 이렇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술가 500명의 등장은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사전은 소장용이다. 한 번 쯤은 씹어 먹으면서 공부할 필요도 있지만 그건 옛날 방식이다. 사전은 필요할 때 찾아보는거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같은 책을 공부할 때 곁에 두면 좋은 책이다.

 

 

보너스 딱!하나만^^

 

 



 

 

알베르토 자코메티 Giacometti, Alberto 1877-1966   걷고 있는 남자 Walking Man Bronze h183cm

 

p.180. 표면 질감이 강조된 여위고 기념비적인 인물은 쉽게 잊혀 지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이 조각은 부자연스럽게 길게 늘여진 형상을 통해 자기 자신과 타인과의 절대적인 분리와 고독을 나타내도록 의도되었으며, 또한 우리의 나약함과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달ㄴ 조각가들과 반대로 자코메티는 커다란 재료 덩어리를 깎거나 파서 내부에 숨겨진 형상을 찾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금속 뼈대에 찰흙을 덧붙인 후 청동으로 주조하는 기법으로 출발하였다. 그의 독특한 표현 양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회화와 조각 양식과 구분된다. 자코메티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1922년 파리에 정착했다. 그의 회화와 드로잉들은 조각과 마찬가지로 불안하고 예민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날카롭고 힘이 넘치는 색의 터치들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들에는 황량하고 잊혀 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500점의 작품 중에 왜 하필 한민관(?)이냐고?

2월 3일 영국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 432만 7천6달러에 팔렸다. 예술작품 경매사상 최고가다. 그 이전에는 뉴욕 경매에서 피카소의 그림 [파이프를 든 소년]이 1억 416만8천달러였다. 우리돈으로 약 1천 2백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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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김은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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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추천받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경제 경영 서평의 달인 리치보이가 책을 냈다. 첫 책이라 강조한다. 어떤 식으로든 이어진단 이야긴데 기대가 된다. 그는 긍정적 책읽기의 표본이다. 몇시간 혹은 며칠을 투자해서 책 한권을 읽는데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할 것 아닌가? 그의 서평은  한 권의 책을 서너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에 요약을 해도 책 한권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쉽게 풀어 쓰는 재주가 남다르다. (리치보이 블로그 -  http://blog.daum.net/tobfreeman )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김은섭. 교보문고. 파워블로거 리치보이 김은섭이 엄선한 웹세대 직장인을 위한 비즈북bizbook 필독서! 웹세대 직장인을 위한 비즈북이라 했는데 여러 상황에 맞는 책들이 테마별로 소개가 된다.

 

[01. 일의 의미: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면]이라는 소주제에 맞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 일-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 세월이 젊음에게
  • 목숨걸로 일한다
  •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법칙
  • 아웃라이어
  • 자네, 일은 재미있나


독서법을 위한 책도 있다.

[06. 독서,독서법 : 보다 효율적인 독서법이 궁금하다면]이라는 소주제에 소개된 책들은 다음과 같다.


  • 독서,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읽기
  • 전략적 책읽기], [생산적 책읽기
  • 책 읽는 책
  • 읽어야 이긴다
  • 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

 이렇게 소주제에 맞게 소개된 책을 나열한 것은 그 책들의 면면을 보기 위함이다. 

간혹, 책장을 덮고도 내가 어떤 내용의 책을 읽었는지,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될때가 있다. 그럴 때 가끔 다른 이들이 쓴 서평을 살펴보는데 그제서야 책의 의미가 살아난다. 저자는 서문에서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직장인을 위한 책’이라고 밝혔다.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 한 권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내용인지,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들어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자 서문에 있는 말 한마디가 내 가슴에 콕 박힌다.

 

p.5 이쯤에서 내가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혀야겠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들고 다녔던

 <<성문종합영어>>라는 영문법책에서 버트런드 러셀은 이런 말을 했다.

"내게 양서良書를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하지 않았을텐데...."

 

어린 시절 내 주위에 책 읽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부모님도, 형제도 책을 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부모님은 내가 책 읽는 거 좋아하니 책은 꾸준히 사주셨다. 나의 어린 시절 독서력歷을 되집어 자평을 하건데 ’되바라진 독서’였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빠지지 않고 읽은 것이 그 당시의 베스트셀러였다. 결코 그 나이의 아이가 읽을 책은 아니었다. 누가 지도해 주는 사람도 없고 나도 누구의 코치를 받을 생각을 못하다 보니 낳은 결과다. 물론 그것이 지금은 나의 독서의 한 축이다. 그렇지만 나이나 상황에 맞는 책들이 있다.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양서良書는 아니다.


 


시간도 넉넉하고 독서력力도 된다면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읽어보고 책을 고르는 힘을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요즘 직장인들이 어디 그러한가? 바쁜 세상이다. 좋은 것만 먹고 보고 즐겨도 시간이 부족하다. 바쁜 와중에 엉뚱한 책 한권 붙잡고 서너 시간을 보내는 건 사치다.

 

마지막은 저자 서문 한 꼭지로 대신한다.

 

당신은 어쩌면 적당히 읽을 만한 책 한 권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당신에게 ’직장생활과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도움을 줄 책 수십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서점을 가득 채우고도 넘칠 만큼 많은 훌륭하고 위대한 책들 중에서 읽기에 지루하고 어려운 책은 피하고, 비교적 비교적 읽기 무난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그 분야에서 꼭 필요한 좋은 책만을 엄선했다. 이 책만 읽어도 소개된 책들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독자에게 전하는 핵심메시지는 무언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당신이 필요한 책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찾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래는 보너스다.



  
고등학교 때 보던 성문종합영어다.

버리지 않으니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저 구절을 알고 책을 읽으면서

항상 내 가슴에 담고 있던 문장이다.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I heartily wish that in my youth I had had someone of good

sense to direct my reading. I sigh when I reflect on the amount of

time I have wasted on books that were of no great profit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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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콘서트 KTV 한국정책방송 인문학 열전 1
고미숙 외 지음 / 이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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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지성들의 인문학대담 - 인문학콘서트

 

 





 

 

작년 말부터 생긴 즐거움 중 하나는 독서모임이다. 다음카페 [독서클럽]의 마창진모임. 항상 혼자 책 읽고 생각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평소에도 그렇게 좋은 모습은 아니라 생각했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나의 의견을 말하고 그 피드백을 받는 건 또 다른 책 읽기다. 그 전에는 독후감을 쓰면서 책을 다시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독서모임에서 책 한 권을 두고 토론하는 건 책을 삶고 굽고 쪄내는 거다. 솜씨 좋은 분들이 있어서 살을 발라도 준다. 먹기 좋게.

 

그 독서 모임의 1월 선정도서가 정진홍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였다. 우리 사회에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켜준 책이다. 인문학이라는 주제가 부담스러웠다는 회원도 있었고 책을 읽고 인문학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었다는 회원, 주제마다 열띤 토론을 하는 회원도 있었다. 그 날의 독서모임이 우리 사회의 인문학에 대한 관점의 축소판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문학콘서트. 출연자 모두가 저자.  이숲 출판. [인문학콘서트]는 KTV(한국정책방송)에서 방송한 "인문학열전"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어떤 방송인지 설명을 들어보자.

기획의도


인문학(Humanities)에는 분명 인간(Human-being)이 있다. 『인문학 열전』은 동시대를 사는 인문학 거장들이 말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볼 수 있는 장이자, 인문학적 사고와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할 바이블이 될 것이다. 인류와 함께 시작한 인문학, 오래된 건축물을 복원하듯 이 고귀한 인문학은 『인문학 열전』을 통해 재탄생하고, 인문학 고유의 순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용’과 ‘통섭’을 조금씩 더해 나갈 것이다.


방송을 여러 편 봤고 평소 관심있던 분야들이 많아서 책은 쉽게 읽혔다. 인문학이 뭐냐? 정의를 빌리지 않고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기 참 애매하다. 이 책에 어떤 분들이 나오는지 전공을 한 번 살펴보자. 사회학, 철학, 동물학, 법학, 교육학과, 종교학과, 국문학, 물리학, 산림자원학, 영문학, 사학등이다. 법학을 제외하면 쉽게 말해서 돈 되는 학과는 아니다.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라는거다. 먹고 살기 바쁜 시대에 왜 인문학이냐? 그리고 하나를 파도 입신하기 힘든 세상인데 왜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들먹거리느냐?

 

p.22 인문학이 실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고 묻는 사람이 생각하는 현실은 입고, 먹고, 자고, 돈을 버는 틀을 말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우리 현실에서는 단순히 의식주나 돈을 버는 등의 활동을 넘어서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자주 벌어집니다. 다시 말해 현실에는 여러 층위가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하는 차원이 있겠지만, 그보다 더 높은 차원도 있고, 또 그 차원을 넘어서 자기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에 질문을 던지는 더 높은 차원도 있습니다. 그렇게 층층의 여러 차원이 우리 삶과 현실을 구성하고 있지요.

 

p.23 현실은 다층적인데, 목전의 생존과 생계 문제에 걸려서 그것만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밥 먹고 사는 것만이 현실(삶, 생활)은 아니다.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 밥 먹고 돈 버는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인문학은 멀어져갔다. 인문학은 짧은 시간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분야만 판다고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빠른 결과를 원하는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안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삶은 그날 그날 해결해야 되는 학교 숙제 같은 일들이 있고 오랜 시간을 두고 습관처럼 익혀야 하는 일이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최고의 지성과의 만남이다. 대담에 참여하는 우리 나라 학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석학의 저서나 이론이 자연스레 펼쳐진다. 최재천 교수를 만나면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이 나오고 김광웅 교수를 만나면 '삶의 질'을 중시하고 그런 변화를 '조용한 혁명'이라 명명했던 잉글하트를, 교육학자 문용린 교수를 만나면 다중지능 이론을 주장했던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를 만날 수 있다. 식물학자 차윤정은 헬리 데이비드 소로를 소개하고 박정자 교수는 '팝옵티콘'을 통해 그것을 설계했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과 150년동안 잊혀졌던 '팝온티콘'을 되살린 [감시와 처벌]을 쓴 미셀푸코를 소개한다.

 

고등학교 때 읽은 이휘소 평전. 이휘소는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였다. 그가 물리학의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도움이 되었던 것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 배운 논어의 한 구절, 한 구절이라고 했다. (이휘소는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실제 인물이다")

 

며칠 전에 읽는 스티브잡스 이야기. 그가 애플에서 쫓겨나서 매일 찾은 곳은 도서관이다. 시대의 조류를 읽고 새로 연구, 개발할 분야를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생물학 분야의 책에 집중했고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빨리 보여줄 수 있는 고성능 시뮬레이팅 컴퓨터 개발에 매진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은 실무진과의 마찰도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을 때 8개월동안 E.H.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만 영문판으로 공부했다. 잘 나가던  바쁜 시절에도 21권짜리 박경리의 [토지]를 읽는데 몇개월을 보냈다. 그러면서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 [토지]가 광고라는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기초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인문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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