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콘서트 KTV 한국정책방송 인문학 열전 1
고미숙 외 지음 / 이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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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지성들의 인문학대담 - 인문학콘서트

 

 





 

 

작년 말부터 생긴 즐거움 중 하나는 독서모임이다. 다음카페 [독서클럽]의 마창진모임. 항상 혼자 책 읽고 생각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평소에도 그렇게 좋은 모습은 아니라 생각했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나의 의견을 말하고 그 피드백을 받는 건 또 다른 책 읽기다. 그 전에는 독후감을 쓰면서 책을 다시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독서모임에서 책 한 권을 두고 토론하는 건 책을 삶고 굽고 쪄내는 거다. 솜씨 좋은 분들이 있어서 살을 발라도 준다. 먹기 좋게.

 

그 독서 모임의 1월 선정도서가 정진홍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였다. 우리 사회에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켜준 책이다. 인문학이라는 주제가 부담스러웠다는 회원도 있었고 책을 읽고 인문학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었다는 회원, 주제마다 열띤 토론을 하는 회원도 있었다. 그 날의 독서모임이 우리 사회의 인문학에 대한 관점의 축소판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문학콘서트. 출연자 모두가 저자.  이숲 출판. [인문학콘서트]는 KTV(한국정책방송)에서 방송한 "인문학열전"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어떤 방송인지 설명을 들어보자.

기획의도


인문학(Humanities)에는 분명 인간(Human-being)이 있다. 『인문학 열전』은 동시대를 사는 인문학 거장들이 말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볼 수 있는 장이자, 인문학적 사고와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할 바이블이 될 것이다. 인류와 함께 시작한 인문학, 오래된 건축물을 복원하듯 이 고귀한 인문학은 『인문학 열전』을 통해 재탄생하고, 인문학 고유의 순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용’과 ‘통섭’을 조금씩 더해 나갈 것이다.


방송을 여러 편 봤고 평소 관심있던 분야들이 많아서 책은 쉽게 읽혔다. 인문학이 뭐냐? 정의를 빌리지 않고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기 참 애매하다. 이 책에 어떤 분들이 나오는지 전공을 한 번 살펴보자. 사회학, 철학, 동물학, 법학, 교육학과, 종교학과, 국문학, 물리학, 산림자원학, 영문학, 사학등이다. 법학을 제외하면 쉽게 말해서 돈 되는 학과는 아니다.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라는거다. 먹고 살기 바쁜 시대에 왜 인문학이냐? 그리고 하나를 파도 입신하기 힘든 세상인데 왜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들먹거리느냐?

 

p.22 인문학이 실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고 묻는 사람이 생각하는 현실은 입고, 먹고, 자고, 돈을 버는 틀을 말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우리 현실에서는 단순히 의식주나 돈을 버는 등의 활동을 넘어서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자주 벌어집니다. 다시 말해 현실에는 여러 층위가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하는 차원이 있겠지만, 그보다 더 높은 차원도 있고, 또 그 차원을 넘어서 자기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에 질문을 던지는 더 높은 차원도 있습니다. 그렇게 층층의 여러 차원이 우리 삶과 현실을 구성하고 있지요.

 

p.23 현실은 다층적인데, 목전의 생존과 생계 문제에 걸려서 그것만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밥 먹고 사는 것만이 현실(삶, 생활)은 아니다.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 밥 먹고 돈 버는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인문학은 멀어져갔다. 인문학은 짧은 시간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분야만 판다고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빠른 결과를 원하는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안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삶은 그날 그날 해결해야 되는 학교 숙제 같은 일들이 있고 오랜 시간을 두고 습관처럼 익혀야 하는 일이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최고의 지성과의 만남이다. 대담에 참여하는 우리 나라 학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석학의 저서나 이론이 자연스레 펼쳐진다. 최재천 교수를 만나면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이 나오고 김광웅 교수를 만나면 '삶의 질'을 중시하고 그런 변화를 '조용한 혁명'이라 명명했던 잉글하트를, 교육학자 문용린 교수를 만나면 다중지능 이론을 주장했던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를 만날 수 있다. 식물학자 차윤정은 헬리 데이비드 소로를 소개하고 박정자 교수는 '팝옵티콘'을 통해 그것을 설계했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과 150년동안 잊혀졌던 '팝온티콘'을 되살린 [감시와 처벌]을 쓴 미셀푸코를 소개한다.

 

고등학교 때 읽은 이휘소 평전. 이휘소는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였다. 그가 물리학의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도움이 되었던 것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 배운 논어의 한 구절, 한 구절이라고 했다. (이휘소는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실제 인물이다")

 

며칠 전에 읽는 스티브잡스 이야기. 그가 애플에서 쫓겨나서 매일 찾은 곳은 도서관이다. 시대의 조류를 읽고 새로 연구, 개발할 분야를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생물학 분야의 책에 집중했고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빨리 보여줄 수 있는 고성능 시뮬레이팅 컴퓨터 개발에 매진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은 실무진과의 마찰도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을 때 8개월동안 E.H.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만 영문판으로 공부했다. 잘 나가던  바쁜 시절에도 21권짜리 박경리의 [토지]를 읽는데 몇개월을 보냈다. 그러면서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 [토지]가 광고라는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기초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인문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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