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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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와 함께 '더 로드'라는 영화를 보았었다. 난 그 때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보러갔었다. 그리고 충격에 빠져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 와서 영화의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당장 읽어보았다.  

 망한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희망을 찾아 길을 떠난다는 것이 전체 줄거리다. 그런데 이 소설 너무 암울하기 짝이 없다. 몽땅 죽어버린 생명체들, 온통 재만이 흩날리는 세상,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을 먹는 사람들... 더 암울한 것은 도대체 왜 세상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전혀 나오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세상은 그렇게 됐을 뿐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행복해 보일 지경이다. 이 암울한 세상 속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추위도 배고픔도 아닌 사람이다. 예전에 읽었던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굉장히 위험했었는데 '로드'에 비하면 굉장히 신사적이다. 작가는 최대한 암울하게 쓰려고 노력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렇게 암울한 세상 속에서 아버지는 정말로 아들 하나를 위해 살아간다. 아버지와 아들간의 그 짤막짤막한 대화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대화를 통해 아버지가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아빠? 아빠? 

쉬. 괜찮아. 

뭐예요, 아빠? 

쉬. 괜찮아. 

알아. 괜찮아. 이제 지나갔어. 

뭐였어요, 아빠? 

지진이었어. 이제 사라졌어. 괜찮아. 쉬.

 
  p.34~35

또 아버지는 언젠가 정말로 죽어야할 때면, 아들을 권총으로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죽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자신의 전부가 바로 아들이라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아버지는 결국 병으로 죽는다. 아들은 착한 사람과 만나게 되고, 소설은 끝이 난다.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생각되지만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착한 사람과 만났지만, 어쨌든 세상은 그대로고, 여태 아버지와 살아온 대로 똑같이 계속 살아갈 것 아니겠는가. 결말도 딱히 희망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너무나 좋은 책이다. 엄청나게 암울한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수함을 잃지 않는 소년과 그 소년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와 아들의 유대감, 기타등등... 절망적인 배경이지만 이런 것들이 있어 정말 좋았다.

 영화와 책은 둘 다 내용이 거의 다른 점이 없다. 그런데 내가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책은 조금 더 밋밋한 느낌이다. 문체가 굉장히 간략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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