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숙제로 내 준 독서록을 쓰기 위해 책을 고르는데 인문이라는 범위는 너무 넓었다. 결국 엄마에게 부탁했는데 금세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셨다. 바로 '이 영화를 보라'라는 책이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고 즐겨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정말 딱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온 영화들은 모두 한번씩 보았을 법한 영화들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영화들이다. 바로 '괴물, 황산벌, 음란서생, 서편제, 밀양, 라디오스타'다. 나는 이 중 괴물, 황산벌, 라디오스타를 보았다. 서편제도 보긴 했지만 너무 어렸을 때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이 책에 소개된 영화 중 본 영화에서 한 편, 안 본 영화에서 한 편씩 소개하겠다. 바로 라디오스타와 밀양이다.

  라디오스타를 처음 보았을 때는 단순히 재미있고, 가슴 따뜻해지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은 더 넓어지고, 더 체계화되었다. 저자는 라디오스타를 '이주민들의 접속과 변이'라고 했다. 주인공 최곤과 매니저 박민수, 록그룹 이스트리버, 그리고 몇몇 등장인물들 모두 '이주민'이라는 것이다. 최곤은 왕년에 잘 나가는 록스타였다. 그러나 음주와 폭행, 대마초 등으로 정상적인 노선에서 많이 벗어났다. 매니저 박민수도 마찬가지로 항상 최곤을 생각할 뿐 이미 가정에서 가출한 남자다. 이스트리버 역시 시골 속 록그룹이라는 점에서 정상에서 벗어났다. 이런 이주민들이 만나 라디오를 통해 서로 접속을 한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최곤은 대중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준다. 최곤은 정상적인 노선을 벗어난 인간답게 대중들의 일상과 허심탄회하게 접속한다. 스타라는 자의식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그런 최곤과 대중을 잇는 역할을 하고, 이스트리버는 인터넷공간을 적극 활용한다. 이렇게 이들은 새로운 것을 생성해나가고 결국은 자본의 마수를 벗어던지며 이주민에서 유목민이 된다. 이런 유목민들은 홀로 빛나는 별은 없듯이 서로 비춰주며 흘러갈 것이다.

  라디오스타의 이런 이주민, 유목민의 삶은 어찌 보면 내가 추구하는 삶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상적인 노선에서 벗어나서 흘러 가는대로, 그러나 자신이 중심이 되는 그러한 삶 말이다. 이러한 삶은 새로운 것을 생성하고, 자본주의 따윈 무시를 해버린다. 어쩌면 이 책은 내 삶의 한 지표를 제시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소개할 영화는 밀양이다. 밀양은 내가 한 번도 본 적도, 내용도 알지 못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영화의 내용과 그 해석에 압도되어 버렸다. 저자는 밀양을 '가족, 고향, 신 : 끊임없는 욕망의 폐쇄회로'라고 했다. 주인공 신애는 남편의 교통사고로 아들과 밀양에 내려온다. 사실은 남편은 바람우피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남편의 배신을 잊고 싶었던 신애는 밀양으로 와서 허영심과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부동산 땅 투기하는 것처럼, 마치 돈이 많은 것처럼 보임으로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 한다. 결국 스스로가 만든 신기루에 취해버린 신애는 아들이 유괴당하고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산산이 깨어지고 만다. 신애는 남편에게 배신당했다는 과거를 잊은 것이 아니라 동일한 욕망을 반복했을 뿐이다. 이런 운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신애는 주님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아들의 죽음에는 아들이 다니던 학원원장이 범인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허황된 욕망도 깊이 연루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외면한 채 신애는 단지 초월자의 품에 기대어 다시 한 번 자신만의 망각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로인해 신애는 하나님의 사랑을 자주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애는 죄인을 용서해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죄인은 벌써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신애는 결국 무너져버린다. 용서는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약한 신애는 그런 능력이 있지도 않으면서 용서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결국 신애에게 남은 돌파구는 없다. 그저 또다시 출구 없는 일상이 펼쳐질 뿐이다.

  밀양은 나약한 사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약한 사람은 문제 상황을 돌파할만한 힘이 없으므로 항상 어딘가에 기대려고 한다. 그러나 기대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나약한 사람은 기댐으로 인해 상황의 돌파구를 스스로 봉쇄해버리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사람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딘가에 기대기 시작하면서 나약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문점들은 내가 영화 밀양을 꼭 보게 만들고 있다. 시험 끝나고 시간 나면 꼭 밀양을 봐야겠다.

  이 책은 영화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바로 인문학이라는 학문의 재미를 찾은 것이다. 인문학적으로 해석을 하면 영화는 한 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나의 인문학 공부의 첫 시작이 될 것 같다. 이제 재미를 알았으니 더 깊은 세계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래서 나는 문과가 적성인 것 같다.

  인문학적 재미를 찾은 것 말고도 나는 이 책을 보며 한층 더 지식이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때는 이러한 지식으로 더 많을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에 나온 영화들 중 안 본 영화는 반드시 보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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