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지식ⓔ를 처음 보게 된 것은 TV에서였다. 시선을 사로잡는 영상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 이와 어울려 전해주는 ‘지식’은 지식ⓔ라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꼭 보게 만들었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책으로도 나와 얼른 사서 읽게 되었다.

이번 지식ⓔ 3권은 정말 의미 있는 사회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 중 몇 가지에 대해 쓰고 싶다. 먼저, 예전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대한민국 군사독재시절에 언론의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다. 당시 동아일보의 기자들은 자유언론 실천 선언을 발표한다. 그로 인해 광고 중지, 해고, 취업방해, 미행, 감시, 구속 등에 시달린다. 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기 위하여’. 시간이 흐른 후 시민들은 돈을 모아 그 신문이 바로 한겨레신문이다. 한겨레신문이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겨레는 언론자유의 희망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신문인 것이다.

 1968년 프랑스에서도 억압을 벗어나기 위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의 불합리, 권위주의 등과 같은 것에 대하여 들고 일어난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바뀌게 된다. 격식을 버리고 토론을 하는 그런 사람들로 바뀐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 한다’라고 하며 낡은 관습과 체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세상이 바뀌기 보단 사람들이 바꿔졌다는 것이 너무나 멋졌다.

 이렇듯 예전에 많은 국가들은 사람들을 억압했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억압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미얀마이다. 정부예산의 40%가 국방비인 이 나라는 사람들을 강제노동 시키는 것이 군인들의 일이다. 군사정권에 반대하여 거리에 나온 시민과 승려를 총으로 쏴 죽이는 나라다. ‘미얀마 군정은 자신들만이 현대국가를 만들어갈 유일한 세력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한다. 나는 군정의 이러한 생각에 전혀 찬성하고 있지 않다. 현대국가를 만드는 것은 독재가 아니라 바로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라고 생각한다. 미얀마의 ‘현대국가’를 이룩하게 돕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싶다.

 그렇다면 현대의 한국은 어떨까? 적어도 미얀마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문제가 많은 나라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 한국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영업을 하시던 분이 망해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데 구청과 증권회사에서 단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만으로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한다. 그 분은 결국 분신자살을 시도한다. 그 분이 마지막으로 올린 글에는 ‘저도 살고 싶습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살고 싶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런 우리 사회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화가 났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증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사회적 약자에겐 너무나 엄격하게 작용한다.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거나 실제 거주지와 다른 경우, 채무불이행자의 경우 등에는 가차 없이 주민등록이 말소된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물수집, 막노동, 앵벌이 정도뿐이다. 그나마도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신분증이 종종 요구된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 중 한 명은 ‘내 얘기 웃기지예?’라는 말을 한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아닌데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 웃기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현대의 한국은 군사독재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이룩한 것 같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재 정부는 이명박 정부다. 이 MB정권은 참 재미있는 일을 많이 했고 이 책에도 잘 나와 있다. 그 중 ‘17년 후’, ‘SICKO’, ‘경쟁력의 조건’이 기억에 남는다.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에 대해 잘 나타낸 ‘17년 후’는 끝을 이렇게 맺었다.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딸과 함께 직접 쇠고기를 먹으며 홍보를 하던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17년 후 친구의 딸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정말 오싹했다. 특히 모르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버린 나는 이 이야기를 보고 더욱 공포에 휩싸였다.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다 죽여 버리려는 계획을 가진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광우병 말고 다른 문제인 의료보험 민영화를 다룬 ‘SICKO’는 더욱 끔찍했다. 실제 의료보험민영화가 된 미국의 현실을 보여줬는데 암담할 뿐이었다. 미국에서는 아프면 아무리 급해도 자기 보험사 계열의 병원을 찾아가야만 한다.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면 전혀 좋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MB정권의 또 다른 일, 영어몰입교육이 있다. 물론 단순히 사라진 이야기가 되었지만 인수위 시절에 했던 일은 파장이 꽤 컸었다. ‘경쟁력의 조건’에서는 우리 사회의 영어는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준다. 현 우리나라의 영어란 바로 신분상승, 권력의 도구에 불과했다. 영어를 잘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모든 국민이 영어를 특출 나게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사람을 보는 기준 중 하나로 보는 그런 사회가 너무 싫다.

 대한민국이 좀 문제가 많은 나라이지만 좋은 사람은 많다. 이 책에는 정말 대단한 두 사람이 나와 있다. 변호사 조영래 씨와 WTO사무총장 이종욱 씨다. 먼저 조영래 씨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변호사로 평생을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변호를 하신 분이다. 특히 권인숙 사건을 맡은 걸로 유명한데 그 사건은 성 고문을 당한 여대생 권인숙을 위해 끝까지 변호하여 처음엔 실형선고를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끝에 승소한 사건이다. 그 사건의 변론문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국가가 사회가 우리들이 그녀에게 무엇을 하였으며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거짓된 진실을 믿고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또 다른 분은 WHO 사무총장이셨던 故 이종욱 씨다. WHO 예방백신 국장 시절 때 소아마비 발생률을 현저히 낮추고 1년 중 150일을 출장을 다닐 만큼 행동을 우선시 했다. WHO 사무총장 취임 당시 300만 명의 에이즈 환자에게 치료제를 보급하겠다고 공약한다. 그러나 200만 명에게는 보급하지 못한다. 그 분은 이런 말을 하셨다. ‘적어도 실패는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큰 결과를 남기는 법입니다. 바로 그 점이 중요합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보았던 어떤 문구보다 이 말이 가장 가슴에 남았다. 지금까지 실패를 두려워하고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적이 많아 후회스러웠다. 앞으로는 이런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TV에서 처음 시작된 지식ⓔ는 짧지만 긴 여운을 주며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TV의 연장선 격인 이 책은 더 심화되어 우리의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것 같다. 또한 이 시대의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높이 평가됨이 마땅한 책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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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7-07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 참 많은 생각을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