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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ㅣ 사계절 1318 문고 36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는 책의 제목에서부터 뭔가 느낌이 왔다. 비참한 각오같은 느낌이 들고 생각해볼만한 큰 의미를 던져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다 읽고나니 역시 제목부터 남다른 책은 내용도 남다르다고 생각이 되었다.
바르톨로메는 장애아다. 난쟁이에 곱추에, 발도 오그라들어 잘 걷질 못한다. 더군다나 때는 중세 절대왕정기의 스페인이다. 특히 수도인 마드리드에서는 바르톨로메 같은 장애인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때였다. 이런 시기에 바르톨로메 가족은 마드리드로 이사를 간다. 물론 아버지는 바르톨로메를 두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반대해서 같이 간다. 이런 행동을 한 아버지가 이해는 갔지만 자식에 대한 무책임함이 더 커보여 전혀 좋아보이진 않았다. 반대로 어머니는 이해는 잘 가지 않지만 그래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 보여 모성애의 위대함을 일깨워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드리드에 이사 온 가족들은 도시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그러나 바르톨로메는 갇혀 지낼 뿐이었다. 이런 바르톨로메에게 형 호아킨은 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 성당의 수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을 하기 위해 가족들이 한 일들이 좀 대단했다. 아버지 모르게 불구인 동생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보며 이것이 바로 가족애가 아닌가 싶었다. 가족애도 있었지만 동생이 출세를 해 동생 덕 좀 보려는 형의 인간다운 점도 있어서 더 좋았다. 너무 훈훈한 책은 난 질색이다.
글을 배우고 돌아오는 길에 불운한 사고로 바르톨로메는 공주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공주의 마음에 들은 바르톨로메는 개 분장을 당하고 개 흉내를 내게 된다. 바르톨로메에게 또 다시 시련이 차자온 것이다. 그런 시련 속에서도 바르톨로메는 왕실화방에서 그림을 배운다. 바르톨로메의 열정과 화가로서의 재능이 화방의 화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바르톨로메의 열정에는 감탄을 하지만 만약 바르톨로메에게 재능이 없었다면 과연 화가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바르톨로메가 재능이 없었다면 화가들은 그냥 공주의 개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쳐진 생각일 수도 있지만 당시 시대상으로 봤을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납득이 가지 않는가? 아무튼 화가들은 바르톨로메를 안타깝게 여겨 그를 빼주려 한다. 그 때 바르톨로메의 아버지도 그를 빼내고 싶어했다. 역시 어쨌든 자기 자식이라고 바르톨로메를 구해주려는 모습에 훈훈함을 느꼈다. 화가와 아버지는 서로 만나 계획을 세우고 여차저차해서 바르톨로메는 화방의 흑인 화가의 제자가 된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을 보고 지어낸 작품이다. 그림의 개는 바로 바르톨로메이다. 왜 진짜 개의 모습이 되는 지는 책에 나온다. 오직 그림만을 보고 이런 책을 지은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이로써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볼 때마다 바르톨로메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바르톨로메의 정신도 함께 떠오를 것이다.